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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개 품종은 ‘외모 아닌 쓸모’가 갈랐다

등록 2022-12-19 11:39수정 2022-12-19 23:17

[애니멀피플]
160년 동안 350품종 만든 토대는 고대 개 10개 계열
계열마다 행동 특성 달라, 공통의 유전적 변이
양치기 개는 새끼 끌어모으는 어미의 본능과 유사
개 품종에는 수백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외형이 아니라 행동 특성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 품종에는 수백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외형이 아니라 행동 특성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산악지대 구조견으로 쓰이는 세인트버나드 품종의 개가 90㎏에 이르는 한편 다 자라도 2㎏이 안 되는 치와와가 있는 등 350개 개 품종은 저마다 형태가 다르다.

그러나 개 품종의 기원은 지난 160년 동안 주로 외모를 중심으로 이뤄진 육종이 아니라 수천 년 전 다양한 용도로 개를 활용하기 위해 행동 특성을 선택했기 때문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에밀리 더트로 미국 국립 인체 게놈연구원 박사후연구원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개의 다양한 행동은 현대의 품종 형성 훨씬 전에 이미 형성됐다”며 “뇌 발달과 관련한 유전적 변이가 특정 임무에 적합한 품종으로 구분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1880년 출판된 생활백과사전에 나온 다양한 품종의 개 그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880년 출판된 생활백과사전에 나온 다양한 품종의 개 그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교신저자인 엘에인 오스트란더 국립 인체 게놈 연구원 박사는 “인류가 수행한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적인 유전자 실험은 개 350개 품종을 창조한 것”이라며 “인류는 양을 몰고, 집을 지키고, 사냥에 쓰려고 개를 키웠는데, 사실 우리의 생존을 긴밀하게 개에 의존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를 기를 때는 개의 행동적 특성뿐 아니라 미적, 형태적 형질도 고려하기 때문에 개의 특정 행동을 유전적으로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개 4000여 마리의 유전체를 해독해 도출한 개의 10개 계열. 수천 년 동안 개의 행동 특성에 따라 이용한 결과이다. 에밀리 더트로 외 (2022) ‘셀’ 제공.
개 4000여 마리의 유전체를 해독해 도출한 개의 10개 계열. 수천 년 동안 개의 행동 특성에 따라 이용한 결과이다. 에밀리 더트로 외 (2022) ‘셀’ 제공.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200개 품종 이상의 개와 들개, 늑대 등 4000여 마리의 갯과 동물의 유전체를 분석해 개는 근본적으로 비슷한 임무를 하도록 개량된 10가지 계열로 나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쥐 등을 사냥해 죽이기 위해 개발한 테리어 계열을 비롯해 리트리버, 포인터-스패니얼, 양치기 개, 후각 수렵견, 시각 수렵견, 썰매 개, 아시아의 스피츠 등이 포함된다.

연구자들은 “각 계열은 역사적으로 냄새나 시각으로 사냥하고 가축을 지키거나 모는 임무에 쓰인 특정 품종의 범주와 일치한다”며 “비슷한 임무에 적합한 공통의 유전자가 있음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자기 개의 행동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인 개 소유주 4만6000명이 순종 품종견을 관찰한 결과를 활용했다.

10개 계열의 개들은 독특한 행동 경향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양치기 개와 테리어, 후각 수렵견은 모두 소음과 낯선 물체를 두려워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특성은 이들이 환경 자극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길러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19년 그림책에 나온 다양한 테리어 품종. 작고 용감한 개로 해로운 동물을 잡아 죽이는 용도로 개발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919년 그림책에 나온 다양한 테리어 품종. 작고 용감한 개로 해로운 동물을 잡아 죽이는 용도로 개발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해로운 동물을 잡아 죽이는 용도로 개발된 테리어는 양치기 개보다 추격해 공격하는 성향이 뚜렸했지만 훈련성은 떨어졌다. 후각 수렵견도 훈련성이 낮았다. 이는 사냥감을 독자적으로 냄새를 통해 추적하는 성향이 강화돼 사람이 제공하는 단서보다는 직감에 의존해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품종 특유의 행동이 가장 두드러지는 양치기 개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양치기 개는 공격성이 낮고 훈련이 잘되며 본능적으로 가축을 모은다. 심지어 장난감이나 어린아이들도 한데 모으려 한다.

연구자들은 양치기 개의 뇌에서 뉴런의 연결성을 높이는 유전적 변이를 발견했다. 또 사회적 인지와 학습된 공포반응과 관련된 뇌 영역이 발달하도록 돕는 유전자가 풍부했다.

흥미롭게도 양치기 개의 행동은 새끼가 흩어지지 않도록 끌어모으니 쥐 어미의 불안 관련 신경 경로와 비슷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양치기 개가 주어진 일에 고도로 집중하고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 떼 위로 다니며 무리를 모으는 호주의 목양견 켈피. 마틴 포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양 떼 위로 다니며 무리를 모으는 호주의 목양견 켈피. 마틴 포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10개 개 계열이 다른 유전자를 지녀서가 아니라 특정 유전자가 발현하도록 조절하는 변이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의 뇌 발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더트로 박사는 국립 인체 게놈연구원 보도자료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주요 개 계열에서 나타나는 유전체 변화 상당수가 현생 늑대에서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사실”이라며 “인류가 개의 야생 조상에서 이런 변이를 재활용해 특정한 임무에 적합한 독특한 품종의 개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Cell, DOI: 10.1016/j.cell.2022.11.00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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