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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소리로 소통 하는 대왕고래, 지진엔 개의치 않고 음향탐지기엔 민감

등록 2023-02-09 11:23수정 2023-02-10 12:08

[애니멀피플]
뉴질랜드서 6달 동안 지진 32번 날 때 고래 소리는 ‘불변’
오랜 진화과정서 익숙, 오히려 소나 등 인위적 소음에 민감
코끼리도 지진파 생성해 장거리 소통, 사람 진동이 방해
지구에 살았던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는 익숙한 지진 소음에는 대범했지만 인위적 소음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지구에 살았던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는 익숙한 지진 소음에는 대범했지만 인위적 소음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 국립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큰 지진이 나기 직전 새떼가 날고 심해어인 산갈치가 해변에 나오는 등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주목받지만 지진과 관련 있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야생동물이 진화과정에 익숙해진 지진보다는 사람이 내는 낯선 소음과 진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다.

돈 발로 미국 오리건 주립대 박사 등 이 대학 연구진은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 사이 해역에서 대왕고래를 연구해 왔다. 이곳은 호주판과 태평양판의 경계로 지진이 잦은데 대왕고래의 주요한 먹이터로 연중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이 해역 5곳에 설치한 수중 청음장치로 고래가 지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2016년 1∼6월 동안 조사했다. 고래 소리와 지진파는 주파수대가 비슷해 고래가 지진을 감지해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 조사 기간에 모두 32회에 걸쳐 규모 3∼4.5의 지진이 일어났지만 대왕고래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먹이와 짝을 찾는 소리를 냈다.

대왕고래가 먹이활동 때 내는 신호(D call)와 수컷이 암컷을 향해 부르는 노래(song)는 지진(네모)이 와도 크기와 빈도가 변함없이 계속됐다. 돈 발로 외 (2022) ‘왕립학회 공개과학’ 제공.
대왕고래가 먹이활동 때 내는 신호(D call)와 수컷이 암컷을 향해 부르는 노래(song)는 지진(네모)이 와도 크기와 빈도가 변함없이 계속됐다. 돈 발로 외 (2022) ‘왕립학회 공개과학’ 제공.

대왕고래는 수컷이 암컷을 향해 내는 노래와 먹이활동을 할 때 소통하기 위해 암·수가 모두 내는 신호 등 2가지 소리를 낸다. 조사 결과 지진 전후 2시간 동안 고래가 내는 노래와 신호의 크기와 빈도에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자연적으로 수시로 발생하는 큰 소음원인 지진에 대해 대왕고래가 아무런 음향학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이 지역에 진화적 시간에 걸쳐 종종 발생해 온 지진 소음에 대왕고래가 익숙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논문에 적었다.

지진에 대범한 대왕고래이지만 인위적 소음에는 민감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연안 대왕고래를 대상으로 한 2019년 ‘실험생물학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군사용 음향탐지기 소음을 들려주자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 잠수 깊이를 바꾸고, 소음원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도망쳐 먹이활동을 중단하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앞바다의 해군 함정과 대왕고래. 함정이 내는 음파탐지기 소리에 고래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샌디에이고 앞바다의 해군 함정과 대왕고래. 함정이 내는 음파탐지기 소리에 고래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인위적 소음의 크기는 자연소음을 훨씬 능가하지만 규제는 느슨하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은 해양 포유류에게 위해를 끼치는 소음도를 충격음은 160㏈부터로 규정했다. 2016년 뉴질랜드 카이코우라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 때 소음도는 124㏈이었다.

고래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인위적 소음원은 군사용 음파탐지기, 석유나 가스 탐사, 수중 폭파, 선박 운항 등이며 대왕고래는 먹이활동 중단이나 유영속도 증가, 소리의 빈도·크기 증가 또는 중단 등의 반응을 보인다.

코끼리가 낮고 무거운 우르릉 하는 소리는 일종의 지진파를 생성해 지표를 통해 아주 먼 거리로 전파된다. 인위적 소음은 이를 방해한다. 로비 라바노프스키 제공.
코끼리가 낮고 무거운 우르릉 하는 소리는 일종의 지진파를 생성해 지표를 통해 아주 먼 거리로 전파된다. 인위적 소음은 이를 방해한다. 로비 라바노프스키 제공.

한편 코끼리도 일종의 지진파로 소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연히 지진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에 민감할 테지만, 그와 관련한 연구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대왕고래와 마찬가지로 인위적 소음이 ‘발로 듣는’ 코끼리의 소통을 방해한다.

베스 모티머 영국 브리스톨대 생물학자 등은 2018년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지진파를 이용해 케냐의 야생 코끼리가 내는 진동을 측정해 코끼리의 행동을 알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코끼리는 코 트럼펫 소리로 먼 거리까지 소리를 전파하지만 이 연구로 소리 못지않게 진동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코끼리가 내는 낮고 무거운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땅표면을 통해 6.4㎞까지, 빠른 걸음의 진동은 3.6㎞까지 전파된다고 밝혔다. 특히 저주파 소리가 생성하는 지진파는 소리보다 멀리 전달되는 효과적인 소통수단이지만 석유탐사, 중장비와 자동차 진동 때문에 방해받는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논문: Roya Sc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220242,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DOI: 10.1242/jeb.19063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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