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빗해파리의 ‘일회용’ 항문…볼일 끝나면 사라져

등록 2019-03-07 17:27수정 2019-03-07 18:12

[애니멀피플]
빗해파리, 수명의 90%는 ‘항문 없는 동물’…장과 피부 융합해 구멍 생겨
빗해파리는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항문을 지닌 최초의 동물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티븐 존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빗해파리는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항문을 지닌 최초의 동물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티븐 존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물에게 배설은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소화기관만 있고 배설기관이 없는 동물은 없다. 초기에 진화한 해파리, 말미잘, 산호 등 강장동물은 두 기관이 분화하지 않아 먹이를 먹는 기관으로 배출도 한다.

배설기관이 없는 동물은 없다. 이런 통념을 깨는 ‘항문 없는 동물’이 발견됐다. 물론 배설 때 일시적으로 항문이 생기지만, 삶의 대부분은 항문 없이 살아간다.

그 주인공은 대서양에 서식하는 빗해파리이다. 길이 7∼12㎝로 느리게 유영해 ‘바다 밤’으로도 불리는 이 해파리는 갑각류나 물고기의 알과 유생 등을 먹는 포식자이다.

19세기부터 이 해파리는 다른 해파리와 달리 입과 항문으로 이어지는 장관을 지닌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 교과서의 이런 내용은 틀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빗해파리의 몸 끝에 난 구멍이 알갱이 모양의 배설이 배출되는 모습. 탐 (2019) ‘무척추동물 생물학’ 제공.
빗해파리의 몸 끝에 난 구멍이 알갱이 모양의 배설이 배출되는 모습. 탐 (2019) ‘무척추동물 생물학’ 제공.
시드니 탐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해양학자는 과학저널 ‘무척추동물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빗해파리를 정밀 관찰한 결과 이 동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겼다 사라지는 일시적 항문을 통해 배설한다”고 밝혔다.

소화관에 먹이 찌꺼기가 쌓이면 장이 부풀어 오른다. 부푼 장이 피부 안쪽 끄트머리에 이르면 장과 피부조직이 녹아 들러붙는 형태가 된다. 탐은 “피부에 작은 원형 구멍이 갑자기 나타난 뒤 점점 커지자 구멍을 통해 안에 있던 배설물이 빠져나갔다”고 관찰 결과를 보고했다.

빗해파리 유생에서 배설물(W)이 모이자(A) 구멍이 생겨(B) 배설물이 모두 나간 뒤(C) 구멍이 점점 작아져 사라지는 모습(D∼F). 탐 (2019) ‘무척추동물 생물학’ 제공.
빗해파리 유생에서 배설물(W)이 모이자(A) 구멍이 생겨(B) 배설물이 모두 나간 뒤(C) 구멍이 점점 작아져 사라지는 모습(D∼F). 탐 (2019) ‘무척추동물 생물학’ 제공.
배설이 끝나면 몇 분 뒤 배설 때와 반대과정을 거쳐 구멍이 작아져 점이 됐다가 마침내 아무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는 “빗해파리는 1시간에 한 번, 유생은 10분에 한 번 항문이 일시적으로 생겼다”며 “이 동물은 수명의 90%를 항문 없이 사는 셈”이라고 밝혔다.

항문이 열리는 속도는 초당 2.5㎛(㎛, 100만분의 1m)이었고 닫히는 속도는 그보다 3배쯤 빨랐다. 구멍이 닫힐 때 주변 피부의 구조나 표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러나 탐은 “항문이 완전히 없어졌다 새로 생기는 건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다시 커지는지는 해부학적인 추가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항문관이 몸의 한쪽으로만 나는 비대칭과 일시적으로 생겼다 없어지는 빗해파리는 다른 동물의 영구적인 배설기관의 진화를 연구하는 훌륭한 연구 대상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항문관이 몸의 한쪽으로만 나는 비대칭과 일시적으로 생겼다 없어지는 빗해파리는 다른 동물의 영구적인 배설기관의 진화를 연구하는 훌륭한 연구 대상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는 또 “이제까지 빗해파리의 장관은 직장에서 둘로 갈라져 몸의 양쪽에 각각 하나씩 2개의 항문관으로 이어졌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로 2개의 항문관 가운데 하나만 일시적으로 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런 극단적인 비대칭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일시적 항문 구조의 진화와 함께 앞으로의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amm SL. Defecation by the ctenophore Mnemiopsis leidyi occurs with an ultradian rhythm through a single transient anal pore. Invertebr Biol. 2019;00: 1?14. https://doi.org/10.1111/ivb.12236@hani.co.kr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에헴” 지팡이 짚고 선 담비는 지금, 영역표시 중입니다 1.

“에헴” 지팡이 짚고 선 담비는 지금, 영역표시 중입니다

관심 끌겠다고 물 뿌리고 물건 던지고…태국 아기 하마 ‘인기가 괴로워’ 2.

관심 끌겠다고 물 뿌리고 물건 던지고…태국 아기 하마 ‘인기가 괴로워’

‘안락사 공지’ 명단에...그 이름이 있었다 3.

‘안락사 공지’ 명단에...그 이름이 있었다

학대 피해 여성들 위로한 말리, ‘올해의 고양이’ 되다 4.

학대 피해 여성들 위로한 말리, ‘올해의 고양이’ 되다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등포풀…‘이젠 우리도 서울 시민’ 5.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등포풀…‘이젠 우리도 서울 시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