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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밤바다에 떠서 15초마다 ‘돌진 흡입’…밍크고래의 생존법

등록 2023-03-23 11:57수정 2023-03-23 13:28

[애니멀피플]
밍크고래 23마리 무선추적 연구 결과…대왕고래와 같은 사냥법 구사
크릴 떠오르는 밤에 시간당 165회, “숨 참을 필요 없이 돌진 되풀이”
크릴떼에 돌진해 다량의 물과 함께 입에 머금은 대왕고래의 모습. 밍크고래는 대왕고래처럼 돌진 흡입 방식으로 사냥하는 수염고래 가운데 가장 작다. 제러미 골드보겐 외 (2017) ‘해양학 연례 리뷰’ 제공.
크릴떼에 돌진해 다량의 물과 함께 입에 머금은 대왕고래의 모습. 밍크고래는 대왕고래처럼 돌진 흡입 방식으로 사냥하는 수염고래 가운데 가장 작다. 제러미 골드보겐 외 (2017) ‘해양학 연례 리뷰’ 제공.

돌고래가 물고기를 한 마리씩 초음파로 추적해 사냥한다면, 대왕고래는 밀집한 크릴 떼로 돌진해 한 번에 100t이 넘는 물과 함께 입에 담고 수염으로 걸러 먹는다. 어느 쪽이 효율적인 사냥법인지는 자명하다.

이런 ‘돌진 흡입법’을 구사하는 데는 거대한 입과 큰 몸집이 필수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인 무게 80t의 대왕고래를 비롯해 큰고래, 혹등고래 같은 대형 수염고래가 여기 포함된다. 개별적인 먹이를 사냥하는 이빨고래가 대개 소형이지만 크릴을 걸러 먹는 수염고래가 대형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무게 5t의 소형 수염고래인 밍크고래도 이런 사냥법을 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데이비드 케이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터크루스 캠퍼스 박사후연구원 등은 서 남극반도 해역에서 남극밍크고래 23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연구로 그 수수께끼를 풀었다.

케이드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밍크고래가 먹이 사냥에 들이는 에너지와 먹이 확보량을 계산했더니 밍크고래는 한계선에 놓여 있었다”며 “밍크고래보다 작았다면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먹이로 돌진해 걸러 먹는 수염고래의 최소 크기가 밍크고래로 드러났다.

같은 사냥법을 구사하더라도 애초 대왕고래와 밍크고래는 비교 상대가 아니다. 대왕고래가 한 번에 삼키는 물의 부피가 108t이라면 밍크고래의 한입은 2.1t에 불과하다(몸무게의 135% 대 42%).

길이 7∼10m인 밍크고래는 크릴 떼에 돌진해 대량으로 흡입해 사냥하는 수염고래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이다. 붉은 표지는 무선추적장치이다. 듀크 해양 로보틱스 및 원격탐사 제공.
길이 7∼10m인 밍크고래는 크릴 떼에 돌진해 대량으로 흡입해 사냥하는 수염고래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이다. 붉은 표지는 무선추적장치이다. 듀크 해양 로보틱스 및 원격탐사 제공.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밍크고래는 밤에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 동안 밍크고래는 대왕고래나 혹등고래와 비슷한 평균 72m 수심에서 사냥한다. 크릴 떼가 그곳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크릴은 먹이를 찾아 바다 표면 근처로 이동하고 밍크고래는 평균 28m 수심에서 낮보다 2∼5배 자주 돌진 흡입을 구사했다. 상대적으로 작고 빠른 몸집을 이용해 바다 표면에 흩어진 작은 크릴 떼를 부지런히 따라다녔다.

밤에 밍크고래는 시간당 165회꼴로 돌진 흡입 행동을 했다. 최고 기록은 시간당 236회로 15초에 한 번꼴이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크릴 떼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려면 엄청난 물의 저항을 이겨야 한다. 에너지가 많이 들지만 한꺼번에 다량의 크릴을 잡아 보충한다.

남극밍크고래는 주로 밤에 사냥한다. 데이비드 케이드 제공.
남극밍크고래는 주로 밤에 사냥한다. 데이비드 케이드 제공.

케이드 박사는 “밍크고래가 바다 표면에서 사냥할 때면 숨을 참을 필요도 없이 돌진을 되풀이한다”며 “밤에만 밍크고래들이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밍크고래는 수염고래 가운데 한계선상에 있지만 다른 이빨고래보다는 먹이 사냥 효율이 여러 배 높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대왕고래의 조상은 지금의 남극밍크고래 크기로 알려진다. 연구자들은 돌진 흡입 방식이 거대한 몸집의 진화를 불렀고,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의 대양 조건이 변해 대규모 크릴 집단을 형성하면서 대왕고래 같은 거대 고래가 출현했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아리 프리드랜더 이 대학 교수는 “밍크고래는 먹이를 걸러 먹는 대양의 포식자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작은 쪽 극단에서 보여주는 사례”라며 “가장 큰 대왕고래와 함께 가장 작은 밍크고래를 이해하는 것이 바다 생태계 보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밍크고래는 현장연구가 어려워 생태와 행동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크릴을 걸러 먹는 수염고래의 수염. 판 모양이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제공.
크릴을 걸러 먹는 수염고래의 수염. 판 모양이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제공.

밍크고래는 남극밍크고래와 우리나라 주변 등 북반구의 밍크고래로 나뉜다. 밍크고래는 우리나라 주변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수염고래이기도 하다.

인용 논문: Nature Ecology & Evolution, DOI: 10.1038/s41559-023-0199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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