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하루 450㎏ 먹는 코끼리, 기후변화 줄이는 ‘착한 식성’

등록 2019-07-17 14:46수정 2019-07-17 20:10

[애니멀피플]
콩고분지 둥근귀코끼리, 작은 나무 먹어치워 크고 조밀한 나무 늘려
서아프리카 콩고분지에 서식하는 둥근귀코끼리. 열대우림에 적응해 코끼리 가운데 덩치가 가장 작지만, 키 2.4∼3m, 무게 2∼4t으로 많은 양의 식물을 먹는다. 토마스 브로이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서아프리카 콩고분지에 서식하는 둥근귀코끼리. 열대우림에 적응해 코끼리 가운데 덩치가 가장 작지만, 키 2.4∼3m, 무게 2∼4t으로 많은 양의 식물을 먹는다. 토마스 브로이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적도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콩고분지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훼손되지 않은 열대우림이 보존된 곳이다. 이곳에는 사바나에 사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종이 다른 둥근귀코끼리가 산다.

지름 30㎝ 이하면 어떤 나무도 쓰러뜨리는 이 코끼리는, 나뭇잎과 껍질은 물론 씨와 열매 등을 하루 450㎏까지 닥치는 대로 먹는 대식가다. 그러나 이런 식습관이 열대림을 망가뜨리기는커녕 숲을 지탱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 코끼리의 똥 무더기 하나에서 식물 96종의 씨앗 1000여 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식물의 씨앗을 먼 거리로 옮겨 ‘비료’와 함께 살포하는가 하면, 나무에 고정된 무기물 등 중요한 영양분을 토양으로 되돌려 주어 ‘숲의 거대 정원사’란 별명을 얻었다.

둥근귀코끼리의 식성이 초래하는 또 다른 효과가 발견됐다. 이 코끼리가 숲을 교란한 덕분에 지상의 생물량(바이오매스)이 늘어났고, 그 결과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숲이 더 많이 저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둥근귀코끼리는 키 작은 나무를 키 큰 나무로, 빨리 자라는 나무를 느리고 단단하게 자라는 나무로 숲의 구조를 바꾸어 결과적으로 지상에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보관하는 구실을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둥근귀코끼리는 키 작은 나무를 키 큰 나무로, 빨리 자라는 나무를 느리고 단단하게 자라는 나무로 숲의 구조를 바꾸어 결과적으로 지상에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보관하는 구실을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파비오 베르자기 이탈리아 투시아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 15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모델링과 현지 조사를 통해 이런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베르자기는 “코끼리가 작은 나무를 먹어치운 결과 더 적은 수의 나무가 더 크게 자라고, 목재가 단단한 수종으로 숲이 바뀌어 나가게 된다”고 ‘네이처 리서치’의 연구 후기에서 설명했다.

그는 이런 변화를 기후와 토양이 비슷하지만, 형태는 전혀 다른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열대림과 비교했다. 아마존에는 콩고보다 더 작은 나무가 더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그는 이런 차이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1만년 전 거대 초식동물이 모두 멸종했지만, 아프리카에는 코끼리가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끼리가 작은 나무들을 없애자 키 큰 나무 밑에 그늘과 수분 부족에 잘 견디는 나무들이 하층 숲을 형성했는데, 이들은 목질이 더 촘촘하고 단단해 같은 크기의 숲이라도 더 많은 탄소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콩고분지 열대림의 모습. 키 큰 나무 밑에 빛과 물 부족에 잘 견디는 느리게 자라는 나무들이 하층 식생을 이뤄 작은 나무가 빽빽한 아마존과 대조를 이룬다. 아벨 카바나 ,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콩고분지 열대림의 모습. 키 큰 나무 밑에 빛과 물 부족에 잘 견디는 느리게 자라는 나무들이 하층 식생을 이뤄 작은 나무가 빽빽한 아마존과 대조를 이룬다. 아벨 카바나 ,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이 실제로 코끼리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나무를 비교해 보니, 코끼리가 있는 곳의 나무 밀도가 ㎥당 75g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열대림 1㎢에 코끼리가 0.5∼1마리만 있어도 지상의 숲에 보관할 수 있는 탄소량은 ㏊당 26∼60t에 이른다고 연구자들은 계산했다.

반대로 이 코끼리가 멸종한다면, 열대림의 목재 속에 보관되던 탄소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돌아가 기후변화를 악화하게 된다. 한반도보다 10배가량 넓은 중앙아프리카의 둥근귀코끼리는 한때 수백만 마리가 살았지만 현재 약 10만 마리만 남아 있으며,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취약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둥근귀코끼리가 콩고분지에서 지상에 추가로 저장한 탄소량은 30억t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사상 최고였던 세계의 탄소 배출량 371억t의 8%에 해당하는 양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abio Berzaghi et al, Carbon stocks in central African forests enhanced by elephant disturbance, Nature Geoscience (2019) DOI: 10.1038/s41561-019-0395-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고래의 ‘귀지’에 세계사가 기록됐다? 1.

고래의 ‘귀지’에 세계사가 기록됐다?

가시 돋친 ‘펑크록 스타’...4억3천만년 전 바닷속에 살았다 2.

가시 돋친 ‘펑크록 스타’...4억3천만년 전 바닷속에 살았다

멸종위기 메콩강 돌고래가 돌아온다 3.

멸종위기 메콩강 돌고래가 돌아온다

세계서 가장 높이나는 새, ‘줄기러기’가 한국에 오다니 4.

세계서 가장 높이나는 새, ‘줄기러기’가 한국에 오다니

영국 근위병 털모자 하나에 흑곰 한 마리씩 죽는다 5.

영국 근위병 털모자 하나에 흑곰 한 마리씩 죽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