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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야생 멸종’ 판정받은 보호시설 동식물 95종 운명은?

등록 2023-02-27 11:26수정 2023-02-27 16:28

[애니멀피플]
1950년부터 보호시설서 11종 멸종, 증식 복원은 12종
84종 멸종이냐 복원이냐 마지막 갈림길, “보전 대책 절실”
유전 다양성 유지, 식물 복원 과제…식물 7종은 한 개체만 남아
외래종 갈색나무뱀이 들어오며 1988년 야생에서 멸종한 괌물총새. 30여년 동안 인공증식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 연말 복원사업이 시작된다. 존 이웬 제공.
외래종 갈색나무뱀이 들어오며 1988년 야생에서 멸종한 괌물총새. 30여년 동안 인공증식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 연말 복원사업이 시작된다. 존 이웬 제공.

야생 동·식물이 살던 곳에서 자취를 감추고 한동안 다시 발견되지 않으면 ‘멸종’ 판정을 내린다. 그러나 거기서 끝은 아니다.

야생에서 사라졌어도 동물원이나 식물원에서 마지막 개체를 보호 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종의 등급이 ‘야생 멸종’으로 지구에서 사라질 위험은 ‘위급’보다 더 심각하지만 증식에 성공하면 야생에 돌아갈 수 있다.

야생에서 멸종된 뒤 런던동물원에서 100년 가까이 기르고 있는 소코로 비둘기. 아직 야생 복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런던동물원 제공.
야생에서 멸종된 뒤 런던동물원에서 100년 가까이 기르고 있는 소코로 비둘기. 아직 야생 복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런던동물원 제공.

도널 스미스 영국 런던 동물학회(ZSL)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야생 멸종’ 판정을 받은 84종의 생물들이 멸종이냐 복원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들이 복원될 수 있도록 국제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연구자들은 1950년 이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야생 멸종’으로 판정한 95개 종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외로운 조지’란 별명으로 동물원에서 천수를 다한 갈라파고스 제도 핀타 섬의 마지막 땅거북처럼 돌보던 곳에서도 멸종한 종이 11개에 이르렀다.

2012년 102살로 죽어 지구에 남은 마지막 핀타 섬 땅거북이 사라진 ‘외로운 조지’의 생전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2012년 102살로 죽어 지구에 남은 마지막 핀타 섬 땅거북이 사라진 ‘외로운 조지’의 생전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반대로 보호기관에서 증식에 성공해 야생에 돌려보내는 데 성공한 종은 12종이었다. 예를 들어 괌에 흔하던 고유종 새인 괌물총새는 외래종인 갈색나무뱀 유입 이후 급감해 1988년을 끝으로 야생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보호시설에서 기르던 200마리 미만의 개체를 30년 넘게 길렀지만 자생지로 복원되지는 못했다. 런던동물원은 올해 괌물총새를 야생에 복원할 계획이다.

스미스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동물원, 수족관, 식물원, 종자 은행 등의 헌신적인 보전 노력이 없었다면 사하라사막 영양인 긴칼뿔오릭스나 폴리네시아의 나무달팽이, 이스터 섬의 노란 꽃을 피우는 토로미로 등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며 “이들 기관에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보호기관에서 멸종 사례

야생에서 흔했던 인도양 크리스마스섬숲도마뱀. 보호기관에서도 모두 죽어 최종 멸종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야생에서 흔했던 인도양 크리스마스섬숲도마뱀. 보호기관에서도 모두 죽어 최종 멸종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도양 크리스마스섬숲도마뱀은 20세기까지만 해도 흔했다. 쓰러진 나무에서 80마리가 해바라기 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외래종 개미와 고양이 등이 유입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2009년 암컷 3마리를 포획해 인공증식을 시도했지만 2014년 모두 죽었다.

멕시코의 한 샘에서만 살던 작은 물고기는 지하수 난개발로 서식지를 잃고 야생에서 멸종했고 보호시설에서도 살아남지 못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멕시코의 한 샘에서만 살던 작은 물고기는 지하수 난개발로 서식지를 잃고 야생에서 멸종했고 보호시설에서도 살아남지 못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카타리나퍼프피시는 멕시코의 한 샘에만 분포하는 작은 물고기이다. 과도한 지하수 개발 등으로 줄어들자 2013년 마지막 암컷을 포획했고 알 4개가 깨어났지만 모두 수컷이었다. 이듬해 이 종은 영원히 사라졌다.

멸종한 하와이 마우이 섬 고유종 포우올리.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청 제공.
멸종한 하와이 마우이 섬 고유종 포우올리.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청 제공.

하와이 마우이 섬의 고유종 새인 포우울리는 1997년 겨우 3마리가 발견됐다. 2003년 이후 관찰이 이뤄지지 않자 2004년 마지막 3개체를 포획해 보호했지만 78일 만에 모두 죽었다.

인공증식으로 야생 복원 사례

유럽들소는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야생에서 멸종했지만 동물원에 남은 54마리를 토대로 유럽 전역에 복원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유럽들소는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야생에서 멸종했지만 동물원에 남은 54마리를 토대로 유럽 전역에 복원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때 유럽에 널리 분포하다 서식지 파괴와 지나친 사냥으로 유럽들소는 1927년 야생에서 멸종했지만 동물원에 54마리가 남아있었다. 1929년 폴란드 동물원에 남은 개체를 인공증식해 방사한 것을 시작으로 복원사업이 이어져 현재 ‘위험 근접’ 등급으로 떨어졌다.

날지 못하는 괌뜸부기는 외래종 뱀에 치명타를 입어 야생에서 멸종했지만 보호시설에서 증식에 성공해 복원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날지 못하는 괌뜸부기는 외래종 뱀에 치명타를 입어 야생에서 멸종했지만 보호시설에서 증식에 성공해 복원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날지 못하는 괌뜸부기는 외래종 갈색나무뱀이 잡아먹어 1987년 야생에서 사라졌다. 보호기관 등에 살아남은 22마리를 인공증식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1998년 뱀을 제거하고 방사한 지역의 뱀 차단벽이 태풍으로 무너져 복원에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0년부터 번식 집단이 형성됐다.

야생에서 한 개체만 남았다 씨앗을 통해 복원된 하와이의 아욱과 식물 히비스카델푸스 가피르디아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야생에서 한 개체만 남았다 씨앗을 통해 복원된 하와이의 아욱과 식물 히비스카델푸스 가피르디아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하와이 고유종인 아욱과 식물은 한 개체만 자생지에 살아남았지만 그마저 1930년 죽었다. 그러나 여기서 채취한 씨앗으로 증식해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복원을 위한 과제

보호기관에 남은 개체수가 너무 적어 유전 다양성 유지가 어려운 문제로 제기됐다. 연구자들은 “30∼50개체는 있어야 유전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살아남은 개체가 대부분 30개체 이내이고 식물의 경우 단 한 개체만 남은 예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야생에서 멸종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연 님파에아 페그마룸은 증식 복원이 시도된 적도 없다. 존 이웬 제공.
야생에서 멸종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연 님파에아 페그마룸은 증식 복원이 시도된 적도 없다. 존 이웬 제공.

동물에 견줘 식물의 야생 복원 시도가 적은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복원에 성공한 12종 가운데 식물은 2종에 그쳤다. 애초 복원 노력을 시도한 대상도 동물이 67%였지만 식물은 23%에 그쳤다. 야생 멸종 판정을 받은 식물 7종은 단 한 개체만 남았다. 연구에 참여한 새라 달림플 리버풀 존 무어 대 박사는 “식물은 심을 적절한 개체가 없거나 원 자생지가 훼손돼 변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d288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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