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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물림 사고 절반은 가짜·선정 보도…거미는 억울해

등록 2022-08-31 11:53수정 2022-08-31 13:06

[애니멀피플]
세계 81개국 인터넷 보도 조사…47%가 부정확, 43%가 선정적
“킬러” “악몽” 등 공포 조장, ‘학교에 독거미’ 오보로 폐쇄도
피해 독거미는 0.5% 미만, 사망 사례 거의 없어…생태계 유익 포식자
붉은배과부거미는 악명과 달리 암컷만 물며 그것도 치명적인 물림 사고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게티이미지뱅크
붉은배과부거미는 악명과 달리 암컷만 물며 그것도 치명적인 물림 사고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게티이미지뱅크

허위 정보(가짜 뉴스)의 피해는 거미도 피해가지 못한다. 약 5만 종에 이르는 거미 가운데 사람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끼치는 종은 손꼽을 정도인데도 선정적이고 부정확한 보도가 생태계의 유익한 포식자를 오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파노 마몰라 이탈리아 연구평의회 거미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2010∼2020년 동안 세계 81개국에서 40가지 언어로 작성돼 유포된 거미 물림과 관련된 인터넷 뉴스 보도 5348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고했다.

그 결과 절반 가까운(47%) 보도에서 오류가 발견됐으며 43%는 선정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오류는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거미에게 물렸다거나 거미 물림과는 관계없는 증상을 호소했다는 식의 보도였다.

또 “킬러” “악몽” “테러” “역겹다”는 등의 용어를 사용하거나 독성을 과장하는 등 선정적 보도가 흔했다. 마몰라는 “세계적 언론의 거미 관련 정보의 질은 매우 낮아 오류와 선정주의가 넘쳤다”며 “거미 관련 정보는 고도로 연결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타고 퍼지는데 허위정보의 확산을 일으키는 요인 가운데 선정적인 기사의 톤이 특히 문제”라고 말했다.

세계의 인터넷 뉴스 매체가 거미 물림 사고를 보도하는 방식이 오히려 거미 공포증을 퍼뜨리는지 모른다. 자호바 말룸브레-올라르테 제공.
세계의 인터넷 뉴스 매체가 거미 물림 사고를 보도하는 방식이 오히려 거미 공포증을 퍼뜨리는지 모른다. 자호바 말룸브레-올라르테 제공.

연구자들은 거미에 대한 공포는 동물 가운데 가장 커 거미 공포증을 지닌 사람의 비율은 세계적으로 3.5∼11.4%에 이른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런 악명 탓에 “치명적 과부거미라고 잘못 동정한 거미가 들끓는다며 학교 전체를 폐쇄한 사례가 있고, 국제공항의 변기 의자 아래 위험한 거미가 산다는 출처가 불확실한 이야기나 잠자는 동안 당신의 입속으로 작은 거미가 숨어든다는 도시 괴담이 떠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부정확하거나 선정적인 거미 관련 보도가 이런 공포를 부추긴다. 조사 결과 지역 언론보다 전국지나 국제지가 거미 보도에서 더 선정적이었고, 거미전문가에 자문한 기사에서 선정성이 줄어든 반면 의학 전문가나 방제 전문가가 도운 기사에서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지역 차원의 거미 물림 소식이 빠르게 국제 뉴스로 확산하는 양상이 드러났다. 마몰라는 “호주의 외딴 마을에서 한 농부가 거미에 물렸다는 지역뉴스가 세계적인 뉴스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거미에 대한 이런 공포는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고 밝혔다. 거미 종의 0.5% 미만이 사람에게 심각한 독성을 끼치고 게다가 이들의 서식지는 사람이 사는 곳과 겹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이런 거미와 맞닥뜨릴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거미에 물려 사망한 사고가 몇 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물림 사고가 잦은 지중해과부거미. 그러나 물려도 아플 뿐 치명적이지는 않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림 사고가 잦은 지중해과부거미. 그러나 물려도 아플 뿐 치명적이지는 않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실제로 가장 악명 높은 독거미의 하나인 붉은배과부거미 속에는 34종이 있는데 대부분 해롭지 않다. 미국에서 한 해에 2000명 이상이 이 거미에 물린다고 보고되지만 의료 처지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고 1983년 이후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언론 허위정보는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과부거미가 “침입했다”며 공포를 부추겨 학교가 문 닫게 한 사례 말고도 어떤 사람은 집 뒤뜰에서 무해한 거미집을 토치로 그슬리다 집에 불을 내기도 했다.

마몰라는 “거미에 관한 허위정보가 대중의 거미 공포증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나아가 똑같이 독이 있지만 꿀벌과 뱀을 언론이 왜 달리 받아들이는 문제도 앞으로의 연구 과제”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2.07.02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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