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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사기 조각으로 온몸 감싼…물고기 도치의 '이빨 갑옷' 비밀

등록 2022-02-28 15:25수정 2022-02-28 15:47

[애니멀피플]
물살 센 암석 조간대서 충돌 막기 위한 해법으로 진화, 뼈보다 무게 절반
이의 겉면을 덮는 사기질(에나멜질)로 몸을 감싼 도치. 워싱턴대 제공.
이의 겉면을 덮는 사기질(에나멜질)로 몸을 감싼 도치. 워싱턴대 제공.

큰 입과 튀어나온 눈, 그리고 바람 넣은 복어처럼 둥근 몸을 뒤덮은 뾰족한 돌기와 배에 달린 커다란 빨판…. 북태평양 해안에 널리 분포하는 도치의 특별한 모습이다.

같은 이름의 겨울철 인기 생선인 뚝지와는 전혀 다른 종인 이 물고기는 길이가 3∼8㎝로 아담하고 모습이 특이해 관상어로 관심을 끄는 물고기이다.

독특한 생김새와 빨판을 이용해 바위에 올라앉은 모습이 귀여운 도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독특한 생김새와 빨판을 이용해 바위에 올라앉은 모습이 귀여운 도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치 몸에 난 돌기가 피부나 뼈가 아니라 이빨을 이루는 사기질(법랑질, 에나멜질)로 이뤄진 사실이 밝혀졌다. 사기질은 대부분 광물질로 이뤄진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로 이 표면을 덮어 보호한다.

칼리 코언 미국 워싱턴대 박사과정생 등은 과학저널 ‘형태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도치의 발생과정과 돌기의 형태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연구자들은 “도치는 헤엄이 서툰데 사는 곳은 거센 파도가 치는 암석 조간대”라며 “주변과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경량 해법으로 피부이빨이 진화했다”고 밝혔다.

도치는 몸매가 공처럼 생긴 데다 지느러미도 빈약해 급류에 쉽게 휩쓸린다. 이를 막기 위해 배지느러미가 변한 빨판이 달렸지만 충분치 않자 주변과 부닥쳐도 죽지 않도록 사기질 갑옷을 고안한 것이다.

도치의 피부이빨 6열을 각기 다른 색깔로 표시했다. 엘레노르 우드러프 외 (2021) ‘형태학’ 제공.
도치의 피부이빨 6열을 각기 다른 색깔로 표시했다. 엘레노르 우드러프 외 (2021) ‘형태학’ 제공.

연구자들은 알에서 깬 도치가 치열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갑옷을 갖추고 다 자라면 몸에 6줄, 눈 주위에 1줄, 뺨 아래 1줄 등 모두 8열의 피부이빨을 보유하게 된다고 밝혔다.

물고기 가운데 잉어과 어류는 번식기에 피부가 변한 돌기가 돋고 철갑상어 등은 뼈로 이뤄진 골판을 피부에 지니기도 한다. 연골어류인 상어 등은 사기질의 비늘을 갖춘다.

연구자들은 “상어의 사기질 비늘은 자라지 않지만 도치는 성장하면서 자라는 게 차이”라고 밝혔다. 피부이빨은 원추형 돌기가 모여 자라면서 차츰 속이 빈 화산 모양으로 자란다.

갑옷으로 몸을 감싸면 포식자와 부상을 막을 수 있지만 몸이 무겁고 둔해지는 약점이 생긴다. 연구자들은 도치가 뼈가 아닌 사기질을 갑옷 재료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뼈로 된 지느러미 가시로 몸을 지키는 쏠배감펭. 사기질은 뼈보다 절반 가까이 가볍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뼈로 된 지느러미 가시로 몸을 지키는 쏠배감펭. 사기질은 뼈보다 절반 가까이 가볍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다 자란 도치의 몸에서 갑옷에 쓰인 광물질의 양은 전체의 절반가량인데 골판을 갑옷으로 삼는 날개줄고기과에서 그 비중이 90% 이상인 것과 대조된다”고 논문은 적었다. 연구자들은 “도치는 이처럼 가벼운 장갑을 가지고도 쏠배감펭이 몸 전체를 무거운 뼈로 된 가시로 덮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본다”고 밝혔다.

가시처럼 돋은 피부이빨은 포식자가 삼키는 것을 막는 구실도 할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피부이빨의 마모와 충격 양상을 정밀분석해 포식자 회피보다는 충돌 방지가 피부이빨의 더 중요한 기능일 것으로 추정했다.

도치의 둥근 몸매는 세찬 조류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그 힘은 몸길이가 2배이면 4배로 커져 “큰 도치는 피부이빨의 100%까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도치의 피부이빨이 진화한 이유로 “암석 조간대의 급류에 휩쓸려 치명적인 충돌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혁신적인 경량 갑옷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도치로 알려진 뚝지. 도치와는 같은 도치과 어류이지만 속과 종이 다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흔히 도치로 알려진 뚝지. 도치와는 같은 도치과 어류이지만 속과 종이 다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못생겼지만 맛은 좋다’며 동해안에서 겨울철 별미로 알려진 도치의 제 이름은 뚝지이다. 뚝지와 도치는 같은 쏨뱅이목 도치과의 어류이지만 속과 종이 다르다.

인용 논문: Morphology, DOI: 10.1002/jmor.2143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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