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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나무에 새총 쏴 구멍 냈는데…이튿날 가보니 상처가 사라졌다

등록 2022-01-04 15:44수정 2022-01-04 16:26

[애니멀피플] 파나마 열대개미의 ‘새로운 공생’
파나마 아스테카 개미, 줄기에 뚫린 구멍 5시간 내 봉합도
개미는 24시간 순찰, 포식자 쫓아내…나무는 영양분 듬뿍
아스테카 개미가 공생식물인 케크로피아 나무가 제공하는 영양덩이를 물어가고 있다. 개미는 이 식물의 상처까지 치료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스테카케로피아 유튜브 동영상(KiAEzfF2y0M) 갈무리.
아스테카 개미가 공생식물인 케크로피아 나무가 제공하는 영양덩이를 물어가고 있다. 개미는 이 식물의 상처까지 치료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스테카케로피아 유튜브 동영상(KiAEzfF2y0M)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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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나무가 서로 돕는 공생은 널리 알려졌다. 예를 들어 아카시아의 비어있는 가시 속에 둥지를 트는 개미는 나무로부터 집과 먹이를 얻는 대신 나무를 해치려는 초식동물을 물리치고 잎 표면의 병균을 제거하는 식으로 보답한다. 나아가 개미가 숙주 나무의 외상을 신속하게 치료해 주는 새로운 공생 행동이 발견됐다.

발단은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중단되자 지루해진 파나마 고등학생들이 동네의 훼손된 열대림을 산책하러 간 것이었다. 교란된 숲에서 왕성하게 자라는 케크로피아 나무에 우연히 새총을 쏘아 줄기에 구멍을 냈는데 이튿날 가보니 놀랍게도 나무의 상처가 감쪽같이 아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이들은 파나마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센터가 수행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과학자의 도움을 받아 관찰과 실험을 하면서 이 궁금증을 풀었다. 이 연구결과를 담은 알렉스 위슬로 파나마 국제고 학생이 주 저자인 논문은 ‘벌목 연구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케크로피아 나무에 아스테카 개미가 뚫은 둥지로 향한 구멍(a), 줄기에 실험자가 뚫은 지름 6.4㎜ 인위적 구멍, 2시간 반 동안 개미가 구멍 안에서부터 메운 모습(c, 화살표가 구멍), 24시간 뒤(d, 점선 화살이 남아있는 구멍). 알렉스 위슬로 외 (2021) ‘벌목 연구 저널’ 제공.
케크로피아 나무에 아스테카 개미가 뚫은 둥지로 향한 구멍(a), 줄기에 실험자가 뚫은 지름 6.4㎜ 인위적 구멍, 2시간 반 동안 개미가 구멍 안에서부터 메운 모습(c, 화살표가 구멍), 24시간 뒤(d, 점선 화살이 남아있는 구멍). 알렉스 위슬로 외 (2021) ‘벌목 연구 저널’ 제공.

연구자들은 나무에 지름 6.4㎜의 구멍을 뚫었는데 나무가 손상된 사실을 안 아스테카 개미들이 잘게 씹은 나무 섬유질과 수액을 섞어 구멍 안쪽부터 메워나갔다. 2시간 반이 지나자 상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24시간 안에 완전히 봉합됐다.

연구자들은 “애벌레가 들어있는 마디에 구멍이 뚫렸을 때 개미는 더욱 신속하게 수리해 5시간 안에 봉합을 마무리하기도 했다”고 논문에 적었다.

케크로피아 나무 속 공간에 마련한 아스테카 개미의 둥지. 둥지에 구멍이 뚫렸을 때 개미는 더욱 신속하게 수리에 나선다. 아스테카케로피아 유튜브 동영상(KiAEzfF2y0M) 갈무리.
케크로피아 나무 속 공간에 마련한 아스테카 개미의 둥지. 둥지에 구멍이 뚫렸을 때 개미는 더욱 신속하게 수리에 나선다. 아스테카케로피아 유튜브 동영상(KiAEzfF2y0M) 갈무리.

식물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한다. 그렇다면 개미가 일찍 상처를 막아주는 것은 나무에 직접적인 이득이 아닐 수 있다. 연구자들은 “다른 개미의 사례처럼 아스테카 개미가 상처 치유 때 항생물질이 섞인 분비물을 수액과 함께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나무는 상처가 덧나 썩는 것을 막는 득을 보는 셈이다.

그러나 나무에 너무 큰 상처가 났을 때는 개미가 치료에 나서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 나무늘보와 개미핥기가 발톱으로 내는 상처는 실험한 것보다 작다”며 “개미의 상처 치료 행동이 이들로부터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구멍을 막는 것은 둥지 안 애벌레가 병원체, 포식자, 외기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대개미 한 마리를 케크로피아 줄기에 놓자 아스테카 개미가 무리 지어 공격하는 모습. 아스테카케로피아 유튜브 동영상(Ixrg0qewHiE) 갈무리.
군대개미 한 마리를 케크로피아 줄기에 놓자 아스테카 개미가 무리 지어 공격하는 모습. 아스테카케로피아 유튜브 동영상(Ixrg0qewHiE) 갈무리.

새로운 공생의 주인공인 아스테카 개미는 중·남미에서 공격적인 포식자로 악명이 높으며 종종 숲 지붕을 지배한다. 이 가운데 13종이 케크로피아 나무와 공생하며 산다.

케크로피아 나무는 나무가 쓰러져 생긴 숲 틈으로 햇빛이 들어오면 재빨리 자라는 개척종으로 적응능력이 뛰어난 식물이다. 이 나무는 대나무처럼 속이 빈 마디로 이뤄져 있는데 빠르면 1주일에 마디 하나가 생겨날 정도로 생장력이 뛰어나다.

아스테카 개미와 공생하는 케크로피아 나무. 열대림에 틈이 생겨 빛이 들어올 때 재빨리 자라는 개척종이다. 에우리코 짐브레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스테카 개미와 공생하는 케크로피아 나무. 열대림에 틈이 생겨 빛이 들어올 때 재빨리 자라는 개척종이다. 에우리코 짐브레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스테카 여왕개미는 이 나무의 마디 근처에 특별히 식물이 마련한 껍데기가 얇은 부위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마디 안에 둥지를 튼다. 알을 낳고 애벌레가 자라 첫 일개미가 태어날 때까지 구멍은 마개로 막아둔다.

나무가 개미에 제공하는 것은 둥지만이 아니다. 잎자루 밑에는 섬모가 북슬 한 특별한 조직이 발달하는데 나무는 개미를 위한 ‘알’을 낳아 제공한다.

글리코겐이 듬뿍 든 개미 알보다 조금 큰 달걀꼴의 선물로 개미가 물고 가기에 적합한 크기이다. 개미가 이 ‘알’을 물고 간 뒤 조금 지나면 나무는 새로운 ‘알’을 낳는다. 당분이 든 ‘알’ 말고도 나무는 잎 아래에 반투명한 구슬 모양의 지방이 풍부한 먹이를 제공한다.

케크로피아 나무는 잎자루 밑에 달린 특별한 조직을 통해 개미에게 영양덩이를 제공한다. 아스테카케로피아 유튜브 동영상(KiAEzfF2y0M) 갈무리.
케크로피아 나무는 잎자루 밑에 달린 특별한 조직을 통해 개미에게 영양덩이를 제공한다. 아스테카케로피아 유튜브 동영상(KiAEzfF2y0M) 갈무리.

개미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무에 보답한다. 일개미들은 케크로피아 나무의 줄기와 잎을 24시간 돌아다니며 순찰한다. 메뚜기 같은 초식동물이 나타나면 강력한 아래턱과 꽁무니에서 분비하는 독액으로 공격한다. 개미의 발톱과 잎의 섬모는 벨크로(찍찍이)처럼 얽혀 미끄러지지 않고 큰 포식자와 싸울 수 있다.

나무늘보나 원숭이 또는 사람처럼 더 큰 적이 출현하면 페로몬을 분비해 위협을 알려 수백 마리가 덤벼들어 코와 눈 등 드러난 부위를 물어뜯는다. 동물뿐 아니라 덩굴이 뻗어 오면 물어뜯어 수맥을 자르는 식으로 침입자의 통로를 사전에 차단한다.

주 저자인 위슬로는 “새총을 들고 쏘다니는 게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과학연구를 할 때 닥치는 온갖 복잡한 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고 이 센터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인용 논문: Journal of Hymenoptera Research, DOI: 10.3897/jhr.88.7585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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