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다리를 장애로 쓰지 못하는 새끼 카푸친 원숭이가 어미 등에 불안정하게 매달려 있다. 타티안 발렌시아 제공.
야생동물은 냉혹한 적자생존의 경쟁터에서 살아남을 강한 새끼만 기를까. 멀쩡한 자식도 팽개치곤 하는 비정한 인간사회와 달리 장애가 있는 새끼를 어미와 동료가 정성껏 돌보는 모습이 야생 카푸친 원숭이에서 관찰됐다.
타티안 발렌시아 브라질 사웅파울루 대 영장류학자 등은 과학저널 ‘영장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2021년 브라질 우바자라 국립공원에서 몇 주 동안 장애 검은줄무늬카푸친 새끼를 어미와 동료 집단이 어떻게 돌보는지 관찰한 결과를 보고했다.
무릎 탈구로 추정되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 왼쪽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새끼는 어미 등에 불안정하게 매달렸다. 나무 사이를 건너뛰거나 땅 위에서 도구로 먹이를 찾기도 하는 야생 원숭이가 장애를 가진 새끼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연구자들은 “어미는 새끼의 자세가 불안정하면 종종 멈춰 서서 새끼를 고쳐 업곤 했는데 그런 행동이 보통 원숭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잦았다”고 밝혔다.
큰 돌멩이로 단단한 열매를 내리쳐 껍데기를 깨는 어미. 상하로 격렬히 움직이는 동작이어서 등에 업힌 장애 새끼는 더욱 불안정해진다. 타티안 발렌시아 제공.
이 원숭이는 단단한 열매의 껍데기를 돌로 내리쳐 깨는 도구 사용으로 유명한데, 상체를 격렬하게 움직이며 돌을 내리치는 동작이 새끼를 더욱 불안정하게 흔들리게 했다.
보통 카푸친 원숭이는 굵고 긴 꼬리를 받침대처럼 땅바닥에 밀착해 몸의 균형을 잡는다. 그러나 장애 새끼를 업은 어미는 꼬리를 땅에 붙이지 않고 조금 세웠다. 연구자들은 “이런 예외적인 행동은 새끼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 같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어미뿐 아니라 동료 원숭이들도 장애 새끼를 다른 새끼와 똑같이 돌봤다. 수컷 성체는 어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새끼를 등에 업기도 했다.
어미는 죽은 새끼를 버리지 않고 몇 시간 동안 데리고 다녔다. 타티안 발렌시아 제공.
그러나 원숭이 무리의 ‘따뜻한’ 돌봄은 새끼가 죽은 채 발견되면서 가슴 아픈 결말로 끝났다. 죽었을 때 나이가 8주로 추정되는 새끼에 다른 외상은 없었고 눈 한쪽이 변색한 채 부풀어 올라 낙상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자들은 어미 죽은 새끼를 4시간가량 안고 다녔다고 밝혔다. 새끼의 사체를 나뭇가지에 걸쳐 놓고 털을 고르거나 핥고 몰려드는 파리를 잡았지만 결국 주검은 나무에서 떨어졌다.
연구자들은 이번 사례가 부상하거나 병든 또는 장애가 있는 무리 동료를 돌보고 죽어가거나 죽은 동료를 대하는 행동의 하나로 돌봄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은 “장애가 있거나 죽은 개체를 나무 위에서 데리고 다니기 힘들기 때문에 신세계원숭이에서 이런 사례가 드물게 보고된 것 같다”며 “육상에 살면서 이족보행이 늘어나면서 영장류의 돌봄 행동이 진화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비장애 새끼를 업고 있는 검은줄무늬카푸친. 새끼의 무게는 15%에 달해 어미의 이동해 상당한 부담이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검은줄무늬카푸친은 브라질 중·북부의 건조한 숲에서 6∼20마리씩 무리 지어 사는 고도로 사회적인 영장류로 돌로 딱딱한 열매를 깨거나 막대기로 땅속줄기를 파는 등 도구를 사용하는 행동을 한다. 서식지가 건조해지면서 나무 위 생활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땅 위 생활로 점차 바뀌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육상에서 생활하는 영장류의 돌봄 행동은 많이 알려졌다. 장애를 지닌 침팬지 새끼를 어미와 동료가 지극히 돌본 사례가 2015년 보고됐다. 개코원숭이가 죽은 새끼를 여러 날 데리고 다니는 행동도 보고된 바 있다(▶
개코원숭이는 왜 죽은 새끼를 열흘씩 돌보나).
인용 논문:
Primates, DOI: 10.1007/s10329-023-01052-1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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