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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동생, 얼른 와서 먹어…개미 사회 유지시키는 ‘우유’ 같은 이것

등록 2022-12-05 11:08수정 2022-12-06 18:15

[애니멀피플]
번데기 분비물이 애벌레-번데기-성체 잇는 ‘사회적 접착제’ 구실
애벌레가 못 먹으면 성장 못 해 사망, 번데기에서 제거 안 하면 익사
애벌레와 번데기를 돌보는 복제 침입종 개미 무리. 오른쪽 개미가 갓 태어난 애벌레를 번데기 위에 올려 분비물을 먹도록 하고 있다. 다니엘 크로나우어 제공.
애벌레와 번데기를 돌보는 복제 침입종 개미 무리. 오른쪽 개미가 갓 태어난 애벌레를 번데기 위에 올려 분비물을 먹도록 하고 있다. 다니엘 크로나우어 제공.

개미 연구의 역사는 100년이 넘지만 주 관심 대상은 사냥하고 번식하고 전쟁하는 성체였다. 굴속에서 꼼짝 않고 성체의 돌봄을 받는 애벌레와 번데기에 개미 사회의 비밀이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

오를리 스니르 미국 록펠러대 박사후연구원 등은 성체가 되기 직전의 개미 번데기가 포유류의 우유처럼 영양가가 풍부한 액체를 다량 분비하고 이를 신생아에 해당하는 애벌레와 성체 개미가 즉시 섭취한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개미 우유’를 먹지 않으면 애벌레는 성장이 멈춰 죽고 성체와 애벌레가 우유를 제거하지 않으면 번데기도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번데기가 분비하는 액체는 무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며 “애벌레에서 번데기와 성체에 이르는 발달 단계를 넘어 개미 무리를 결속시키는 새로운 사회적 상호관계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개미굴 속에서 개미들은 애벌레와 번데기를 끊임없이 손보고 옮기며 쌓아놓는다. 번데기의 분비물은 나오는 즉시 개미가 제거하기 때문에 번데기는 늘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한다. 개미 연구가 처음인 스니르 박사는 무리에서 번데기만 따로 떼어내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돌보지 않은 번데기는 온도와 습도가 적당해도 종종 죽었다. 분비하는 액체가 너무 많아 바로 제거해 주지 않으면 번데기는 익사했고 죽지 않아도 곰팡이에 감염돼 결국 죽었다.

꿀단지개미가 번데기로부터 분비물을 먹고 있다. 식용색소가 번데기로부터 개미 위장으로 이동한 모습이 보인다. 다니엘 크로나우어 제공.
꿀단지개미가 번데기로부터 분비물을 먹고 있다. 식용색소가 번데기로부터 개미 위장으로 이동한 모습이 보인다. 다니엘 크로나우어 제공.

연구자들이 번데기의 분비물을 식용색소로 물들여 실험했더니 분비물이 번데기에서 성체와 애벌레로 이동하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성체는 분비물을 탐욕스럽게 먹었고 애벌레를 번데기 위로 옮겨 분비물을 빨아 먹도록 하기도 했다.

애벌레는 알에서 깬 첫 나흘 안에 이 분비물을 먹지 못하면 자라지 못하고 결국 죽고 말았다. 교신저자인 다니엘 크로나우어 록펠러대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갓 부화한 애벌레는 마치 신생아의 모유처럼 번데기 분비물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성체가 분비물로부터 무엇을 얻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코로나우어 교수는 “대사와 생리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분비물은 번데기가 자라면서 낡은 겉껍질을 녹여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곤충은 탈피한 물질을 새로운 몸체를 만드는 데 재활용하지만 개미는 동료와 공유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분비물은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등 영양분이 풍부했는데 호르몬과 신경정신 약물 성분 그리고 꿀벌의 로열젤리 성분도 들어있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새끼를 돌보는 인센티브인 분비물은 개미 사회에서 세대를 넘어서는 사회적 접착제로 작용하는 셈이다.

개미는 늘 번데기와 애벌레를 돌보고 움직이느라 바쁘다. 이 과정에서 번데기의 분비물을 즉시 제거하는 사실은 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니엘 크로나우어 제공.
개미는 늘 번데기와 애벌레를 돌보고 움직이느라 바쁘다. 이 과정에서 번데기의 분비물을 즉시 제거하는 사실은 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니엘 크로나우어 제공.

이번 연구에서 실험대상은 아시아 원산인 복제 침입개미였다. 연구자들은 다른 주요 4개 아과에 속하는 개미에서도 번데기의 분비물을 먹는 행동을 확인해 이런 행동이 개미 사회에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크로나우어 교수는 “이런 행동이 개미 진화의 초창기에 한 번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미는 무리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조화를 이룬 초유기체로 불린다. 개미 하나하나는 세포들이 조직과 소통하는 것과 비슷하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번에 발견된 번데기 분비물은 장기간의 대사와 행동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소통 수단이다.

스니르 박사는 “번데기의 사회적 분비물은 개미 사회가 상호작용하는 핵심적이면서 간과됐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포유류 이외에도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동물에는 비둘기, 산바퀴, 일부 거미 등이 알려져 있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2-05480-9. 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5480-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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