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아파치호수에 100살 이상 된 버펄로피시들이 살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알렉 래크먼·미네소타 덜루스 대학 제공
미국 애리조나주의 외딴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의 수명이 100살을 넘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람만큼 오래 살아남은 이 어류는 북아메리카 고유종인 ‘버펄로피시’로, 지난 2019년
최장수 민물고기로 112살까지 살아남은 사실이 밝혀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연구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루이지애나주 펠리컨강 유역 호수의 ‘큰입 버펄로피시’의 나이를 연구했던 알렉 래크만 미네소타 덜루스 대학 교수(생물학자)가 이번에는 애리조나주 동부 아파치호수에서 버펄로피시의 수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앞서 펠리컨강 호수에서 채집한 큰입버펄로피시 224마리 중 83%가 75살 이상이었다.
알렉 래크먼 박사와 연구진은 “아파치호수에서 채집한 버펄로피시의 귀돌(이석)을 분석한 결과 90%가 86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는 큰입 버펄로피시뿐 아니라 버펄로피시의 다른 종들도 100살 이상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이미 100살 이상을 산다고 알려진 해양 어류인 띠볼락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공개됐다.
조사 대상이 되었던 버펄로피시가 살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아파치호수의 위치와 풍경. 알렉 래크먼·미네소타 덜루스 대학 제공
앞선 연구에서는 래크먼 박사는 큰입 버펄로피시만 조사했지만 이번에는 ‘작은입 버펄로피시’와 ‘검은 버펄로피시’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이 3종은 미시시피강과 허드슨강 유역에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잉어목에 속하는 조기어류로, 평균 몸길이 1.25m, 무게는 36㎏ 이상 나간다. 따뜻하고 얕은 호수나 강에 살며 식물플랑크톤을 걸러서 먹는다. 북미 잉어목 가운데서도 주요 종이지만, 종의 절반 이상(55%)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래크먼 박사는 연구를 위해 지역 주민이자 레크리에이션 낚시인 스튜어트 블랙과 수십 명의 낚시인과 함께 2018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5년간 버펄로피시 222마리를 채집했다. 이 가운데 23마리는 채집 뒤 인도적인 방식으로 안락사해 귀돌 분석법으로 나이를 추정했고, 나머지는 물고기의 반점을 촬영하고 무게를 측정한 뒤 방류했다. 이들은 가시바늘이나 갈고리를 사용하지 않는 낚시법으로 어류를 채집했다.
버펄로피시의 귀돌은 10년 단위로 나이테가 생성되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를 헤아려 나이를 추정했다. 채집 뒤 방류한 개체들에 대해서는 버펄로피시가 나이를 먹을수록 몸에 나타나는 검은색이나 주황색 반점 등을 관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 버펄로피시의 연령 구조, 외부 반점, 시간 경과에 따른 개체 수 증감 등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귀돌을 분석한 23마리 버펄로피시 중 최장수는 108살로 나타났다. 버펄로피시들의 나이는 큰입 버펄로피시 85~105살, 작은입 버펄로피시는 11~102살, 검은 버펄로피시는 106~108살 등으로 분포했다. 모든 동물을 통틀어 100살 이상의 수명을 기록한 종은 단 35종으로, 버펄로피시 3종 모두가 100살 넘게 사는 것은 주목할만하다는 게 연구진의 견해다.
버펄로피시들의 ‘고향’이 아파치호수가 아니란 점도 눈에 띈다. 버펄로피시의 서식지는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 걸쳐있는데 미시시피강과 허드슨만 일대에서 발견된다. 미국은 1910년대 상업적인 목적으로 미시시피 강변에서 버펄로피시를 사육해 미국 전역으로 보냈다. 1918년 애리조나주 루즈벨트강으로도 운송됐는데 현재 아파치호수에서 살고 있다. 이번 연구 대상이 된 일부 개체들은 그 당시 기차를 타고 루즈벨트강으로 운송된 뒤 아파치호수으로 유입된 개체들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버펄로피시의 귀돌 분석뿐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낚시인 등이 잡은 사진을 데이터베이스로 버펄로피시들의 연령, 개체 정보 등을 파악했다. 알렉 래크먼·미네소타 덜루스 대학 제공
래크먼 박사는 “이 호수의 환경은 마치 거친 사막과도 같지만, 이 물고기들이 한 세기가 지나도록 여전히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다른 야생동물을 새로운 서식지에 데려다 놓는다고 상상해보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말했다.
연구진은 버펄로피시의 장수가 수위 변동이 거의 없는 아파치호수 환경에 적응한 결과일 것으로 추정했다. 버펄로피시의 번식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이 없지만, 특정한 환경 조건이 이뤄지기 전까지 번식하지 않아서 실제 번식 성공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번식 가능성 때문에 장수하도록 진화했을 거라는 추측이다.
게다가 이들의 2021년 연구에서는 나이 든 버펄로피시일수록 젊은 개체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면역력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버펄로피시의 수명 연구는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노화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