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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추운 곳 새알은 왜 짙은 색일까

등록 2019-10-29 17:21수정 2019-10-29 17:39

[애니멀피플]
짙은 색 알일수록 느리게 식고 빨리 더워져
혼인 깃털로 장식한 북극 퍼핀. 추운 지방의 새일수록 짙은 색의 알을 낳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리처드 바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혼인 깃털로 장식한 북극 퍼핀. 추운 지방의 새일수록 짙은 색의 알을 낳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리처드 바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여름 손에 쥔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아이스크림보다 빨리 녹아내린다. 짙은 색이 열을 더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체온이 환경에 따라 바뀌는 변온동물에게 열을 얼마나 잘 흡수하는지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그래서 고위도로 갈수록 도마뱀의 색깔이 짙어진다.

새의 알은 온혈동물의 배아이지만,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만 살아남는다. 처지가 도마뱀과 비슷한 새알도 추운 지역일수록 알껍데기의 색깔이 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출된 땅 위에 낳은 북극 제비갈매기의 알. 알껍데기의 색깔이 짙어야 부화온도를 유지하기 쉽다. 브루스 매캐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노출된 땅 위에 낳은 북극 제비갈매기의 알. 알껍데기의 색깔이 짙어야 부화온도를 유지하기 쉽다. 브루스 매캐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필립 위소키 미국 롱아일랜드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분류군을 포괄한 새 634종을 대상으로 알껍데기의 밝기와 색깔을 정량화해 번식지의 지리적 위치와 비교했다.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알껍데기의 색소는 열 조절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도마뱀처럼 새 알도 추운 지역일수록 색깔이 짙다”고 밝혔다.

추운 지역에서도 둥지 형태가 컵이나 구멍보다 땅 위에 그대로 노출되는 알껍데기일수록 색깔이 짙었다. 연구자들이 닭, 오리, 메추라기 등의 알을 대상으로 야외에서 한 실험에서도 짙은 색깔의 알이 옅은 알보다 부화 적정온도를 더 오래 유지했고, 외부환경 온도에서 더 빨리 데워졌다.

다양한 색깔의 새 알. 고위도의 새일수록 열 조절이 쉬운 짙은 색의 알을 낳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다양한 색깔의 새 알. 고위도의 새일수록 열 조절이 쉬운 짙은 색의 알을 낳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알의 색깔은 흰색 탄산칼슘 표면에 청록 색소와 갈색 색소가 각각 얼마나 많이 발현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제까지 알 색깔을 좌우하는 요인은 포식자 회피, 해로운 자외선으로부터 배아 보호, 껍데기의 강도 보강, 부모의 알 찾기 등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이 가운데 포식압은 알 색깔의 가장 강력한 선택 압력”이라며 “그러나 추운 환경에서는 온대나 열대보다 포식자 위협이 훨씬 적다”고 밝혔다. 오히려 추운 곳에서는 알이 부화온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가까운 먹이터를 정해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

이 때문에 극지방의 어미 새는 온대에 견줘 최고 50% 에너지 소비가 많고, 열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알껍데기의 짙은 색 같은 형질이 중요하게 된다.

대조적으로 포식자가 많은 따뜻한 지역에서 어미 새는 알의 온도 유지보다는 포식자의 눈길을 끌지 않기 위해 둥지에 드나드는 빈도를 줄인다. 연구자들은 “더운 지역에서는 온도 조절 말고도 포식자 회피 같은 다른 중요한 선택 압력이 알껍데기의 색깔을 정하는 데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조류의 알 색깔 분포. 극지방에 가까울수록 짙어진다. 필립 위소키 외 (2019)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제공.
세계 조류의 알 색깔 분포. 극지방에 가까울수록 짙어진다. 필립 위소키 외 (2019)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 제공.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hillip A. Wisocki et al, The global distribution of avian eggshell colours suggest a thermoregulatory benefit of darker pigmentation, Nature Ecology & Evolution, https://doi.org/10.1038/s41559-019-100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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