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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민물고기 ‘점몰개’는 어떻게 산맥을 넘었나

등록 2018-07-22 13:58수정 2018-07-22 14:43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생태뉴스룸
양산단층 활동 때 낙동강서 태화강으로 이동
인위적 이식으로 잡종화 진행, 진화 되돌리나
한반도 고유종인 점몰개. 양산단층의 활동으로 낙동강 상류의 물줄기가 동해로 흐르는 하천으로 바뀌면서 이주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 전형배 박사 제공
한반도 고유종인 점몰개. 양산단층의 활동으로 낙동강 상류의 물줄기가 동해로 흐르는 하천으로 바뀌면서 이주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 전형배 박사 제공
느리게 흐르는 하천이나 저수지에 ‘몰개’라는 잉어과의 작은 민물고기가 산다. 동아시아에만 분포하는 물고기로 몰개, 긴몰개, 참몰개, 점몰개 등 4종으로 나뉜다. 그런데 한반도 고유종인 점몰개는 다른 세 종이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하천에 두루 분포하는데 견줘 오직 동해안의 남부지역에만 서식한다. 한반도의 물고기는 대개 서·남해로 흐르는 하천에 사는 부류와 동해로 흐르는 하천 어류로 구별되는데, 유독 점몰개는 특이한 분포를 나타낸다.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

석호영 영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진은 점몰개와 긴몰개의 서식지별 유전구조를 분석해 점몰개의 계통학적 기원을 밝혔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낙동강 물줄기에 살던 긴몰개의 조상이 양산단층 활동과 함께 하천쟁탈이 일어나 동해로 흐르는 태화강-회야강 지역으로 옮겨왔다고 밝혔다. 양산단층의 지각변동으로 낙동강 상류 물줄기가 동해로 흐르는 하천 상류로 편입되면서 그곳에 살던 긴몰개의 조상이 이주하게 된 것이다.

점몰개와 긴몰개의 교잡종이 발견된 부산 기장 장안천에서 채집 중인 영남대 연구진. 전형배 박사 제공
점몰개와 긴몰개의 교잡종이 발견된 부산 기장 장안천에서 채집 중인 영남대 연구진. 전형배 박사 제공
논문 주 저자인 전형배 현 캐나다 콩코르디아대 박사후연구원은 점몰개 분포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세 가지 가설을 검토했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먼저 삼척 오십천 단층 활동을 통한 하천쟁탈 가설이다. 어류학자에게 경북 영덕의 오십천은 이상한 곳이다. 태백산맥 넘어 한강 상류에 사는 참종개, 연준모치, 쉬리 등이 동해로 흐르는 이 하천에 산다. 김대민 미국 예일대 생태·진화생물학 대학원 박사과정생 등은 지난해 과학저널 ‘통합 동물학’에 실린 논문에서 35만~17만년 전 활동한 오십천 단층 때문에 한강 최상류 골지천의 물줄기가 계곡이 무너져 내리면서 방향을 틀어 낙동강 상류로 흐르면서 물고기도 함께 옮겨왔음을 밝혔다(▶관련 기사: 태백산맥 탄생 비밀, 참종개는 알고 있다). 그러나 전 박사팀의 유전자 분석 결과 점몰개의 기원지는 동해안 남부의 태화-회야강이며 이들이 북쪽으로 확산한 것으로 드러나, 오십천을 통한 남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번째는 해수면 변동에 의한 이주 가설이다. 빙하기 때 해수면이 낮아진다면 분리돼 바다로 흘러들던 하천이 드러난 대륙붕에서 만날 수 있다. 동해안 남부와 가까운 곳에 낙동강이 흐른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검토한 결과 동해 남부의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져 해수면이 낮아져도 하류에서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검토한 것이 양산단층대를 통한 이주 가설이다. 원용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동방종개가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활동으로 물줄기가 고립되면서 분화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낙동강 지류의 동해안 남부 쪽 상류가 단층활동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물줄기가 방향을 틀어 태화·회야강 상류로 흐르게 됐고 이 과정에서 그 속에 있던 물고기도 옮겨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긴몰개와 점몰개 조상이 분화한 100만년 전이 양산단층 활동의 전성기였던 사실도 유력한 방증이다.

연구자들은 이주한 긴몰개 조상은 오랫동안 고립돼 고유종인 점몰개로 진화했는데, 이후 북상해 동해안 남부 일대로 흐르는 하천으로 퍼졌다고 보았다. 하천끼리 연결되어 있지 않고 바다로 차단됐는데 어떻게 확산했을까. 이 지역 대륙붕이 넓어 빙하기 해수면이 하강했을 때 하천끼리 하류에서 합류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수백만년 동안의 격리로 종이 분화했지만 인위적 이식으로 한순간에 잡종화가 일어난다. 맨위는 긴몰개 아래는 점몰개 가운데는 둘의 교잡종이다. 전형배 박사 제공
수백만년 동안의 격리로 종이 분화했지만 인위적 이식으로 한순간에 잡종화가 일어난다. 맨위는 긴몰개 아래는 점몰개 가운데는 둘의 교잡종이다. 전형배 박사 제공
이처럼 한반도 자연사의 비밀을 간직한 점몰개가 잡종화로 고유한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는다는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전형배 박사는 “영덕 오십천과 장안천에서 점몰개와 긴몰개의 교잡이 일어난 증거를 발견했다”며 “인위적으로 물고기를 다른 물줄기에 이식함으로써 수백만년에 걸쳐 이뤄진 점몰개라는 고유한 생물 다양성이 자칫 사라지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형배 박사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

-고황하 계열인 긴몰개와 점몰개의 공통조상이 어떻게 고아무르강 유역에 살게 됐는지에 관해 3가지 가설을 제기하셨는데요. 발생한 순서대로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1997년 전북대 김익수 교수님께서 제안한 담수어류 생물지리적 가설에 따르면 한반도는 서한아, 남한아, 그리고 동북한아의 3개의 담수어류 분포 구계로 설명됩니다. 그동안 남한아 지역은 고황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점몰개가 분포하는 동해안 남부지역은 남한아의 섬진강, 낙동강, 그리고 영산강 수계와 생물상에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희의 연구는 점몰개를 통해 남한아의 동해안 지역의 고유한 생물지리적 특징 (점몰개, 동방종개, 동방자가사리, 고리도롱뇽 등)이 어떻게 기원했는지를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동해안 지역의 생물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저희는 세 가지 가설을 수립하였습니다. 우선 최근에 이화여대 원용진 교수님 연구팀에서 발표된 삼척 오십천의 하천쟁탈 가설입니다. 낙동강과 한강의 어류가 과거에 동해안의 하천으로 이주했던 증거가 제시되었습니다. 점몰개 역시 이러한 기원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 다른 가설로는 해수면 변동에 의한 이주 가설입니다. 과거 지질시대 해수면은 끊임없이 증감을 반복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천들은 이따금 합류해왔습니다. 이 합류 과정에서 담수어의 이주가 발생할 수 있고 과거의 낙동강과 동해안 남부의 하천이 합류했다면 담수어의 이주 역시 가능했을 것입니다.

마지막 가설은 최근에 활성화된 단층대의 활동에 의한 이주 가설입니다. 양산단층대를 통한 동해안 남부 어류상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화여대의 원용진 교수님 연구팀에서 동방종개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낙동강의 긴몰개 조상이 양산단층의 활성화로 일어난 하천쟁탈로 낙동정맥을 넘어 동남해안으로 이주했다는 이야기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져 그렇게 됐는지 설명을 부탁합니다.

“양산단층대는 한반도 지질학사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지질학적 구조입니다. 이 단층대의 활성은 서로 다른 하천의 분수령(서로 다른 하천들의 상류를 공유하는 산줄기) 이동을 초래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낙동강의 상류가 동해안 지역의 하천의 상류로 편입된다면, 이러한 하천쟁탈 과정을 통해 낙동강 상류의 담수어류가 동해안 지역의 하천으로 이주했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분석한 결과들은 양산단층대를 통한 이주 이외의 다른 대안 가설들을 모두 기각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해수면 변동에 의한 이주 가설은 우선, 동해 남부의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므로 과거 해수면이 하강했을지라도 하천이 합류할 가능성이 작고, 둘째, 점몰개가 분포하는 하천과 낙동강 사이에 존재하는 하천들 대부분에 점몰개, 긴몰개 혹은 중간형이 존재하지 않고, 끝으로 유일하게 점몰개가 분포하는 기장의 장안천에서도 점몰개와 긴몰개의 중간적인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삼척 오십천의 하천쟁탈에 의한 이주 가설은 동해안 남부의 태화-회야강 지역이 점몰개의 기원지 일 것으로 추정한 저희의 계통학적 분석 결과와 배치가 되므로 기각되었습니다.”

-언급하신 단층대의 움직임과 빙기/간빙기는 점몰개 말고도 다른 어류에도 비슷한 영향을 끼쳤을 듯한데요. 다른 어떤 예가 있습니까.

“한국의 담수어류에서 단층활동과 빙기 간빙기의 해수면 변동은 담수어류의 확산과 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논문들은 그것을 최신의 분석을 통해 입증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삼척 오십천의 단층활동에 의한 하천쟁탈로 인한 담수어류의 이주, 양산단층 활동에 의한 동방종개 조상 종의 이주가 있었음이 발표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잔가시고기도 단층활동 때문에 이주했다는 사례가 본 연구실에서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에는 여러 단층대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임진강 일대, 충남 서해안의 보령, 청양 일대, 삼척 오십천 일대, 그리고 양산단층대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주요 단층대의 활동이 하천쟁탈과 그로 인한 담수어의 이주를 초래했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서해안과 남해안 서부 지역은 대륙붕이 발달하여 있어 이들 지역의 해수면 변동이 담수어의 이주에 어떤 역할을 해왔을지 규명해 나가는 것도 앞으로 해야 할 연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지질시대의 단층활동, 해수면 변동과 같은 원인이 한반도에 자생하는 거의 모든 담수어의 이주와 분화에 기여해왔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점몰개 또는 몰개란 물고기는 어떤 물고기인가요.

“점몰개는 잉어과에 속한 소형 담수어로 이름처럼 다른 몰개 속의 종들과 달리 몸통에 동공 크기의 검은 반점을 갖고 있습니다. 점몰개가 속한 몰개 속은 동아시아의 고유 속이고 점몰개는 한반도의 몰개 속 중에서 가장 최근에 그 실체가 밝혀진 종입니다. 한반도에는 4종의 몰개 속의 담수어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긴몰개, 참몰개, 몰개, 그리고 점몰개가 그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점몰개를 제외한 나머지 3종은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분포하지만, 점몰개는 유일하게 동해안에만 분포하고 있습니다.”

-최근 소장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계통분류학 연구가 한반도 어류의 진화를 규명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아울러 선생님의 연구 의미도 간단히 부탁합니다.

“최근의 분자계통학적인 분석 기법의 발전은 생물 종의 분화 시기와 분화 장소를 추론하는 것을 가능케 했고, 이는 담수어류의 진화적 역사를 추론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방법론은 매 순간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가 계속되는 여건만 갖추어진다면, 여러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희의 연구가 갖는 의미는 담수어류의 진화적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론을 한반도의 담수어에 적용하고 제시했다는 점이 그 의미가 있겠습니다. 이는 한반도의 담수어류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는 비단 담수어류의 진화적 역사를 규명케 할 뿐만 아니라 담수어류의 보전에도 유용한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점몰개와 긴몰개의 교잡이 일어나는 증거를 영덕 오십천과 장안천에서 발견하였습니다. 자연적으로는 이들 두 종이 만날 일이 없었지만, 인위적 이식은 이들의 지리적 장벽을 무너트렸습니다. 이러한 교잡은 유전자 이입(introgression)으로 인해 지역의 고유한 생물다양성을 사라지게 합니다. 만약 점몰개의 모든 분포구간에 긴몰개가 이식되는 날이 온다면 점몰개의 고유한 다양성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재래종 담수어류의 다른 지역으로의 이식을 막을 제도적 장치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담수어류들이 이식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저희의 연구가 그것의 심각성을 일깨우는데 작게나마 기여했으면 합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yung-Bae Jeon et al, The genetic structure of Squalidus multimaculatus revealing the historical pattern of serial colonization on the tip of East Asian continent, Scientific Reports (2018) 8:10629 DOI:10.1038/s41598-018-28340-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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