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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최고 포식자 사마귀, 거미줄 탈출도 수준급

등록 2019-07-02 15:30수정 2019-07-02 16:03

[애니멀피플]
거미줄 걸린 26마리 중 21마리 탈출…강력한 입으로 거미줄 끊어
거미줄에 걸린 왕사마귀를 포획하기 위해 긴호랑거미가 꽁무니에서 끈적한 거미줄을 던지고 있다. 수기라 신지 외 (2019) ‘생태학’ 제공.
거미줄에 걸린 왕사마귀를 포획하기 위해 긴호랑거미가 꽁무니에서 끈적한 거미줄을 던지고 있다. 수기라 신지 외 (2019) ‘생태학’ 제공.
곤충계 최고 포식자인 사마귀의 먹이는 곤충뿐 아니라 도마뱀, 개구리, 쥐, 새, 거북, 물고기 등 포유류와 양서·파충류, 어류까지 아우른다(▶관련 기사: 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그렇다면 사마귀가 거미줄에 걸린 상태로 같은 절지동물 포식자인 거미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도 이런 호기심에 사로잡혀 1905년 긴호랑거미의 거미줄에 사마귀를 던져넣고 잡아먹히는 모습을 관찰하고 “야외에선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일본 연구자들은 파브르의 호기심을 실험실에서 검증해 보았다. 수기라 신지 일본 고베대 박사 등은 크기가 다른 4종의 사마귀 26마리를 각각 1마리씩 거미줄에 걸리도록 한 뒤 어떻게 되는지 관찰했다.

크기가 10㎝ 이상인 왕사마귀는 척추동물인 새나 개구리, 쥐, 작은 뱀까지 잡아먹는 포식자다. I. 루크 비아투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크기가 10㎝ 이상인 왕사마귀는 척추동물인 새나 개구리, 쥐, 작은 뱀까지 잡아먹는 포식자다. I. 루크 비아투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과학저널 ‘생태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왜 야외에선 사마귀가 거미줄에 걸린 모습을 보기 힘든지 알 수 있었다”며 “거미가 줄에 걸린 먹이를 감싸기 위해 던지는 거미줄이 극히 강하기는 하지만 일부 사마귀는 입으로 그 거미줄을 끊고 탈출한다”고 밝혔다.

사마귀와 거미는 애초 싸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거미줄에 엄청난 크기의 먹이가 걸려들었지만 굶주린 거미 26마리 가운데 사마귀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7마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거미줄을 크게 흔드는 식으로 걸린 사마귀를 털어내는 데 급급했다.

공격을 받은 사마귀는 덩치가 작은 종류였다. 크기가 5㎝가 안 되는 좀사마귀는 거미줄에 걸린 2마리 모두 공격을 받았고 모두 잡아먹혔다. 반면, 길이가 8㎝가 넘는 왕사마귀는 13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공격을 받았지만 탈출에 성공했다.

■ 거미줄에 걸린 왕사마귀가 긴호랑거미 공격을 물리치고 탈출하는 모습(수기라 신지 외 제공)

거미줄에 걸려 당황한 왕사마귀한테 긴호랑거미가 잽싸게 다가와 배에서 짜낸 끈적한 거미줄을 사마귀의 몸 뒷부분에 내던졌다. 절반쯤 거미줄로 마비시키고 자신감을 얻은 거미는 이번엔 사마귀의 강력한 앞발이 도사린 앞부분에 거미줄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미가 눈앞에 나타나자 왕사마귀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순간 날카로운 가시가 돋은 앞발이 거미를 스쳤다.

화들짝 놀란 거미는 멀찍이 달아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왕사마귀는 다른 동물의 딱딱한 껍질을 으깨던 단단한 입으로 몸에 걸친 거미줄을 하나씩 잘라내고는 유유히 탈출했다.

■ 좀사마귀가 거미의 먹이가 되는 모습(수기라 신지 외 제공)

거미의 밥이 된 작은 사마귀도 순순히 잡아먹힌 것은 아니다. 앞발로 공격을 가하고 조여든 거미줄을 입으로 잘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거미는 좀사마귀의 뒷부분을 거미줄로 묶기 시작한다. 수기라 신지 외 (2019) ‘생태학’ 제공.
거미는 좀사마귀의 뒷부분을 거미줄로 묶기 시작한다. 수기라 신지 외 (2019) ‘생태학’ 제공.
거미가 사마귀의 앞부분에까지 거미줄을 던진다. 사마귀는 입으로 거미줄을 끊어내며 안간힘을 쓴다. 수기라 신지 외 (2019) ‘생태학’ 제공.
거미가 사마귀의 앞부분에까지 거미줄을 던진다. 사마귀는 입으로 거미줄을 끊어내며 안간힘을 쓴다. 수기라 신지 외 (2019) ‘생태학’ 제공.
그러나 역부족으로 사마귀는 거미의 먹이가 됐다. 크기가 생사를 가른다. 수기라 신지 외 (2019) ‘생태학’ 제공.
그러나 역부족으로 사마귀는 거미의 먹이가 됐다. 크기가 생사를 가른다. 수기라 신지 외 (2019) ‘생태학’ 제공.
실험에서 공격받은 7마리의 사마귀 가운데 좀사마귀와 이보다 조금 더 큰 넓은배사마귀 각 2마리만 거미의 먹이가 됐다. 거미줄에 걸린 사마귀 2마리와 왕사마귀 1마리는 거미줄을 끊고 탈출했다.

전체적으로 거미줄에 던져넣은 사마귀 26마리 가운데 21마리가 피해 없이 탈출한 셈이다. 그 가운데 15마리는 15분 안에 거미줄에서 벗어났다.

연구자들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사마귀와 거미가 한 곳에 살고 사마귀가 종종 날아다니는데도 거미줄에 걸린 사마귀를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사마귀 말고 말벌 등 강력한 입을 가진 곤충도 거미줄에서 탈출한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hinji Sugiura et al, Can praying mantises escape from spider webs? Ecology, 24 June 2019, doi: 10.1002/ecy.279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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