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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파리떼가 뺨 때려”…벌레 3900만마리 출몰 미스터리 풀렸다

등록 2022-08-22 12:01수정 2022-08-23 16:43

[애니멀피플]
키프로스 섬서 39일간 3900만 마리 확인, 지중해 전체는 69억 마리 추정
파리목이 대부분 차지 나비와 잠자리 등 8개 목 곤충이 이동 대열
대륙 간 가루받이, 영양분 이동 등 생태적 기능 커, 농업용 해충도 많아
바다를 건너 곤충이 대규모 이동을 한다는 사실이 실제 조사로 확인됐다. 벌떼의 비행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바다를 건너 곤충이 대규모 이동을 한다는 사실이 실제 조사로 확인됐다. 벌떼의 비행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하늘은 곤충으로 어두웠고 이동하던 파리와 등에가 얼굴을 때려 자동차로 대피해야 했습니다.”

윌 호크스 영국 엑시터대 박사과정생은 2019년 4월 지중해 동부 키프로스 섬에서 이동하는 곤충떼와 조우하던 어느 날을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키프로스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카르파스 반도는 중동에서 100㎞ 이상 날아온 곤충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길목이다. 연구자들은 이곳에서 목측, 카메라 트랩, 포충망 포획 등의 방법으로 이곳을 통과하는 곤충의 종류와 수가 어느 정도인지 처음으로 측정했다.

과학저널 ‘에코그래피’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39일 동안 중동을 떠나 이곳에 도착한 곤충의 수가 3900만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풍향과 위성 식생자료를 분석해 곤충이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왔으며 이번 측정결과를 토대로 중동 전체에서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이동하는 곤충을 69억 마리로 추정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칼 워튼 엑시터대 박사는 “조사 지점이 곤충 이동에 중요한 장소여서 짐작은 했지만 이동의 강도가 분당 1m에 6000마리 가까운 곤충이 올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중해 이동 곤충 가운데 가장 개체수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씨고자꽃파리. 세계적인 농업 해충이지만 동시에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곤충이기도 하다. 자넷 그레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중해 이동 곤충 가운데 가장 개체수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씨고자꽃파리. 세계적인 농업 해충이지만 동시에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곤충이기도 하다. 자넷 그레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동 곤충은 파리목이 86%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나비와 나방 10%, 꿀벌과 기생벌 2% 순이었다. 노린재, 잠자리, 딱정벌레, 다듬이벌레, 풀잠자리 등 모두 8개 목 30개 과에 속하는 곤충이 이동 대열에 들었다.

곤충떼의 주종을 이룬 파리목 가운데는 꽃파리과가 39%로 가장 많았고 꽃등에과과 꼭지파리과가 뒤를 이었다. 특히 씨고자꽃파리는 전체 이동 곤충의 39%를 차지해 1540만 마리를 헤아렸다.

이 파리는 세계적인 농업 해충으로 콩, 옥수수, 양파, 마늘 등에 해를 끼치고 무름병 균을 옮긴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대규모 이동은 농업 해충은 물론이고 살충제 저항성을 확산하는 결과를 낫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파리는 꽃가루를 옮기는 중요한 기능도 한다.

이동 나비 가운데 가장 많은 개체수를 차지한 꼬마멋쟁이나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동 나비 가운데 가장 많은 개체수를 차지한 꼬마멋쟁이나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에 확인한 이동 곤충을 생태적 기능에 따라 분류한 결과 가루받이 곤충이 98%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해충 48%, 분해 곤충 16%, 해충의 천적 4.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키프로스 섬의 꽃등에와 검정파리가 중동에 분포하는 난의 꽃가루가 달린 것이 확인돼 ‘대륙 간 가루받이’를 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동성 곤충이 이처럼 유전자를 멀리 옮기는 것은 식물이 다양한 유전자 풀을 유지하고 잠재적으로 환경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중동 난 꽃가루가 달린 꽃등에(A)와 검정파리(B). 대륙 간 가루받이를 보여준다. 윌 호크스 외 (2022) ‘에코그래피’ 제공.
중동 난 꽃가루가 달린 꽃등에(A)와 검정파리(B). 대륙 간 가루받이를 보여준다. 윌 호크스 외 (2022) ‘에코그래피’ 제공.

곤충은 그 자체가 다른 동물의 먹이이기 때문에 영양분의 대규모 이동이란 생태적 기능을 한다. 호크스는 “섬에서 개미가 바다를 건너온 작은멋쟁이나비를 먹고 있었고 거북은 이동해 온 메뚜기와 나비를 먹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300만 마리가 이동한 것으로 밝혀진 나비 가운데 작은멋쟁이나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잠자리 30만 마리의 99%는 왕잠자리 속의 방랑성 잠자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성 곤충의 실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인간 활동으로 위협받고 있기도 하다. 호크스는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는 이동 경로와 범위에 영향을 끼친다며 곤충을 보전할 때 지구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Ecography, DOI: 10.1111/ecog.0628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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