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이야노스에서 연합을 이룬 수컷 2마리가 다른 재규어 영역에 침입하고 있다. 이들은 경쟁자를 함께 추격해 살해하기도 했다. 판테라 제공.
야생 고양잇과 동물은 외톨이 사냥꾼으로 알려졌지만 미주 최대 고양잇과 포식자인 재규어에서 수컷끼리의 연합과 협력 행동이 흔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자와 치타에서 드러난 사회적 행동이 대형 고양잇과 동물에 더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옙제에프스키 베네수엘라 과학연구소 연구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행동생태학 및 사회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먹이를 확보하고 암컷과 짝짓기 기회를 늘리며 영역을 지키고 넓히기 위해 야생 수컷 재규어끼리 연합해 협력하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고양잇과 대형 포식자 가운데 사자와 치타가 예외적으로 사회적 연대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자는 친척 관계이거나 무관한 2∼7마리의 수컷이 협력해 다른 수컷과 싸워 무리를 차지해 암컷과 함께 지키며, 치타는 2∼3마리의 수컷이 단짝이 되어 먹이와 짝짓기 기회를 찾는다. 그러나 호랑이, 표범, 재규어 등 다른 대형 고양잇과 맹수는 홀로 넓은 영역을 지키며 다른 수컷이 접근하면 내쫓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베네수엘라 이야노스와 브라질 판타날의 재규어 서식지에서 수행된 5개 연구에서 무인카메라와 지피에스 원격추적, 직접 관찰 등으로 확보한 데이터 7062개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105건에서 수컷 2마리가 함께 목격됐는데 70건에서 둘의 관계가 협력과 연합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개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판타날의 재규어 수컷 2마리는 8년 동안이나 안정적인 동반관계를 유지하면서 영역을 함께 순찰하고 서로 소리로 소통했으며 죽인 사냥감 맥을 함께 먹었다. 나란히 누워 평화롭게 쉬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야노스의 재규어 수컷 2마리도 7년 이상 연합해 여러 마리의 암컷과 성공적으로 짝짓기했다.
연합한 수컷 재규어의 다양한 행동. 다른 수컷을 힘을 합쳐 쫓기도 하고(b)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c, e) 물고기를 함께 사냥하기도 했다(d). 블라디미르 옙제에프스키 외 (2022) ‘행동생태학 및 사회생물학’ 제공.
세계적 고양잇과 동물 보전단체인 판테라의 재규어 프로그램 전문가인 앨리슨 데블린 박사는
이 단체 보도자료에서 “이번에 밝혀진 사실은 재규어는 먹이나 짝, 영역을 더 많이 차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다른 수컷과 연합하고 협력하며 심지어 전에 경쟁하던 상대와도 장기간의 안정적인 유대 관계를 맺기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연합한 재규어 수컷의 행동유형은 사자나 치타 수컷 연합과 비슷했다고 밝혔다. 함께 순찰하며 오줌으로 영역표시를 하고, 다른 수컷의 영역을 침범하며, 다른 재규어를 함께 추격해 죽이고, 먹이를 나누었다.
사자나 치타와 달리 함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암컷을 도와 새끼를 기르는데 참여하지 않는 것은 차이였다. 최대 2마리까지만 연합하고 형제 사이가 아닌 무관한 수컷끼리 모이는 점도 달랐다. 데블린 박사는 “재규어의 비밀스러운 삶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았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재규어가 연합을 이루는 원동력은 풍부한 먹이와 암컷의 밀집도라고 밝혔다. 논문은 “암컷의 영역이 좁아서 결과적으로 밀도가 높은 곳일수록 수컷이 연합하는 예가 많았다”고 적었다. 연구자들은 “사자와 치타 그리고 이번에 밝혀진 재규어와 유사하게 다른 야생 고양잇과 동물도 사회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주 열대림의 최상위 포식자인 재규어를 보전하는 것은 이 지역 생태계를 지키고 기후변화를 막는 데도 중요하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청 제공.
재규어 서식지는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까지로 미주의 열대림 분포지와 일치한다. 이 포식자의 서식지를 지키는 것은 열대림 보호와 이산화탄소 흡수원 보전으로 이어진다. 재규어는 역사적 서식지의 50%에서 절멸했다. 고양잇과 맹수 가운데 재규어는 사자와 가장 가까우며 150만년 전 다른 종으로 분화해 진화했다.
인용 논문:
Behavioral Ecology and Sociobiology, DOI: 10.1007/s00265-022-0323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