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년 전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라시아에 진출한 현생인류는 계절에 따른 극심한 밤과 낮 길이 변화에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이미 적응을 마친 네안데르탈인과 교잡을 이루기 전까지는 아침형 인간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점점 일찍 밝아오는 아침에도 늦지 않고 직장이나 학교에 갈 수 있게 된 건 멸종한 고인류 네안데르탈인 덕분일지 모른다.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 고위도로 진출한 현생인류가 그보다 수십만 년 전 먼저 계절과 밤낮의 변화에 적응한 고인류로부터 교잡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유전적 변이를 획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존 카프라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교수 등은 15일 출판 이전의 논문 공유 서버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게놈을 비교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3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현생인류는 7만년 전 유라시아에 진출했다. 고위도인 유라시아는 아프리카에 견줘 낮이 길고 더운 여름과 해가 일찍 지고 추운 겨울 등 전혀 새로운 환경이었다.
네안데르탈인 여성 상상도. 현생인류는 이들과 만나 자식을 낳았고 일부 유용한 형질을 물려받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현생인류보다 먼저 아프리카를 나와 유라시아에서 40만년을 살아온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등 고인류는 새 환경에 이미 적응했다. 연구자들은 현생인류가 이들 고인류와의 교잡을 통해 낯선 환경에 적응할 유전적 형질을 획득했음을 기계학습을 이용한 염기해독 방법을 통해 밝혔다.
사람은 잠자고 활동하는 주기를 조절하는 체내 시계를 갖추고 있다.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을 결정하는 데는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 형질도 상당 부분 작용한다.
연구자들은 “네안데르탈인 게놈에서 28개의 일주기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 가운데 16개가 현생인류에게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특히 교잡이 일주기성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아침형 인간을 늘리는 것”이라며 “고위도로 이주하면서 빛과 온도 변화에 따라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은 초파리에서 확인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의 교잡을 통해 온도와 햇빛의 일변화에 적응하는 형질을 얻었다. 교잡이 이뤄진 지역적 분포(A)와 시기(B)를 보여준다. 케일라 벨라스케스-아르셀레이 외 (2023) ‘바이오아카이브’ 제공.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교잡은 약 6만년 전에 이뤄졌고 그 영향으로 현생인류의 게놈의 약 2%(1∼4%)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네안데르탈인과 그보다 조금 뒤인 데니소바인과의 교잡으로 현생인류는 티베트 인이 고산지대에서 고산증을 앓지 않도록 하는 헤모글로빈 변이를 비롯해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면역 저항성, 피부 색깔, 지방 조성 등의 변화를 일으키는 형질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인용 논문: BioRxiv, DOI: https://doi.org/10.1101/2023.02.03.527061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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