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계산된 전략 구사, 먹이 따라 다른 공격법 게는 덮어서 구멍내, 새우는 은밀히 접근 재빠른 새우는 다리 꿈틀거려 주의 흩트리기도
문어의 여덟개 다리는 무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냥할 때 규칙적인 사용법을 보였다. 먹이 종류에 따라 사냥 전략도 달랐다. 픽사베이 제공.
문어가 뛰어난 인지능력을 보이는 비밀은 다리에 숨어있다. 신경세포의 3분의 2가 분포하는 여덟개의 다리는 뇌의 지시 없이도 독자적으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다(▶문어 다리엔 ‘제2의 뇌’가 숨어있다).
문어가 다양한 먹이를 사냥할 때 다리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고속촬영해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무계획적으로 움직일 거란 예상과 달리 문어는 사냥할 때 반드시 두 번째 다리를 먼저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냥감을 한쪽 눈으로만 바라보고, 먹이의 종류에 따라 계산된 전략을 동원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플레이비 바이들 미국 미네소타대 박사후연구원 등은 캘리포니아 두점박이문어를 수조에 기르면서 살아있는 게와 새우를 먹이로 준 뒤 어떤 사냥 행동을 보이는지 조사해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보고했다.
수조에 게를 떨어뜨리자 은신처에서 한눈을 빼꼼히 내다보던 문어는 두 번째 다리를 앞세워 덮쳤다. 다리 여덟 개를 벌려 다리 사이의 반투막이 마치 낙하산처럼 영문 모르는 게를 위에서 덮었다. 문어는 몸 가운데 부리로 게에 구멍을 뚫고 마비 독소를 분비한 뒤 천천히 먹는다.
꼬리지느러미로 순식간에 달아날 수 있는 새우 사냥은 더 조심스러웠다. 두 번째 다리로 슬금슬금 접근해 움켜쥐었고 첫째와 세 번째 다리가 지원했다.
연구자들은 새우 사냥 때 일부 문어가 동원하는 새로운 전략을 발견했다. 새우 앞으로 접근한 다리 하나의 끝을 흔들어 새우의 주의를 끄는 사이 재빨리 덮쳤다.
실험에 쓰인 캘리포니아 두점박이문어. 북미에 분포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 주 저자의 하나인 트레보 워딜 미네소타대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언뜻 문어의 움직임에는 규칙적인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사냥할 때는 고도로 계산된 행동을 한다. 먹이가 게냐 새우냐에 따라 동원하는 전략이 다르다”고 말했다.
사냥할 때 닥치는 대로 아무 다리나 쓰는 게 아니라 눈을 중심으로 두 번째 다리를 팔처럼 주도적으로 쓰는 것도 특이하다. 또 두 개의 둘째 다리 가운데 어느 쪽을 쓰는지는 어느 눈으로 먹이를 보느냐에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한 문어는 대개 한쪽 눈으로 사냥감을 쫓았고 나머지 눈을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눈과 가까운 둘째 다리가 사냥감을 덮치는 팔 구실을 했다.
문어는 눈을 중심으로 양쪽에 4개씩 8개의 다리가 달렸다. 사냥할 때 주로 쓰는 건 두 번째 다리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자들은 문어 다리 움직임의 규칙성을 발견한 이번 연구가 로봇 개발에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워딜 교수는 “문어는 아주 강력하다. 문을 쥐고 여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솜씨가 뛰어나다. 문어에 대해 더 배운다면 수중 차량을 만들거나 소프트 로봇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2.08.08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