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길고 뾰족한 뉴기니의 피노키오개구리. 청개구리의 일종으로 번식기에 암컷을 유혹할 때 긴 코를 곧추세운다. 팀 라만 제공.
개구리, 청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개구리 하면 떠오르는 종은 이 정도이다. 우리나라 전체에 20종이 안 된다. 그러나 남한의 8배가 조금 안 되는 뉴기니에 사는 개구리는 534종에 이른다. 사는 방식과 형태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청개구리의 일종인 피노키오개구리는 나무인형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고 오뚝하다. 짝짓기 철 암컷을 유혹할 때 수컷은 코를 세운다.
뉴기니의 고산지대에 사는 활공개구리는 뒷다리의 큰 물갈퀴를 펼치고 나뭇가지 사이를 활공해 이동한다. 스티븐 리처즈 제공.
이 개구리와 같은 산악지대에 사는 활공개구리는 커다란 뒷다리 물갈퀴를 펼쳐 글라이더처럼 나뭇가지에서 다른 나뭇가지로 활공한다. ‘해리포터’의 마법 과자를 떠올리게 하는 초콜릿개구리를 포함해 이 섬에 사는 청개구리만 200종이 넘는다.
세계 최대 열대 섬인 뉴기니를 중심으로 한 남태평양의 멜라네시아가 세계 양서류 다양성의 중심지(핫 스폿)이며 아직 원형이 잘 유지되고 있어 적절한 보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폴 올리버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대 박사 등 국제연구진이 10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뉴기니에서 발견된 초콜릿개구리.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과자를 떠올리게 한다. 스티븐 리처즈 제공.
연구자들은 세계 육지 면적의 0.7%에 지나지 않는 멜라네시아에 세계 개구리 종의 7%가 살고 있으며 2000년 이후 연평균 13종의 새로운 개구리 종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리버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지난 20년 사이 발견된 종이 전체의 40%에 이르며 200종 가까이는 과학자에게 알려졌지만 아직 학술지에 정식으로 등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개구리 종은 700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개구리 종의 97% 이상이 세계 다른 곳에는 서식하지 않는 이 지역 고유종이다. 세계적으로 개구리의 핫 스폿으로 꼽히는 마다가스카르에는 약 370종, 보르네오 섬과 카리브 해에는 각각 약 200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뉴기니 개구리의 형태와 행동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척추동물의 하나인 파푸아뉴기니의 개구리 코에로프리네 그라실로스트리스. 길이가 1.3∼1.5㎝이다. 스티븐 리처즈 제공.
세계에서 가장 작은 척추동물의 하나인 파푸아뉴기니의 고유종 개구리는 길이가 1.4㎝에 지나지 않는다. 낙엽 속에 살면서 길고 뾰족한 코로 미소 토양 벌레를 잡아먹으며 밤에 높은 주파수로 울어 곤충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 섬에 사는 한 개구리는 암컷이 수컷보다 40배나 무거워 오랫동안 둘이 같은 종인지 몰랐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 개구리의 60% 가까이 차지하는 맹꽁이과 개구리들은 알에서 올챙이를 거쳐 성체로 자라는 정상적인 변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문은 “이런 직접 발생이 멜라네시아의 개구리 다양성을 폭발적으로 늘린 핵심 요인”이라고 적었다. 직접 발생 말고도 수컷 개구리가 수정란이나 올챙이 또는 새끼 개구리를 배에 매달거나 등에 지고 다니며 지키는 독특한 부성애를 보이기도 한다.
올챙이를 안고 다니는 개구리. 웅덩이 없이도 번식하는 개구리가 뉴기니에 많다. 스티븐 리처즈 제공.
웅덩이나 개울에 알을 낳으면 홍수 때 떠내려가 종의 분포지가 확산하지만 직접 발생은 서식지를 좁혀 고립에 의한 새로운 종의 출현을 재촉한다. 연구자들은 또 해수면부터 1000m가 높은 고산지대까지 지형이 다양하고 토양이 비옥한 뉴기니의 자연환경이 개구리 다양화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개구리는 서식지 상실과 감염병 확산으로 힘든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백종이 멸종했고 전체의 30%가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견줘 멜라네시아에서는 아직 멸종한 종이 없고 멸종위기종도 전체의 6%에 지나지 않는다.
공동연구자인 데버러 바우어 오스트레일리아 뉴잉글랜드대 박사는 “세계 곰팡이를 멸종사태에 몰아넣은 항아리곰팡이는 아직 뉴기니에 오지 않았다”며 “그러나 뉴기니의 많은 개구리 종이 좁은 서식지에 살기 때문에 지역적인 산림 벌채와 같은 교란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또 고산지대의 특이한 개구리들은 기후변화가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Communications Biology, DOI: 10.1038/s42003-022-04105-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