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만년 전 흑해 주변의 초원에 서식했던 거대 새의 상상도. 배경에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라시아로 퍼져 나가던 직립원인이 보인다. 안드레이 아투친 제공.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퍼져 나간 인류의 조상인 직립원인(호모 에렉투스)은 거대한 하이에나, 검치호랑이와 함께 사람 키의 2배가 넘는 거대한 새가 초원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이런 추정은 흑해 북쪽 크림 반도에서 발견된 커다란 새의 대퇴골 화석에서 비롯됐다. 니키타 젤렌코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고생물학자 등은 27일 ‘척추동물 고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멸종한 이 날지 못하는 새가 키 3.5m, 무게 450㎏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했다.
흑해에서 발견된 거대 새(왼쪽)와 현생 타조의 대퇴골 비교. 니키타 젤렌코프 외 (2019) ‘척추동물 고생물학 저널’ 제공.
젤렌코프 박사는 “처음 이 새의 대퇴골 화석을 손에 들었을 때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가 틀림없다고 느꼈다. 유럽, 나아가 북반구에서 이렇게 큰 새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뼈 구조를 자세히 분석하니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파키스트루티오 드마니센시스(
Pachystruthio dmanisensis)’란 학명을 얻은 이 새는 체중 면에서 ‘지상 최대의 새’로 알려진 코끼리새에 필적하고, 멸종한 뉴질랜드의 거대 새 모아의 2배, 현생 최대 새인 타조의 3배에 이른다. 북극곰에 육박하는 체중이다.
지난해 여름 고속도로 건설 중 타우리다 동굴에서 다른 많은 고대 동물의 뼈와 함께 발견된 이 새의 대퇴골은 비교적 길고 날씬해 잘 달렸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굼뜬 거대 새인 코끼리새나 모아보다는 타조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이는 주변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연구자들은 “속도는 이 새의 생존에 매우 중요했다”고 밝혔다. 다른 고생물학 화석 증거는 약 150만∼200만년 전 이 지역에는 거대 치타, 거대 하이에나, 검치호랑이 같은 매우 전문적인 거대 포식자가 많이 살았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새의 성체는 “거대한 몸집에다 포식자에 그리 취약하지 않아 타조처럼 빠르게 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이 거대 새와 비슷한 시기의 동물 화석이 아프리카 밖에서 가장 오랜 원인의 유적지인 조지아 드마니시 마을에서 출토된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의 조상이 동유럽에 도착했을 때 거대 새는 이들이 만난 가장 전형적인 동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거대 새는 초기 직립원인에게 고기와 뼈, 깃털, 알껍데기 등을 제공하는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라고 논문은 적었다.
런던동물원 연구팀은 지난해 1800년대 수집된 뼈를 다시 분석한 결과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 가운데 무게 800㎏에 이르는 ‘지상 최대의 새’가 포함돼 있었음을 밝혔다. 코끼리새 상상도. 헤이디 마 제공.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와 뉴질랜드의 모아처럼 대개 섬에서 새의 거대화가 일어난다. 연구자들은 북반구에서 거대 새가 출현한 이유를 당시의 기후변화로 설명했다. 빙하기와 함께 건조화가 진행되어 초원이 형성되고 영양가 풍부한 먹이가 부족해지자, 몸집을 키워 신진대사를 낮추는 거대화로의 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섬의 거대 새는 사람이 멸종시켰다. 뉴질랜드 모아는 마오리족의 남획으로 1300∼1400년 동안 사라졌고, 마다가스카르 코끼리새도 1000년 전 사냥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북반구 거대 새의 멸종원인은 모른다. 직립원인에 의해 사냥 됐다는 직접 증거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ikita V. Zelenkov, Alexander V. Lavrov, Dmitry B. Startsev, Innessa A. Vislobokova & Alexey V. Lopatin (2019): A giant early Pleistocene bird from eastern Europe: unexpected component of terrestrial faunas at the time of early Homo arrival,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DOI: 10.1080/02724634.2019.160552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