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 ‘바다의 포식자’라는 통념이 북아메리카 연안에 서식하는 보닛헤드상어(위)에는 맞지 않는다. 이 상어는 바다거북이나 듀공처럼 초식동물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D. 로스 로버트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귀상어 무리 가운데 북아메리카 해안에는 머리가 삽날처럼 생긴 ‘보닛헤드상어’가 산다. 다 자라도 대개 1m 안쪽인 이 소형 상어는 따뜻한 바다에서 주로 갑각류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미국 해양대기국(NOAA) 과학자들이 2007년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 이 상어의 위장 내용물 가운데 60%까지 해초류가 차지하고 있었다(잘피밭 등 해초류는 다시마 같은 해조류와 달리 육상의 꽃이 피는 풀이 바다로 진출한 고등식물이다).
당시 과학자들은 상어가 주 먹이인 새우나 게 등을 해초밭에서 추격하다 우발적으로 풀을 삼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박사과정생인 서맨타 레이는 “우발적이라 하더라도 풀의 양이 너무 많다. (상어가) 어떻게든 풀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해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해초밭. 꽃이 피는 식물로 해수 정화와 산소 공급, 치어 양육 등에 매우 중요하다. 사진은 해초의 일종인 포스도니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레이와 연구팀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일련의 실험에 들어갔다. 보닛헤드상어 5마리를 포획해 실험실에서 기르면서 해초류에서 영양분을 섭취하는지 알아보았다. 극단적으로 해초 90%와 오징어 10%로 이뤄진 먹이를 주었다. 해초에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넣어 영양분의 이동을 추적했다. 상어의 배설물을 모아 분석했다. 상어로부터 수시로 혈액을 채취해 영양분의 섭취를 조사하는 한편 마지막엔 상어를 안락사시킨 뒤 분석했다.
그 결과 왜 이 상어의 뱃속에서 다량의 풀이 나오는지 의문이 풀렸다. 보닛헤드상어는 해초의 가장 단단한 성분인 셀룰로스를 분해해 섭취하는 능력이 있었다. 해초를 분해할 효소를 이용해 해초류 유기물의 50% 이상을 소화했다. 식물 위주의 식단에서도 상어는 체중을 불렸다.
최초의 잡식 상어로 밝혀진 보닛헤드상어. 북아메리카 대서양과 태평양 연안의 따뜻한 바다에 산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보닛헤드상어는 ‘상어는 육식하는 포식자’라는 통념을 깬 최초의 ‘잡식 상어’로 드러났다.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드러나고 있으며 동시에 급속히 줄고 있는 해초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도 이런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레이는 “해초밭은 아주 중요하다. 산소를 생산하고 많은 상업적으로 중요한 어류가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육지에서 흘러오는 유독물질을 거르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해초밭이 쇠퇴하고 사라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어떻게 보닛헤드상어가 이런 유형의 서식지에 잘 적응했는지 아는 첫걸음이다”라고 온라인 매체
‘기즈모도’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연구는 5일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생물학’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amantha Leigh et al, Seagrass digestion by a notorious "carnivore",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18.158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