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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뻐꾸기 알 피하려 사람 곁으로 온 제비·딱새

등록 2023-02-21 10:46수정 2023-02-21 16:15

[애니멀피플]
‘둥지 틀 곳 없어서’ 통념과 달리 탁란 기생 때문 밝혀져
뻐꾸기 소리 녹음해 들려주자 실내 둥지 3배 늘어
제비, 개개비도 마찬가지…진화 군비경쟁에 ‘인간 방패’
경기도 안산시 안산 갈대습지공원에서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 새(오른쪽)가 몸집이 훨씬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다. 탁란은 숙주 새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동원된다. 안산/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경기도 안산시 안산 갈대습지공원에서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 새(오른쪽)가 몸집이 훨씬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다. 탁란은 숙주 새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동원된다. 안산/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딱새, 제비, 개개비 등 일부 작은 새들은 담벼락이나 쌓아놓은 장작더미 틈 심지어 실내로 들어와 헛간의 선반 구석이나 자동차 내부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왜 이 새들은 인가 근처나 실내에서 번식할까.

흔히 도시화에 따라 새들이 둥지 틀 곳이 줄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믿지만 실은 탁란 기생을 하는 뻐꾸기를 피하기 위한 행동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뻐꾸기는 딱새, 개개비,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의 둥지에 자기 알을 몰래 낳는데, 깨어난 뻐꾸기 새끼가 숙주의 알이나 새끼를 모두 제거하고 어미의 돌봄을 독점한다. 숙주 새는 제 자식을 잃는 동시에 천적의 새끼를 정성껏 기르는 이중의 타격을 받는다.

스님들이 하안거에 들어간 사이 목탁 속에 딱새가 둥지를 틀었다. 연합뉴스
스님들이 하안거에 들어간 사이 목탁 속에 딱새가 둥지를 틀었다. 연합뉴스

덩 원홍 베이징사범대 교수 등 중국과 독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딱새가 인가 근처나 실내에서 번식하는 이유가 뻐꾸기의 탁란을 막기 위해서임을 현지 관찰과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중국 동북부에서 2018∼2021년 사이 딱새 둥지 490곳을 조사했는데 15.3%인 75곳이 뻐꾸기의 탁란 기생을 당했다. 탁란이 벌어진 둥지는 건물 밖이 건물 안보다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딱새 수컷.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보는 텃새이며 동북아에 분포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딱새 수컷.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보는 텃새이며 동북아에 분포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또 건물 밖에서도 둥지가 건물에서 멀어질수록 탁란을 당하는 비율이 높았다. 연구자들은 “분홍빛 알보다 푸른 색 알이 탁란에 더 쉽게 노출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알 색깔 차이보다 사람과의 거리가 탁란에 훨씬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 딱새는 봄과 초여름 두 차례에 걸쳐 번식하는데 뻐꾸기는 두 번째 산란 때에야 월동지에서 돌아온다. 연구자들은 뻐꾸기가 없는 1차와 탁란 위험에 놓이는 2차 산란이 인가와 둥지 사이 거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2차 산란은 1차에 견줘 건물 안에 둥지를 트는 사례가 약 2배 많았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가 시기가 달라지면서 포식자 증가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 실험에 나섰다. 뻐꾸기가 오기 전인 1차 산란기에 뻐꾸기의 박제를 가져다 놓고 녹음한 울음소리를 틀었다.

그랬더니 녹음소리가 들린 곳의 딱새는 후투티의 녹음을 들려준 대조 집단에 견줘 3배 가까이 건물 내부에 둥지를 틀었다. 건물 밖에 둥지를 튼 딱새도 뻐꾸기 소리를 틀어준 곳일수록 건물과 가까운 장소를 택했다.

뻐꾸기는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나고 동남아를 거쳐 초여름 동북아에 와 탁란을 통해 번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뻐꾸기는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나고 동남아를 거쳐 초여름 동북아에 와 탁란을 통해 번식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뻐꾸기가 일반적으로 사람을 회피하는 데 비춰 딱새의 이런 행동은 사람 거주지를 일종의 방패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 가까이 둥지를 트는 것은 탁란 기생자와 숙주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진화 군비경쟁의 새로운 방어수단”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알과 새끼의 주요 천적인 뱀과 쥐로 인한 포식은 집과의 거리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딱새 말고도 제비는 집 안보다 집 밖에 둥지를 짓는 개체가 더 큰 탁란의 위험에 노출되며, 개개비도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둥지일수록 탁란을 더 자주 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https://doi.org/10.1016/j.cub.2023.01.04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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