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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6달 겨울잠 자도 ‘근육 멀쩡’ 땅다람쥐, 비결은 장내세균

등록 2022-02-03 15:08수정 2022-02-03 15:40

[애니멀피플]
오줌으로 배출하지 않은 요소 장내세균에 맡겨 질소 회수…근육감소증, 우주여행 응용 기대
겨울잠을 자는 열세줄땅다람쥐. 동면하는 6∼9달 동안 신진대사의 99%가 줄어들지만 근육의 양과 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로버트 스트레이퍼 제공.
겨울잠을 자는 열세줄땅다람쥐. 동면하는 6∼9달 동안 신진대사의 99%가 줄어들지만 근육의 양과 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로버트 스트레이퍼 제공.

춥고 먹이가 없는 겨울 다람쥐나 곰 같은 동물은 호흡과 심장 박동도 줄인 채 가을 동안 몸 안에 축적한 지방을 태우며 겨울잠을 잔다. 그러나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한 환자나 우주정거장의 우주인과 달리 동면 동물은 몇 달 동안 꼼짝 않고 누워있으면서도 근육이 줄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몸의 질소균형을 맞추기 위해 하루 체중 1㎏당 0.8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열세줄땅다람쥐 등 동면 동물은 6개월 이상 겨울잠을 자면서도 어떻게 근육의 양이나 능력을 고스란히 간직하다가 잠에서 깨면 곧바로 번식기에 접어드는 걸까.

매튜 리건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박사후연구원(현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동면 모델 동물인 열세줄땅다람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 장내세균의 도움을 받아 오줌으로 배출할 요소 속 질소를 재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북미 초원지대에 널리 분포하는 열세줄땅다람쥐는 단백질 먹이를 구할 수 없는 겨울 혈액 속 요소에서 질소를 회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로버트 스트레이퍼 제공.
북미 초원지대에 널리 분포하는 열세줄땅다람쥐는 단백질 먹이를 구할 수 없는 겨울 혈액 속 요소에서 질소를 회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로버트 스트레이퍼 제공.

연구자들은 북미 초원지대에 널리 분포하는 이 땅다람쥐의 혈액 속 요소를 이루는 탄소와 질소에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지를 붙여 이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추적했다. 그랬더니 혈액의 요소 성분은 장으로 가서 장내세균에 의해 분해된 뒤 결국 동물 조직으로 옮겨갔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파리바 아사디-포터는 “표지를 한 질소 분자가 다람쥐에서 장내세균으로 가 흡수가 가능한 분자로 바뀐 뒤 다시 다람쥐로 돌아오는 ‘재활용’ 과정을 거쳤다”며 “회수한 질소는 다람쥐의 간에서 근육을 포함한 다양한 단백질을 만드는 데 쓰인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요소 회수 작업이 동면 후반기에 특히 활발했는데 이는 곧 이은 번식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내세균과 다람쥐의 공생 관계도 드러났다. 장내세균은 회수한 요소의 질소 가운데 일부를 자기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단백질 합성에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먹을 것이 없는 다람쥐의 장내세균도 요소 회수를 통해 먹거리를 확보하는 셈이다.

장내세균과 공생을 통해 근육의 쇠퇴를 겪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땅다람쥐는 노인성 근육감소증 해결과 장거리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할지 모른다. 로버트 스트레이퍼 제공.
장내세균과 공생을 통해 근육의 쇠퇴를 겪지 않고 겨울잠을 자는 땅다람쥐는 노인성 근육감소증 해결과 장거리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할지 모른다. 로버트 스트레이퍼 제공.

이번 연구결과는 의료와 우주개발 등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 8억 명이 넘는 영양실조 인구와 갈수록 늘어나는 노령층 인구가 근육감소를 겪는다. 노인성 근육감소증은 40∼80대 연령층에서 나타나며 골격근의 30∼50%가 줄어들기도 한다.

리건 교수는 “동면 중인 땅다람쥐와 같은 종류의 장내세균을 활성화하는 약을 개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이론적인 가능성을 제시하는 수준”이라면서도 “사람도 땅다람쥐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소량의 요소 질소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1990년대 초 밝혀졌기 때문에 이미 갖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 공간에서는 중력이 약해지고 운동공간이 좁아 우주인의 근육 위축이 큰 문제다. 그는 “성간 여행할 때 우주인을 동면 비슷한 상태로 유지하면 식량과 물 산소 등 필요한 물자는 물론 노폐물도 줄여 우주선의 연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며 “장거리 우주여행 때 동면 상태를 통해 근육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용 논문: Science, 10.1126/science.abh295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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