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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록다운에 ‘자연이 돌아왔다’…좋기만 할까?

등록 2020-08-27 16:12수정 2020-08-27 17:43

[애니멀피플]
외래종과 밀렵 확산 등 ‘착한, 나쁜, 추한’ 영향 다 나타나
도시 봉쇄로 사람의 교란이 줄어든다고 자연이 꼭 건강하고 풍요로워지는 건 아니다. 사람의 개입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도시 봉쇄로 사람의 교란이 줄어든다고 자연이 꼭 건강하고 풍요로워지는 건 아니다. 사람의 개입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도시 봉쇄)은 못 보던 야생동물을 도시로 불러들였다. 재난 가운데서도 ‘인간이 물러나자 자연이 돌아왔다’고 반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록다운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는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유럽 최초로 3월 11일부터 5월 4일까지 전면적인 록다운을 겪은 이탈리아 연구자들은 이 기간에 록다운이 야생동물에 끼친 영향에는 ‘착한 놈, 나쁜 놈, 추한 놈’이 모두 들어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록다운이 야생동물에 끼치는 다양한 영향. 라울 마넨티 외 (2020) ‘생물학적 보전’ 제공.
코로나19 록다운이 야생동물에 끼치는 다양한 영향. 라울 마넨티 외 (2020) ‘생물학적 보전’ 제공.
라울 마넨티 이탈리아 밀라노대 박사 등은 과학저널 ‘생물학적 보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사, 현장 데이터, 시민과학자들의 관찰 기록, 설문조사 등을 종합한 결과 “록다운은 야생동물과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부정적이고 때론 추한 결과를 빚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람의 교란이 줄어들자 야생동물이 도시에 출현하고 낮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긍정적 결과다. 연구자들은 시민과학자들이 장기 모니터링을 해 온 호저의 경우 도시 출현율이 5배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와 지중해 일대에 서식하는 대형 설치류 호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프리카와 지중해 일대에 서식하는 대형 설치류 호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기오염이 줄어들고 먹이인 곤충이 늘자 칼새는 한배에 품는 알의 수를 늘려 최대치인 4개의 알을 낳은 둥지가 과거 15∼27% 수준에서 45%로 늘었다.

이탈리아 북부 칸투 지역에서 2011∼2019년 동안 매년 3∼4월 관찰한 새는 453∼774마리였지만 2020년 록다운 기간엔 1627마리로 뛰었다. 관찰한 새의 종도 28∼38종에서 77종으로 늘었다. 여기엔 소음이 줄어 울음소리로 새를 조사하기가 쉬워졌고 관찰하는 시간이 늘어난 점도 작용했다.

도시 봉쇄로 교통량이 극적으로 줄자 때 마침 번식기 이동에 나선 두꺼비는 큰 혜택을 봤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시 봉쇄로 교통량이 극적으로 줄자 때 마침 번식기 이동에 나선 두꺼비는 큰 혜택을 봤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번식기에 자동차에 깔려 죽는 일이 흔한 양서류는 도로교통량이 80∼100% 줄면서 록다운의 덕을 톡톡히 봤다. 2000년부터 관찰 기록이 있는 8곳에서 두꺼비가 차에 깔려 죽은 마릿수는 과거 9년 동안 1곳당 평균 53마리였지만 올해는 1마리에 그쳤다.

외래종 증가와 관리의 중단은 록다운 효과 가운데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자연이 돌아왔다’고 환호하던 뉴스 보도에서 돌아온 야생동물의 14%는 인도공작, 뉴트리아 등 외래종이었다.

북미에서 이탈리아로 사냥감으로 도입한 동부솜꼬리토끼. 록다운으로 낮에도 볼 수 있을 만큼 활동 시간대를 넓혔다. 개리스 라즈베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미에서 이탈리아로 사냥감으로 도입한 동부솜꼬리토끼. 록다운으로 낮에도 볼 수 있을 만큼 활동 시간대를 넓혔다. 개리스 라즈베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낮에도 자주 눈에 띄게 된 솜꼬리토끼가 그런 예이다. 북미에서 사냥감으로 들여온 이 토끼는 낮에는 풀숲에 꼼짝하지 않고 숨어 있다가 어스름이나 새벽에 활동한다. 그러나 록다운 이후 대낮에도 종종 눈에 띈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급격히 불어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침입종에 대한 관리도 손을 놓았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이 26개 보호구역 관리자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75%가 “번식기에 해야 할 침입종 퇴치 노력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희귀 조류 번식지에서 쥐를 잡는 등의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록다운 뒤 야생이 돌아왔다는 보도가 인기를 끌었지만 과장된 측면도 크다. 연구자들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새삼스럽게 록다운 때문에 벌어졌다고 잘못 보도한 사례가 27%에 이른다”고 밝혔다.

관리자는 물론 연구자와 여행자의 발길이 끊긴 야생에서 성행하게 된 밀렵은 록다운의 추한 측면이다. 철새 도래지에서 불법 사냥이 벌어지거나 멸종위기종 포획, 독약 살포 등의 행위가 이탈리아는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널리 벌어지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는다며 박쥐를 죽이는 행위도 아시아 등에서 벌어진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이탈리아의 사례를 대상으로 삼았지만 록다운이 이뤄지는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소독작업의 결과 다량의 소독약이 물 생태계로 흘러든다. 물속 곤충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잠자리 애벌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규모 소독작업의 결과 다량의 소독약이 물 생태계로 흘러든다. 물속 곤충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잠자리 애벌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주로 대형 포유류와 새 등 인기 있는 동물에 집중하고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무척추동물에는 거의 관심 없는 것도 문제다. 연구자들은 대대적인 소독작업의 결과 담수 생태계가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고, 꽃가루받이하는 곤충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용 저널: Biological Conservation, DOI: 10.1016/j.biocon.2020.10872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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