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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펭귄은 똥만 싸도 바다에 이롭다…“철분 520t 해마다 공급”

등록 2023-04-14 11:14수정 2023-04-14 21:07

[애니멀피플]
식물플랑크톤 성장에 필수인 철분
턱끈펭귄이 연간 521t 남극해 제공
40년새 절반 줄어 철 공급량 반토막
남극해 주변에 가장 많은 수가 서식하는 턱끈펭귄. 1980년대 이후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앤드루 시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남극해 주변에 가장 많은 수가 서식하는 턱끈펭귄. 1980년대 이후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앤드루 시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남극해는 연간 100억t의 탄소를 흡수해 바닷속 깊숙이 격리하는 지구에서 중요한 탄소 싱크이다.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 하는 식물플랑크톤이 이 일을 한다.

그런데 남극해의 찬 바닷물은 영양분이 풍부하지만 식물플랑크톤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철분이 부족하다. 철은 주로 먼지를 통해 공급되지만 남극 주변엔 드러난 흙이 없기 때문이다.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크릴을 주 먹이로 삼는 수염고래와 펭귄 등 바닷새의 배설물은 남극해에서 중요한 철분 공급원이다. 수염고래가 배설물을 통해 귀중한 철분을 바다에 돌려주는 철 순환에 핵심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알려졌지만(▶고래는 똥만 싸도 탄소를 줄인다…이 소중한 생명을 우리는) 펭귄의 기여는 알려지지 않았다.

남극해에 가장 흔하게 사는 펭귄의 하나인 턱끈펭귄이 연간 배설물을 통해 남극해에 공급하는 철분이 521t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수염고래가 배설물을 통해 남극해에 뿌리는 철분의 절반에 가까운 양이다.

올렉 벨랴예프 스페인 안달루시아 해양학 연구소 연구원 등 스페인 연구자들은 11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추정 결과를 제시하면서 “턱끈펭귄을 포함한 펭귄 배설물이 남극해의 인 순환에 핵심적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남극해 디셉션 섬의 턱끈펭귄 집단서식지. 분홍빛 배설물은 주식인 크릴 색깔로 다량의 철분을 포함한다. 올렉 벨랴예프 제공.
남극해 디셉션 섬의 턱끈펭귄 집단서식지. 분홍빛 배설물은 주식인 크릴 색깔로 다량의 철분을 포함한다. 올렉 벨랴예프 제공.

턱끈펭귄은 길이 68∼76㎝ 무게 3.2∼5.3㎏의 중형 펭귄으로 남극해 주변 해안에 서식하며 개체수가 800만 마리에 이르러 가장 흔한 펭귄의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턱끈펭귄의 개체수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1980년대 이래 절반으로 줄었고 그에 따라 인 공급량도 절반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드론을 이용한 턱끈펭귄 군집 사진과 심층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펭귄 개체수를 추정하고 배설물(구아노)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철분 순환량을 계산했다.

연구자들은 드론으로 집단서식지를 촬영한 뒤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체수를 추정했다. 올렉 벨랴예프 제공.
연구자들은 드론으로 집단서식지를 촬영한 뒤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체수를 추정했다. 올렉 벨랴예프 제공.

연구자들은 “턱끈펭귄의 먹이는 90% 이상이 크릴”이라며 “펭귄 서식지 주변 바닷물의 철 농도는 먼바다보다 3000배나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구아노 속 철 농도를 3000ppm으로 계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턱끈펭귄의 연간 철 재활용량은 521t에 이르렀다.

남극해의 철 순환과 탄소 흡수량. 크릴, 수염고래, 턱끈펭귄 순으로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 올렉 벨랴예프 외 (2023)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남극해의 철 순환과 탄소 흡수량. 크릴, 수염고래, 턱끈펭귄 순으로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 올렉 벨랴예프 외 (2023)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남극에서 가장 많은 철을 재활용하는 동물은 크릴로 연간 180만t의 철을 배설물 형태로 바다에 내보내 식물플랑크톤이 증식할 양분으로 제공한다. 크릴을 주식으로 하는 수염고래는 연간 1200t의 철을 배설한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턱끈펭귄이 배설하는 철 연간 521t은 수염고래가 재활용하는 양의 절반에 가깝다”며 “아델리펭귄 등 다른 펭귄의 기여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철 재활용을 통해 탄소를 깊은 바다에 격리해 온 동물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염고래는 상업포경 이후 10분의 1로 줄었고 턱끈펭귄도 지난 40년 동안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3-37132-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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