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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봄날의 꽃 잔치, 꿀벌에게 좋기만 할까

등록 2022-04-12 10:20수정 2022-04-14 16:08

[애니멀피플]
꿀벌 밀집해 기생충 감염 증가, 감염률 80% 이상으로 밝혀져
단작 경작지 주변에 생울타리 띠 설치하면 감염 감소 효과
해바라기 꽃에 모여든 꿀벌들. 단작 경작지의 작물이 일제히 개화하면 늘어난 꿀벌 사이에 기생충도 급속하게 전파된다. 픽사베이 제공.
해바라기 꽃에 모여든 꿀벌들. 단작 경작지의 작물이 일제히 개화하면 늘어난 꿀벌 사이에 기생충도 급속하게 전파된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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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매화, 산수유, 벚나무 등 관상수에 이어 복숭아, 사과, 배 등 과수가 일제히 꽃을 피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꽃 잔치가 심각한 감소 추세인 꿀벌에게 도움이 될까.

단작 경작지에서 많은 꽃이 일제히 피어나면 꿀벌이 밀집해 기생충 감염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경작지 주변에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나도록 생울타리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뮤털 코헨 미국 오레곤대 박사(현 플로리다대) 등은 대규모 개화가 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미국 센트럴 밸리의 대규모 단작 경지에서 연구했다. 아몬드 등 견과를 비롯해 과일, 채소 등 미국 생산량의 절반을 단작 경작하는 이곳에는 해마다 봄이 오면 양봉업자들이 200만 봉군의 꿀벌을 풀어놓는다.

연구자들은 식용유를 생산하는 해바라기 농장에 모여드는 벌의 기생충 감염을 조사했다. 야생꿀벌 1509마리를 조사한 결과 292마리(19%)를 제외한 대부분에서 기생충이 검출됐다. 3마리에 1마리꼴로 기생충 2∼3종에 감염되기도 했다. 양봉 꿀벌도 16%를 빼고는 1∼3종의 기생충을 지니고 있었다.

광활한 단작 경작지에서 유채가 일제히 꽃을 피웠다. 픽사베이 제공.
광활한 단작 경작지에서 유채가 일제히 꽃을 피웠다. 픽사베이 제공.

연구자들은 “해마다 대량의 꽃이 피는 단작 경작지일수록 많은 꿀벌이 모여들고 이들과 함께 기생충도 증가한다”며 “이 연구로 단작 영농이 야생동물의 기생충 감염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코헨 박사는 최근 전문가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사태를 “굶주린 사람들이 손도 씻지 않고 뷔페식당에서 공용 숟가락을 번갈아 쥐고 음식을 가져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개화에 이끌린 꿀벌들이 잇달아 꽃에 입을 대는데 이 가운데는 기생충에 감염된 꿀벌도 포함돼 있다. 그는 “기생충에 의한 질병은 꿀벌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꿀벌의 몸에 기생하는 바로아 진드기. 몸길이 1㎜로 여러 바이러스를 옮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꿀벌의 몸에 기생하는 바로아 진드기. 몸길이 1㎜로 여러 바이러스를 옮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론 대규모 개화는 꿀벌에게 대량의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해 꿀벌의 건강을 향상하는 구실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건강해져 면역체계가 강화하면 병에 덜 걸린다.

그러나 일제히 꽃을 피우는 단작 농경지에 몰려든 벌이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도록 할 방법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 해바라기 농장 경계에 생울타리 띠를 만들어 다양한 야생화가 자라도록 한 곳에서 꿀벌의 기생충 감염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단작 경작지 주변에 다양한 꽃을 피우는 생울타리 띠를 조성하면 꿀벌의 밀도를 낮추고 영양 상태를 개선해 질병 발생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로런 포니시오, 오레곤대 제공.
단작 경작지 주변에 다양한 꽃을 피우는 생울타리 띠를 조성하면 꿀벌의 밀도를 낮추고 영양 상태를 개선해 질병 발생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로런 포니시오, 오레곤대 제공.

코헨 박사는 “생울타리에서 다양한 꽃이 피어나면 단작 농경지의 꿀벌이 흩어져 기생충 감염 위험이 적어지고 동시에 다양한 야생화의 꽃가루가 꿀벌의 영양 상태를 증진해 감염률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는 경지의 5%를 꿀벌 등 가루받이 곤충 서식지로 할당하면 에코라벨을 제공하는 캠페인 등이 감소하는 꿀벌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지난해 10월 ‘영국왕립학회보 비(생물학)’에 실렸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1.136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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