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은엄니코끼리는 80만∼10만년 전 유럽과 서아시아에 살았던 무게 13t의 당시 최대 육상동물이다. 유럽 중부에서 네안데르탈인이 2000년 이상 이들을 사냥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루츠 킨들러 제공.
홍적세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큰 동물은 매머드가 아니라 키 4m에 수컷은 무게 13t에 이르렀던 곧은엄니코끼리였다. 간빙기였던 12만5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이 멸종한 고대 코끼리를 주기적으로 사냥해 집단 거주했다는 사실이 독일에서 발굴된 곧은엄니코끼리 70여 마리의 골격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사빈 가우진스키-빈트호이저 독일 마인츠 요하네스 구텐버그 대 교수 등은 2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어드밴시스’에 실린 논문에서 소수의 떠돌이 사냥꾼이라는 통념과 달리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코끼리의 3배 크기인 고대 코끼리를 사냥하고 얻은 고기를 처리해 저장하는 반 정주문화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동안 곧은엄니코끼리의 골격과 네안데르탈인의 석기가 종종 함께 출토돼 이들이 코끼리를 사냥했는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죽은 개체를 먹었는지가 논란거리였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골격에 남은 석기로 자른 다양한 흔적과 발굴된 코끼리의 연령과 성별 등을 분석해 사냥한 동물임이 드러났다.
사빈 가우진스키-빈트호이저 박사가 곧은엄니코끼리의 넓다리뼈(대퇴골) 골격에서 석기로 인한 타격 자국을 조사하고 있다. 루츠 킨들러, 아에프페(AFP) 연합 제공.
연구에 참여한 빌 후브룩스 네덜란드 레이든 대 교수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인류 진화에서 코끼를 사냥한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네안데르탈인은 이 거대한 동물을 사냥해 도축하는 것이 생계활동의 일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독일 중부 할레 인근의 인공호수로 변한 채석장에서는 1980년대에 곧은엄니코끼리 골격이 다수 발굴됐다. 연구자들은 뼈에 남은 석기로 자르거나 내리친 흔적을 상세히 분석해 지방이 풍부한 발바닥과 두개골 등의 부위에 집중적으로 타격 흔적이 생긴 것 등 갓 죽인 코끼리에서 신속하게 고기를 저며낸 증거를 찾았다.
곧은엄니코끼리 뒤꿈치뼈에 남은 석기 자국. 빌 후브룩스, 아에프페(AFP) 연합 제공.
자른 흔적이 남은 코끼리가 대부분 성체 수컷이란 점도 사냥임을 뒷받침했다. 후브룩스 교수는 “어리거나 늙은 개체는 종종 병이나 굶주림으로 죽지만 건장한 수컷 성체는 가장 큰 먹잇감이어서 사냥꾼의 표적이 된다”며 “무리 생활을 하는 암컷과 새끼와 달리 수컷 성체는 외톨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진흙 구덩이나 함정에 몰아 사냥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거대한 코끼리를 사냥해 얻은 막대한 고기를 어떻게 처리했을지에 주목했다. 아프리카코끼리의 해체 사례 등에 비춰 무게 10t의 코끼리를 처리하려면 25명으로 이뤄진 집단이 3∼5일 동안 작업해야 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이렇게 얻은 고기는 칼로리로 따져 100명이 한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골격이 발굴된 양상을 보면 네안데르탈인은 5∼6년에 한 번 거대 코끼리를 사냥하고 그사이에는 사슴, 멧돼지, 야생말 등 다른 포유동물을 잡았을 것이다. 발굴 지역에서 네안데르탈인은 2000∼4000년 동안 사냥 흔적을 남겼다.
곧은엄니코끼리의 공격 화석.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브리트 스타르코비치 독일 튀빙겐대 고생물학자는 이 논문에 대한 논평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아픈 사람을 돌보고 죽은 사람을 매장하며 상징적 표상물을 만드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제 식품을 처리해 저장하고 우리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큰 집단을 이뤄 종종 반 정주생활을 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코끼리 골격 발견지점에서 검출한 숯이 도축한 고기를 말려 보관하기 위해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타르코비치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은 잡은 코끼리 고기를 말리고 얼리고 보관하는 문화적 지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한 장소에 여러 달 머물거나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 사회적, 문화적, 유전적 교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인용 논문: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dg6072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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