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몸을 투과한 빛이 무지갯빛 형광을 내는 유령메기. 타이 남부에 서식하는 소형 담수어로 관상어로 인기가 높다. 판 슈준 제공.
타이 남부의 강에 사는 유령메기는 머리와 그 주변에 몰려있는 내장을 빼면 몸이 거의 투명하다. 유리메기란 이름의 관상어로 널리 보급된 이 소형 담수어는 빛을 제대로 쬐면 헤엄치는 데 따라 형광이 깜빡인다. 비늘도 없고 투명한 이 물고기가 형광을 내는 수수께끼가 풀렸다.
자오 치빈 중국 상하이 교통대 물리학자 등은 14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유령메기는 근육 내부에서 빛을 회절해 무지갯빛 형광을 낸다”고 밝혔다. 형광을 내는 벌새나 나비 같은 동물은 몸 밖의 깃털과 비늘에서 빛을 반사해 형광을 낸다면 이 물고기는 몸 안에서 발광한다는 것이다.
유령메기는 머리와 내장 부위를 뺀 몸의 나머지가 빛을 90% 이상 투과해 투명하다. 시 난, 판 슈준, 우 건바오 제공.
연구자들은 어두운 배경에서 몸 한쪽에 빛을 비추면 몸 반대쪽에 형광이 나타나며 물고기가 헤엄치면서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함에 따라 깜박거리는 사실을 레이저를 이용한 실험으로 밝혔다. 근육 속의 가장 작은 구조물인 근절이 프리즘처럼 들어오는 빛을 회절해 무지갯빛 스펙트럼을 이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빛의 90% 이상을 투과하는 투명한 피부는 근육이 내는 빛의 손실을 막아주는 필름 구실을 한다. 연구자들은 “투명하면서 종종 형광을 띄는 뱀장어 유생이나 뱅어과 물고기도 이런 방식을 채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뱀장어 유생은 빛의 각도에 따라 형광을 낸다. 뱀장어 유생과 뱅어 등 투명한 물고기의 형광은 유령메기와 마찬가지 원리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유령메기는 왜 이런 형광을 내게 됐을까. 연구자들은 위장과 소통을 위해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투명하다 해도 햇빛이 비치면 이 물고기의 어둡고 밝은 부분이 포식자에게 발각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물이 햇빛을 받아 분산되어 나타나는 형광으로 위장하는 것인지 모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또 형광이 깜박이면 포식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연구자들은 유령메기가 무리생활을 좋아하기 때문에 빠르게 바뀌는 색이 짝짓기 등의 소통 신호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유령메기는 몸길이 4∼5㎝인 소형 담수어로 두 개의 긴 수염이 나 있지만 일반적인 메기와 달리 겁이 많고 무리 지어 유영하는 습성이 있다.
유령메기의 형광은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거나 동료와 소통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 시 난, 판 슈준, 우 건바오 제공.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219300120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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