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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물고기도 하는 공감과 배려… 동료 공포 느끼고 관심 보여

등록 2023-03-27 11:51수정 2023-03-27 14:48

[애니멀피플]
관상어 ‘제브라피시’ 실험 결과, 옆 수조 공포 행동 전파
옥시토신이 공감 조절…포유류 공통조상 시절 진화한 듯
물고기의 모델 동물로 생물학 연구에 널리 쓰이는 제브라피시. 남미 원산의 담수어로 관상어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물고기의 모델 동물로 생물학 연구에 널리 쓰이는 제브라피시. 남미 원산의 담수어로 관상어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료 물고기가 고통스러워할 때 옆에 있던 물고기도 그런 감정을 느낄까. 포유동물이라면 당연한 이런 감정 전파가 물고기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이 올리베이라 포르투갈 굴벤키안 과학연구소 행동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물고기도 동료의 공포를 느끼며 이런 능력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감정의 전파와 공감 능력이 포유동물을 넘어 척추동물 일반의 오랜 진화적 특징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물고기가 통증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일 뿐 아니라 공감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감정적 동물임을 가리키는 것이어서 물고기의 동물복지와 관련해서도 주목된다.

화천 산천어 축제는 물고기의 동물복지 논란을 일으켰다. 그래픽 박승연 피디
화천 산천어 축제는 물고기의 동물복지 논란을 일으켰다. 그래픽 박승연 피디

영장류나 코끼리, 고래 같은 지능 높은 사회적 동물의 대표적 특질이 동료의 감정 상태를 아는 공감 능력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 말고도 쥐, 새, 물고기도 비슷한 능력을 지닌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른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알려진 제브라피시의 감정 전파 능력이 포유류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동료가 느끼는 공포나 괴로움을 목격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거나 행동하는 감정 전파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공감”이라며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감정 전파가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 실험했다. 제브라피시는 남미 원산의 관상어이지만 과학 연구의 모델 동물로 널리 쓰인다.

연구자들은 먼저 두 개의 수조 가운데 하나에는 제브라피시 한 마리를 넣고 다른 수조에는 여러 마리를 넣은 뒤 여러 마리가 든 수조에 공포 행동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풀었다. 다른 수조에서 동료들이 얼어붙거나 비정상적 움직임을 보일 때 따로 떨어진 제브라피시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야생에서 무리 생활을 하는 이 물고기는 포식자가 나타나면 경계를 알리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위험을 공유한다. 그러나 별도의 수조여서 이런 물질을 감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제브라피시는 실제 위험을 느낀 듯 얼어붙는 공포 행동을 보였다.

연구자들이 유전자 조작 기법으로 옥시토신을 만들거나 감지하지 못하도록 만든 제브라피시는 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물고기도 옥시토신을 주입하자 비슷한 공포 행동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가 “제브라피시에게 옥시토신은 공포를 사회적으로 전파하는 필요충분조건”이라며 “놀란 동료에 반응하는 방식은 제브라피시도 사람과 다를 것 없다”고 밝혔다.

제브라피시(아래)는 화면에 비친 동료 물고기 가운데 이전에 고통 행동을 보였던 쪽에 더 관심을 보이고 접근하려 했다. 후이올리비에라 제공.
제브라피시(아래)는 화면에 비친 동료 물고기 가운데 이전에 고통 행동을 보였던 쪽에 더 관심을 보이고 접근하려 했다. 후이올리비에라 제공.

연구자들은 또 다른 실험에서 제브라피시가 아무렇지 않은 동료보다 이전에 공포 스트레스를 받은 동료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마치 위로해 주려는 듯) 그리로 접근하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반응이 “공포가 퍼지는 게 단지 행동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공감 반응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런 반응은 옥시토신을 분비하지 못하는 돌연변이 물고기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제브라피시의 감정 전파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쥐와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해부학적으로 보였다.

이번 연구는 공감 능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진화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의 신경생물학자인 로스 디안젤리스와 한스 호프만은 이 논문에 대한 논평에서 “포유동물과 물고기가 비슷한 방식으로 옥시토신을 이용해 공감 행동을 조절한다는 것은 공감과 감정 전파가 물고기와 포유류의 공통조상이 살았던 4억5000만년 전에 이미 진화했음을 가리킨다”고 적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q515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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