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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곤충도 재미 삼아 논다…어릴수록, 수컷이 더 오래 놀아

등록 2022-10-28 11:23수정 2022-10-28 21:22

[애니멀피플]
뒤영벌 공 굴리기 실험서 확인
보상이나 생존과 무관한 데도 올라타
“곤충은 지각능력과 느낌 있는 동물”
서양뒤영벌이 나무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놀이 행동이 곤충에서 잇따라 발견돼 곤충의 지각능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사마디 갈파에쥬 외 (2022) ‘동물 행동’ 제공.
서양뒤영벌이 나무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놀이 행동이 곤충에서 잇따라 발견돼 곤충의 지각능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사마디 갈파에쥬 외 (2022) ‘동물 행동’ 제공.

두뇌가 큰 포유류나 조류 등 다양한 동물이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지만 그저 재미로 논다. 곤충 가운데는 처음으로 뒤영벌도 물건을 가지고 노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사마디 갈파에쥬 영국 런던 퀸메리대 박사과정생 등 영국 연구자들은 28일 과학저널 ‘동물 행동’에 실린 논문에서 “작은 나무 공을 이용한 실험에서 서양뒤영벌이 놀이 행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번 연구는 곤충도 일종의 지각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밝혔다. 동물의 놀이 행동은 포유류뿐 아니라 파충류, 어류와 무척추동물인 문어에서도 보고됐다.

이 대학 연구자들은 이전 연구에서 뒤영벌의 ‘축구’ 실험에서 설탕물을 보상으로 주어 훈련하면 공을 표적까지 굴려가 ‘골’을 넣을 수 있음을 보인 바 있다. 연구자들은 “그런데 그 실험을 하던 도중 뒤영벌들이 아무런 이득이 없는 데도 종종 공을 굴리는 모습을 보고 이번 연구를 하게 됐다”고 연구 동기를 밝혔다.

뒤영벌 실험 장치. 왼쪽은 설탕물과 꽃가루를 놓아둔 먹이터. 가운데는 장애물이 없는 통로와 양쪽에 배치된 나무 공 놀이방. 오른쪽은 둥지이다. 사마디 갈파에쥬 외 (2022) ‘동물 행동’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실험은 45마리의 뒤영벌을 대상으로 둥지와 먹이터를 통로로 연결한 장치에서 했다. 설탕물과 꽃가루가 놓인 먹이터로 가는 통로에는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다. 단지 통로 좌우에 나무공이 놓인 놀이방이 곁들여져 있었다.

놀랍게도 뒤영벌들은 먹이터로 가다가 옆으로 벗어나 나무 공을 굴리곤 했다. 한 번만 굴린 벌이 있는가 하면 무려 117번까지 굴려 거의 ‘중독’된 벌도 나타났다.

벌들은 날갯짓하거나 걸어 다니며 공을 굴리거나 올라타기도 했다. 연구자들이 이런 행동을 놀이로 판단한 이유는 놀이방이 먹이터로 가는 통로에서 보이지도 않는 곳이어서 일부러 찾아와야 하며, 먹이를 먹고 난 뒤에도 공을 굴리는 데서 찾았다.

공 굴리기가 먹이 찾기나 짝짓기, 청소 등 생존에 필요한 활동과도 무관했고 반복적이고 즉흥적이면서도 정형 행동과는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즐겁게 하는 행동이었다.

갈파에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뒤영벌들이 나무 공 장난감을 반복해서 가지고 노는 모습은 재밌기도 하고 압도적인 느낌을 주었다”며 “그 작은 두뇌를 가지고도 뒤영벌은 단지 로봇 이상의 존재였다”고 말했다.

뒤영벌의 놀이 시간은 흥미롭게도 어릴수록 또 수컷이 암컷보다 길었다. 어린 동물이 많이 노는 것은 포유류와 새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뇌 신경과 운동능력이 한창 발달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뒤영벌은 태어나 3∼7일 지난 어린 개체가 가장 오래 공놀이를 했다. 연구자들은 “뒤영벌도 태어난 첫 7일 동안 곤충의 뇌에 해당하는 버섯체가 발달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수컷이 암컷보다 오래 노는 데 대해서 연구자들은 “뒤영벌 수컷은 자기 배를 채우는 것 말고는 둥지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암컷은 벌통에서 하는 일이 많다”며 “자유 시간이 많은 수컷이 더 오래 노는 것”이라고 밝혔다.

꽃꿀을 먹는 서양뒤영벌. 유럽과 북아프리카에 자생하지만 화분 매개곤충으로 산업화해 세계적으로 퍼졌다. 픽사베이 제공.
꽃꿀을 먹는 서양뒤영벌. 유럽과 북아프리카에 자생하지만 화분 매개곤충으로 산업화해 세계적으로 퍼졌다. 픽사베이 제공.

연구자들은 추가 실험으로 두 가지 색깔의 방을 만들어 한가지 색깔의 방에만 나무 공을 넣었다. 나무 공을 제거한 다음 뒤영벌이 어느 방을 택하는지 보았더니 벌들은 전에 나무공이 들어있던 색깔의 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은 뒤영벌이 나무공을 굴리는 것이 다른 더 큰 목적이 아닌 놀이 자체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라르스 칙타 퀸메리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곤충의 마음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며 “곤충은 지각과 느낌이 없는 생물이라는 전통적인 사고와는 전혀 맞지 않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Animal Behaviour, DOI: 10.1016/j.anbehav.2022.08.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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