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도롱뇽은 북·중 아메리카에 종의 99%가 사는 미주도롱뇽과에 속한다. 베링 해를 건너 북미에서 유라시아로 건너온 것이나, 한반도에서 이 종이 살아남은 것도 수수께끼다. 김현태 서산 중앙고 교사 제공.
허파가 없어 피부로만 호흡하는 특별한 양서류인 미주도롱뇽은 아메리카 대륙이 본고장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 미주도롱뇽의 일종인 이끼도롱뇽이 널리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자연사의 비밀을 안고 있는 이끼도롱뇽의 생태는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이들의 서식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이끼도롱뇽을 처음 채집한 건 일본인 학자로 1971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 도롱뇽의 자연사적 가치가 밝혀진 건 훨씬 뒤인 2005년이었다.
이끼도롱뇽은 물가 야산 높은 곳에 돌이 많이 쌓인 너덜에 주로 서식한다. 김현태 서산 중앙고 교사 제공.
민미숙 서울대 수의대 박사 등 우리나라와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이 발견 소식을 알렸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이자 도롱뇽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웨이크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내 연구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발견”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끼도롱뇽의 학명 ‘카르세니아 코리아나’(Karsenia koreana)에서 ‘카르세니아’는 당시 대전 외국인학교 교사였던 스티픈 카슨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대전 장태산에서 야외수업을 하다 이 도롱뇽을 발견하고 미국 연구자에게 표본을 보내 발견을 이끌었다.
이 발견이 세계 학계의 관심을 끈 이유는, 세계 도롱뇽의 약 70%가 포함된 미주도롱뇽과 도롱뇽의 주 서식지가 북·중미로 종의 99%가 그곳에 살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유일한 예외가 지중해안 이탈리아 북부에 일부 서식하는 미주도롱뇽으로, 왜 그곳에 살게 됐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다.
이끼도롱뇽의 계통분류학적 위치(오른쪽 네모). 왼쪽 위는 미주도롱뇽과 종의 현재 서식지. 아래는 유라시아와 미주대륙이 연결돼 도롱뇽이 이주해 분화한 두 시기의 지구 모습. 데이비스 바이에 외 (2007)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제공.
그런데 한반도에도 미주도롱뇽이 살고 있음이 드러나고, 유전자 분석 결과 이 수수께끼가 풀리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이 도달한 결론은, 약 8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 한랭화하던 지구가 잠시 온난기로 접어들었을 때 북아메리카의 일부 도롱뇽이 육지로 드러난 베링 해를 건너 유라시아로 이동해 분화했다는 것이다. 이 이끼도롱뇽의 조상은 이어 유라시아를 횡단해 지중해 일대로 퍼져나갔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반도와 지중해를 뺀 다른 지역에서는 모두 멸종했다.
그러나 지질시대의 자연사를 간직한 이끼도롱뇽은 기후변화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한반도의 삶터를 상당 부분을 잃을 것이란 예측 결과가 나왔다.
아마엘 볼체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박사 등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다양한 기후변화 모델에 따라 이끼도롱뇽 서식지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했다. 그 결과 도롱뇽 서식지가 늘어나는 것은 ‘인간활동 영향을 지구 스스로 극복하는 경우’(RCP 2.6)와 ‘온실가스 저감이 상당히 이뤄지는 경우’(RCP 4.5)뿐이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더 큰 ‘온실가스 저감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경우’(RCP 6.0)와 ‘저감 없이 이대로 증가하는 경우’(RCP 8.5)에는 2070년까지 서식지가 각각 40%와 3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볼체 박사는 “전체적으로 볼 때 기후변화는 이끼도롱뇽의 적절한 서식지가 줄어 개체수의 감소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시나리오(C)와 특별한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D) 이끼도롱뇽의 서식지 변화. 볼체 외 (2019)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그는 “이끼도롱뇽은 이동능력이 부족한 데다 적절한 서식지가 늘어난다 해도 집단끼리 단절돼 있어 서식지 확대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3도 기온 상승에 대응하려면 생물종은 고위도로 350㎞, 또는 500m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끼도롱뇽은 기후변화 영향은커녕 기본적인 생태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지난 10∼20년 사이 더운 날씨를 싫어하는 참매미가 남부지역에서 거의 사라질 정도로 기후변화 영향이 두드러진다”며 “이끼도롱뇽은 산란하기 좋은 돌이나 나뭇가지 주변을 차지해 암컷을 맞고 경쟁자를 쫓아내는 등 독특한 행동이 주목받지만 알려진 것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돌 밑에 붙여놓은 이끼도롱뇽의 알. 이끼도롱뇽은 세력권 방어나 짝짓기 구애 행동 때 페로몬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태 서산 중앙고 교사 제공.
실제로 이끼도롱뇽이 돌 밑에 거꾸로 매달린 형태의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문광연 대전 중일고 교사 등이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것은 2016년이었다.
이끼도롱뇽 서식 실태를 장기간 조사해 온 공동저자 김현태 서산 중앙고 교사는 “여름에 너무 덥지 않고 겨울에 땅속에 숨을 수 있는 하천 근처 너덜 지대에서 주로 발견된다“며 “전국적인 서식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는 이끼도롱뇽을 멸종위기종에 지정하기에 앞서 보호관찰 대상인 관찰종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대전 장태산의 이끼도롱뇽. 미국인 교사가 이곳에서 발견한 이끼도롱뇽을 미국에 보내 이 도롱뇽의 자연사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게 됐다. 김현태 서산 중앙고 교사 제공.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ma?l Borz?e et al, Climate change-based models predict range shifts in the distribution of the only Asian plethodontid salamander: Karsenia koreana, Scientific Reports (2019) 9:11838, https://doi.org/10.1038/s41598-019-48310-1
조홍섭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