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독버섯인 광대버섯을 먹는 일본청서. 고미 고이치 제공.
일본 고유종 다람쥐인 일본청서가 대표적인 환각 독버섯인 광대버섯을 일상적으로 먹는 모습이 발견됐다.
겐지 세츠구 고베대 교수와 아마추어 사진가 고미 고이치는 나가노 현에서 일본청서가 광대버섯과 마귀광대버섯을 거뜬히 먹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과학저널 ‘생태학과 환경 최전선’ 최근호에 보고했다. 겐지 교수는 “같은 일본청서가 여러 날에 걸쳐 광대버섯의 자실체를 먹는 모습으로 보아 이 독버섯을 안전하게 섭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광대버섯과 환각 성분이 비슷한 마귀광대버섯을 일본청서가 먹고 있다. 고미 고이치 제공.
광대버섯은 붉은 갓에 흰 돌기가 듣은 전형적인 형태의 독버섯으로 무스카린 등의 독소를 포함해 사람이 먹으면 섬망, 환각, 발작, 그리고 드물지만 사망에 이르게 한다. 실제로 이 버섯을 전통사회에서 천연 환각제로 이용한 사례가 시베리아 등에서 기록돼 있다. 술에 담가 먹거나 파리약에 쓰기도 했다.
영국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버섯을 먹으면 몸이 생쥐처럼 작아졌다 집채만큼 커지기도 하고 뱀처럼 목이 길어지기도 한다”는 대목도 “물체의 크기를 왜곡해 보이게 만드는 광대버섯 식용의 전형적 증상”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그러나 다람쥐가 광대버섯을 환각용으로 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단지 “다람쥐가 광대버섯을 먹이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독성에 적응했고, 반대로 버섯은 다람쥐가 포자를 퍼뜨려 주는 공생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독버섯인 노란대광대버섯을 먹는 일본청서. 고미 고이치 제공.
광대버섯은 세계에 널리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다. 국립수목원이 발간한 ‘독버섯생태도감’을 보면 “이 버섯은 경기도 광릉에서 처음 기록됐지만 그곳에서도 발견 못 해 표본이 없다”고 돼 있다. 마귀광대버섯은 이보다 흔하며 광대버섯과 비슷하게 환각 작용이 뛰어나다.
인용 논문:
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 DOI: 10.1002/fee.244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