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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하루살이 떼 쥐라기에도 극성…공룡은 어떻게 버텼을까?

등록 2022-06-10 10:00수정 2022-06-10 10:22

[애니멀피플]
중국 남부서 2억년 전 화석 발견
복잡한 한살이 알려진 것보다 오래
중생대 쥐라기 초 중국 남부 강변에서 멸종한 하루살이 계통 성체가 대규모로 발생한 상상도. 물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뒤 물 밖에 나와 큰 무리를 이뤄 짧은 시간에 짝짓기 하고 죽는 한살이가 이미 2억년 전에 확립됐음을 보여준다. 양 딩화 제공.
중생대 쥐라기 초 중국 남부 강변에서 멸종한 하루살이 계통 성체가 대규모로 발생한 상상도. 물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뒤 물 밖에 나와 큰 무리를 이뤄 짧은 시간에 짝짓기 하고 죽는 한살이가 이미 2억년 전에 확립됐음을 보여준다. 양 딩화 제공.

해마다 5∼6월이면 한강 등 강변 주민들은 큰 떼를 지어 불빛으로 몰려드는 동양하루살이 성체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사체를 삽으로 퍼내야 할 만큼 많이 몰려들기도 하는 곤충 때문에 영업에 지장을 받고 모처럼 벗은 마스크에 입 안으로 날아드는 하루살이로 산책과 자전거 타기가 무섭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덕소 팅커벨’이란 별명과 달리 고통과 불편을 주는 하루살이 떼는 사람이 만든 인공조명과 기온 상승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나왔다.

해마다 이맘때 한강 변에는 동양하루살이가 크게 번성해 주변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의 불빛에 몰려든 하루살이 떼. 김기성 기자
해마다 이맘때 한강 변에는 동양하루살이가 크게 번성해 주변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의 불빛에 몰려든 하루살이 떼. 김기성 기자

하루살이가 약 2억년 전 쥐라기 때에도 큰 떼를 이뤘음을 보여주는 화석이 발견됐다. 공룡이 어슬렁거리던 중생대에도 고대 하루살이는 폭발적으로 번성해 강변을 날아다녔을 가능성이 크다.

장 치안치 중국 과학아카데미 난징 지질학 및 고생물학 연구소 박사과정생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지질학’과 ‘역사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가장 오랜 하루살이 떼가 잘 보존된 화석을 발견했다”며 “하루살이의 복잡한 생활사가 이미 쥐라기 초부터 확립됐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중국 남부 광시좡족 자치구 허저우시의 쥐라기 화석 산지인 시원 분지에서 다른 곤충, 식물, 상어 알 등과 함께 다수의 하루살이 화석을 발견했다. 발견한 하루살이는 현재는 멸종한 계통으로 381마리가 날개, 몸통, 더듬이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온전한 상태로 화석에 남았다.

중국 남부에서 발견된 하루살이 성체 무리 화석. 중국 과학아카데미 난징 지질학 및 고생물학 연구소 제공.
중국 남부에서 발견된 하루살이 성체 무리 화석. 중국 과학아카데미 난징 지질학 및 고생물학 연구소 제공.

장 씨는 “화석 하루살이의 방향을 분석한 결과 뚜렷한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고 또 미세한 부속지가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하루살이 사체가 먼 곳에서 쓸려와 쌓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다시 말해 쥐라기의 하루살이도 폭발적으로 출현했다가 죽어 묻혀 화석으로 남았다는 얘기다.

하루살이는 애벌레 때 물속에서 여러 해 살지만 성체가 되면 물 밖으로 나와 큰 무리를 이룬 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짝짓기에만 몰두한다. 물 밖 삶은 몇 시간에서 며칠 동안에 그쳐 ‘하루살이’란 이름을 얻었다.

화석 하루살이의 정밀 사진과 그림. 장 치안치 외 (2022) ‘역사 생물학’ 제공.
화석 하루살이의 정밀 사진과 그림. 장 치안치 외 (2022) ‘역사 생물학’ 제공.

연구자들은 “짝짓기를 위해 큰 무리를 이루는 행동은 현생 하루살이의 조상에서만 알려졌는데 이번에 발견한 하루살이는 이미 멸종한 고대계통이기 때문에 하루살이의 복잡한 한살이가 이미 쥐라기 초에 확립됐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이 화석은 곤충이 무리를 지어 짝짓기 하는 가장 이른 증거”라고 덧붙였다.

하루살이의 대량 발생은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하다. 물고기와 다른 포식자에게 주기적으로 풍부한 먹이라는 횡재를 안겨 주고 주변 식물에도 물속의 영양분을 전달하는 구실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해마다 한강 등 우리나라 강변에서 대규모로 출현하는 동양하루살이 성체의 모습. 입이 퇴화해 물거나 쏘지 않는 맑은 물 지표생물이다. 정광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해마다 한강 등 우리나라 강변에서 대규모로 출현하는 동양하루살이 성체의 모습. 입이 퇴화해 물거나 쏘지 않는 맑은 물 지표생물이다. 정광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큰 무리를 이루는 하루살이는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지만 성체는 입이 퇴화해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는다. 또 수질이 좋은 곳에서만 사는 지표생물이기도 하다.

인용 논문: Geology, DOI: 10.1130/G50055.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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