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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실험용 쥐, 변덕스런 암컷 대신 수컷으로?…편견이었다

등록 2023-03-09 11:27수정 2023-03-09 11:37

[애니멀피플]
‘암컷 쥐는 발정기 때 불안정’, 신경과학 등 생물학계 오랜 편견
정밀 분석 결과 난소호르몬 분비 영향 거의 없어, “오히려 더 안정적”
불안·우울·통증 여성 다른데…편견이 오진단과 약 부작용으로 이어져
암컷 쥐는 불안정해 실험에서 배제해 온 과학연구에서의 성차별은 여성에게 맞지 않는 잘못된 진단과 약 개발로 이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암컷 쥐는 불안정해 실험에서 배제해 온 과학연구에서의 성차별은 여성에게 맞지 않는 잘못된 진단과 약 개발로 이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뇌 연구에는 쥐 등 실험동물이 필수다. 사람 두뇌로 실험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비슷한 실험용 쥐를 주로 쓴다. 그런데 뇌 연구에는 암컷보다 수컷을 쓰는 게 오랜 관행이다. 4∼5일 주기인 발정기에 따라 달라지는 호르몬 분비가 행동변화를 일으켜 정확한 실험결과를 알 수 없다는 믿음에서다.

그러나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정밀한 행동 관찰을 한 결과 암컷의 난소호르몬 분비는 거의 행동변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예측 못 할 행동변화는 암컷보다 수컷에서 더 컸다. 쥐의 행동에서 중요한 건 성별이 아니라 개체별 특성 곧 개성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나 루비 레비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행동연구에는 두 성별을 모두 써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에서 널리 쓰는 쥐를 양동이에 20분 동안 풀어놓고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쥐의 호르몬 분비 상태도 측정했다. 촬영한 영상은 기계학습을 이용한 인공지능으로 정밀 분석했다.

쥐들의 자연적인 행동에 결정적인 것은 성별이 아니라 개성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쥐들의 자연적인 행동에 결정적인 것은 성별이 아니라 개성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분석 결과 암컷 쥐는 호르몬 분비가 달라져도 수컷보다 훨씬 안정된 행동을 보였다. 수컷은 하루 중에도 호르몬 변화가 컸으며 특히 수컷이 여러 마리 함께 있을 때 지배 수컷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는 다른 쥐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교신저자인 샌디프 로버트 다타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실험용 쥐의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을 알아보려면 암·수 모두를 넣어야 한다”며 “그러나 하나의 성별을 정해야 한다면 암컷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타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이미 실험용 쥐로 수컷 대신 양성을 모두 쓰거나 안정적인 데이터를 내는 암컷만을 쓰고 있다.

신경과학을 포함해 생물학 연구분야에서는 지난 반세기 이상 수컷 쥐를 선호하는 편견이 지배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2010년 나온 리뷰 논문은 신경과학 분야에서 수컷 쥐를 이용한 연구는 암컷을 쓴 것보다 5배나 많았다.

문제는 이런 편향이 여성 두뇌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부르고 이는 다시 여성의 심리적 신경적 상태에 대한 오진단과 부작용이 심한 약물 개발로 이어졌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 저자인 다나 레비는 “기초과학에서 생긴 편견은 약 개발로 이어져 다른 성별에 적합한 약이 생산되게 된다”며 “불안, 우울, 통증은 여성과 암컷 쥐에서 남성이나 수컷 쥐와 다르게 발현된다”고 말했다.

쥐 대뇌피질의 뉴런 모습.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주로 수컷 쥐가 실험용으로 쓰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쥐 대뇌피질의 뉴런 모습.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주로 수컷 쥐가 실험용으로 쓰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중요한 건 암·수의 성별 차가 아니라 개체 사이의 차이라고 밝혔다. 다타 교수는 “쥐 행동 실험 영상을 아무거나 보여줘도 어떤 쥐인지 알 수 있다”며 “행동연구에서 데이터의 변이를 부르는 지배적인 요인은 각 개체가 미묘하게 다른 생활사를 지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16년 정부에 연구비를 신청하는 모든 연구계획서는 동물실험을 할 때 암·수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정했다. 그러나 신경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성차별을 없애려는 진전은 더디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3.02.03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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