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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우영우 봐봐…대왕고래는 매일 미세플라스틱 1천만개 먹는대

등록 2022-11-07 11:07수정 2022-11-07 18:13

[애니멀피플]
하루 먹는 양 최고 44㎏, “어떤 악영향 끼칠지 아직 몰라”
수염고래 먹이활동 수심 50∼250m 미세플라스틱도 최고농도
수염고래는 ‘환경변화 파수꾼’…서해·동해·남중국해 가장 위험
크릴떼에 돌진해 220t의 물과 함께 크릴을 삼키는 대왕고래. 크릴과 함께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러미 골드보겐 외 (2017) ‘해양학 연례 리뷰’ 제공.
크릴떼에 돌진해 220t의 물과 함께 크릴을 삼키는 대왕고래. 크릴과 함께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러미 골드보겐 외 (2017) ‘해양학 연례 리뷰’ 제공.

여태껏 지구에서 살았던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가 천문학적인 수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해와 고산, 인체 장기에서도 검출되는 보편적인 오염물질인 미세플라스틱이 대형고래에 더 큰 위협을 주고 있다.

쉬렐 카하네-라포트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튼 캠퍼스 박사과정생 등 미국 연구자들은 수염으로 크릴이나 작은 물고기를 걸러 먹는 대형고래의 미세플라스틱 섭취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해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미세플라스틱 조각과 끈이 든 크릴과 작은 물고기를 섭취하는 수염고래 개념도. 쉬렐 카하네-라포트 외 (2022)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미세플라스틱 조각과 끈이 든 크릴과 작은 물고기를 섭취하는 수염고래 개념도. 쉬렐 카하네-라포트 외 (2022)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연구자들은 2010∼2019년 동안 대왕고래, 큰고래, 혹등고래 등 수염고래 191마리를 위성 추적하는 한편 수중 음파 측정기와 드론 등을 이용해 고래가 어느 수심에서 먹이활동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먹이의 수심별 분포와 밀도가 어떤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 고래는 주로 수심 50∼250m 수역에서 먹이활동을 했는데 이곳은 대양 표층 생태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가장 높은 곳과 일치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대왕고래의 먹이인 크릴. 하루에 1t 이상을 먹는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대왕고래의 먹이인 크릴. 하루에 1t 이상을 먹는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특히 지구 역사상 최대 동물로 크릴 떼를 향해 입을 80도 각도로 벌리고 돌진해 220t의 물과 함께 크릴을 삼킨 뒤 수염으로 걸러 먹는 대왕고래는 하루 1000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교신저자인 매튜 사보카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은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수염고래는 거대한 크기와 달리 먹이사슬의 밑바닥에 위치해 물속 플라스틱과 가깝다”며 “거기엔 크릴이 플라스틱을 먹고 고래는 크릴을 먹는 하나의 연결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크기가 대왕고래에 버금가는 큰고래(긴수염고래)는 크릴과 물고기를 모두 먹는데 하루 300만개에서 1000만개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을 삼키며 혹등고래는 크릴을 먹는 개체는 하루 100만개를 섭취하지만 청어와 멸치를 먹는 개체는 하루 20만개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래는 미세플라스틱의 99% 이상을 물과 함께 먹는 게 아니라 먹이인 크릴을 통해서 섭취한다고 논문은 적었다.

청어나 멸치 떼를 물방울로 몰아 한꺼번에 삼키는 혹등고래 무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청어나 멸치 떼를 물방울로 몰아 한꺼번에 삼키는 혹등고래 무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 조사를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했는데 “플라스틱 오염이 심한 바다에서 고래가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계속 증가해 이로 인한 위험이 가장 큰 바다로 연구자들은 서해, 동해, 남중국해를 꼽았다.

이번에 고래의 플라스틱 섭취량을 조사한 이유 중 하나는 “섭취량을 알아야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데 이제까지 그에 관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 저자인 카하네-라포트는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고래의 위 내벽에 손상을 일으키거나 혈관을 통해 유해화학물질이 섭취될 수 있지만 그대로 배설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잘 모른다”고 말했다.

대왕고래는 길이 30m 무게 200t에 이르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대왕고래는 길이 30m 무게 200t에 이르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분명한 건 아무런 영양분도 없는 플라스틱 조각이 위 공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대왕고래가 하루에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양은 2.51∼43.6㎏일 것으로 추정했다. 카하네-라포트는 “플라스틱을 먹은 크릴에 기름 함유량이 떨어질 수 있고 물고기도 단백질이나 지방 함량이 적을 수 있다”며 “만일 그렇다면 고래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돌진을 하고도 더 적은 칼로리만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제러미 골드보겐 스탠퍼드대 교수는 “수염고래처럼 막대한 양의 바닷물을 걸러 먹는 대형 섭식 여과 동물은 미세플라스틱 오염 같은 환경변화를 최일선에서 맞닥뜨리는 파수꾼과 같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2-33334-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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