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
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어미 박새, 뱀 침입에 탈출 경보에 새끼들 둥지 밖으로 탈출
서울대 연구진 관악산서 9년째 조사 “영장류처럼 뱀에 특별 반응”
뱀이 둥지로 접근하면 박새는 독특한 경보음을 계속 내면서 포식자를 쫓아내려 애쓴다(왼쪽). 누룩뱀은 봄철 둥지를 떠나기 전 새 새끼를 많이 잡아먹는 대표적 파충류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관악산 박새의 최대 천적은 뱀 서울대 생명과학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실은 지난 9년 동안 관악산에 인공둥지 약 500개를 설치하고 박새의 번식행동을 연구해 왔다. 박새는 해마다 이맘때가 번식기여서 둥지마다 약 10마리의 새끼가 깨어난다. 어미는 새끼가 독립해 둥지를 떠날 때까지 부지런히 애벌레를 잡아 나른다. 그러나 새끼 박새에게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누룩뱀, 능구렁이 등 뱀은 물론이고 다람쥐와 족제비 등 포유류, 어치, 까마귀 등 새들이 새끼를 노린다. 뱀이 둥지에 다가오면 어미는 뱀 위를 맴돌며 위협하고 경고음을 쉬지 않고 내며 긴박하게 대응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덩치 큰 뱀이 둥지 구멍 속으로 들어오면 새끼를 모조리 삼켜 번식을 망치기 때문이다.
한창 번식기인 지난주 서울 관악산 박새 둥지로 침투한 누룩뱀. 다 큰 누룩뱀은 10마리에 이르는 박새 새끼를 모조리 집어삼키기도 한다. 박진석, 서울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실 제공.
‘뱀이다’ 경보에 새끼들 둥지 ‘탈출’ 하씨 등 서울대 연구자들은 박새 어미의 뱀 경고 신호가 효과를 내려면 새끼가 둥지를 탈출해 날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런데 조사해 보니 새끼가 비행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에도 어미는 ‘탈출 경고 신호’를 보냈다. 어미는 왜 뱀이 다가오면, 새끼의 발육상태와 무관하게 일단 경고부터 하는 걸까. 연구자들은 2018년 과학저널 ‘행동’에 실린 논문에서 “경고 신호가 새끼의 둥지 이탈 행동보다 먼저 진화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연구자들은 “애초 뱀 경고 신호는 주변의 새들을 불러모아 뱀을 겁주어 쫓아내기 위한 행동으로 진화했지만, 나중에 새끼가 이 신호를 듣고 둥지를 이탈하는 행동이 따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낙 뱀의 포식압력이 크기 때문에 애초 그런 목적은 아닌데도 새끼가 둥지를 탈출하는 행동이 진화했을 것”이라고 하씨는 설명했다. 어미가 내는 경고음을 들은 새끼는 뱀을 본 적은 없지만, 둥지를 뛰쳐 나가야 살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는 얘기다. 토시타카 박사는 ‘뱀 경고음을 들은 박새는 움직이는 막대기만 보아도 놀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7년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에 실린 논문에서 그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뱀 경계음을 들려준 뒤 길쭉한 막대기를 나뭇가지 위로 끌어올리거나 바닥에서 끌어 뱀 흉내를 내자 박새는 실제로 뱀인 것처럼 공격 행동에 나섰다.
사람과 뱀의 관계는 그저 끔찍히 싫어하는 관계 이상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사람 시력, 뇌 진화도 뱀 때문? 사람과 뱀의 관계는 그저 끔찍하게 싫어하는 관계 이상이다. 사실 사람은 사람이 되기 훨씬 전부터 뱀과 부대끼며 살아왔다. 맹수 등 대형 포유류가 아직 지구에 출현하기 전인 4000만∼6000만년 전부터 뱀은 초기의 소형 포유류를 위협하는 주요한 포식자였다. 처음엔 비단구렁이처럼 조이는 방식으로, 나중엔 독을 이용해 포유류를 사냥했다.
어미 박새는 뱀을 발견하면 다른 포식자를 발견했을 경우와 다른 독특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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