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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20,000,000,000,000,000마리…읽기도 힘든 이 수, 개미였다

등록 2022-09-21 11:05수정 2022-09-21 15:46

[애니멀피플]
2경 마리…전 세계 분포지 첫 종합 추정, 땅 위에만 3000조 마리
전체 무게는 1200만t, 야생 조류·포유류 합친 것보다 많고 사람의 20%
㏊당 해마다 토양 13t 물어 올리는 ‘생태계 엔지니어’, 식물 씨앗 확산도
남미 열대림의 잎꾼개미(가위개미)가 먹이로 발효시킬 잎을 잘라 옮기고 있다. 몸집은 작지만 수가 엄청나게 많은 개미가 지구 생태계 유지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남미 열대림의 잎꾼개미(가위개미)가 먹이로 발효시킬 잎을 잘라 옮기고 있다. 몸집은 작지만 수가 엄청나게 많은 개미가 지구 생태계 유지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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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많은 고등동물은 뭘까. 개미라는 답이 어렵지 않게 나올 것이다. 수뿐 아니라 무게도 만만치 않아 세계적인 개미 연구자이기도 한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개미를 합치면 사람 전체 무게에 이를 것”이라고 ‘개미 세계여행’에 적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추정은 특정 지역의 조사결과를 지구 전체로 확장한 어림짐작이었다. 극지방을 뺀 지구 전 지역에 서식하는 개미가 각각 어디에 얼마나 사는지를 조사한 500개 가까운 기존 연구를 종합해 검토한 새로운 추정이 나왔다.

패트릭 슐테이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체계적이고 실증적으로 개미의 실태를 추정한 첫 시도에서 지구의 개미 개체수는 땅 위에 사는 3000조 마리를 포함해 나무까지 포함하면 모두 2경 마리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경은 2 뒤에 0이 16개 붙은 수이다.

극지방을 뺀 모든 대륙의 모든 생태계에 사는 개미의 정확한 개체수를 세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에릭 프랑크, 뷔르츠부르크대 제공.
극지방을 뺀 모든 대륙의 모든 생태계에 사는 개미의 정확한 개체수를 세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에릭 프랑크, 뷔르츠부르크대 제공.

개미 한 마리의 무게는 평균 1∼5㎎에 지나지 않지만 천문학적으로 수가 많다 보니 전체 무게는 1200만t에 이르렀다(마른 중량으로 탄소의 무게만 따진 것). 슐페이스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이 정도 생물량은 야생 조류와 포유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으며 인류 전체 생물량의 20%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 이뤄진 분포지 조사에서 개미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열대 사바나(33%)와 열대우림(31%)으로 열대 지역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했고 이어 온대 활엽수림(10%) 온대 초지(8%) 사막과 건조지역(7%) 등으로 나타났다.

생물량으로 따져 개미의 무게는 사람 전체의 5분의 1에 해당하며 야생 조류와 포유류를 합친 것보다 무겁다. 패트릭 슈테이스 외 (2022) PNAS 제공.
생물량으로 따져 개미의 무게는 사람 전체의 5분의 1에 해당하며 야생 조류와 포유류를 합친 것보다 무겁다. 패트릭 슈테이스 외 (2022) PNAS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 결과가 개체수 면에선 기존 추정보다 2∼2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생물량 면에선 널리 알려진 ‘사람 무게’ 만큼보다는 적게 나타났다”며 “이번 집계에서 타이가 숲과 땅속 개미가 빠져 있는 등 추산이 보수적으로 이뤄져 실제 개미의 수와 양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개미 자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 개미는 현재 1만5700여 종이 알려졌지만 그만한 규모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개미의 규모로도 이 동물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슐페이스 박사는 “땅 1㏊에 사는 개미가 1년 동안 굴을 파느라 표층으로 물어 올리는 토양의 양은 13t에 이른다”며 “개미는 토양의 영양순환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치며 식물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도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우간다 사바나의 개미탑. 개미가 땅속에서 물어 올리는 토양은 막대해 미생물 서식지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간다 사바나의 개미탑. 개미가 땅속에서 물어 올리는 토양은 막대해 미생물 서식지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끼리와 같은 대형 동물은 땅을 파헤치거나 다지고 나무를 쓰러뜨리는 등 ‘생태계 엔지니어’ 구실을 하는데 몸이 작지만 수가 많은 개미도 그런 일을 한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개미가 무척추동물 종의 1.2%를 차지하지만 생물량이 적어도 6%에 이른다”며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기능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동물과의 공생, 포식자나 먹이로서의 구실 등도 여기 포함된다.

인용 논문: Proceeding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2015501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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