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농장동물

꿀꿀, 행복해? 돼지 ‘감정 번역기’ 나온다

등록 2022-03-10 13:53수정 2022-03-10 14:11

[애니멀피플]
좋을 땐 낮고 단조로운, 괴로울 땐 높고 변화 큰 소리…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
방목하는 행복한 돼지. 긍정적인 감정 상태인 돼지는 주변을 탐색하고 귀를 앞으로 활짝 펼치는 행동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방목하는 행복한 돼지. 긍정적인 감정 상태인 돼지는 주변을 탐색하고 귀를 앞으로 활짝 펼치는 행동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축 가운데 소나 말 염소가 과묵하다면 돼지는 말이 많은 편이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돼지가 내는 다양한 소리가 어떤 감정 상태에서 나오는 것인지 인공지능을 이용해 해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개발됐다.

엘로디 브리퍼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돼지의 꿀꿀거리는 소리를 실제 느끼는 감정으로 번역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동물복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덴마크, 스위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6개국의 상업적인 양돈장과 실험시설에서 돼지 411마리가 내는 소리 7414개를 녹음했다. 돼지가 태어났을 때부터 도살장에 갈 때까지 19가지 다른 상황에서 내는 소리가 포함됐다.

연구자들은 이 소리가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지 아니면 부정적 감정을 표시하는지 분류할 수 있도록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훈련시켰다. 브리퍼 교수는 “돼지의 소리는 행복하거나 흥분된 긍정적 상황과 두렵거나 괴로운 부정적 상황에서 내는 2종류가 크게 다르다”며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훨씬 짧고 진폭이 적은 소리를 낸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돼지들이 내는 소리로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아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개발돼 동물복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리가 모여 놀 때 돼지들은 짧고 단조로운 소리로 꿀꿀댄다. 엘로디 브리퍼, 코펜하겐대 제공.
돼지들이 내는 소리로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아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개발돼 동물복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리가 모여 놀 때 돼지들은 짧고 단조로운 소리로 꿀꿀댄다. 엘로디 브리퍼, 코펜하겐대 제공.

짧고 단조롭게 꿀꿀거리는 긍정적인 상황이란 한배 새끼들과 어울려 놀거나 젖을 빨 때, 잠깐 헤어졌던 어미와 다시 만날 때, 뛰어놀 때 등을 가리킨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반대로 어미와 헤어질 때, 싸울 때, 어미에 짓눌렸을 때, 거세당할 때, 도살장에 가기 위한 준비와 기다릴 때 등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높은음의 음조 변화가 큰 비명을 지르거나 꽥꽥거렸다. 연구자들은 또 실험실에서 양 극단이 아닌 중간적 상황에서의 반응을 살폈다. 예컨대 장난감이 있거나 없는 우리에서 돼지가 내는 소리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봤다.

이런 다양한 상황에서 내는 소리를 학습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돼지의 감정 상태를 매우 정확하게 파악했다. 브리퍼 교수는 “훈련받은 알고리즘은 돼지 소리의 92%에서 감정 상태를 알아냈다”고 말했다.

돼지는 기억력이 뛰어나고 호기심이 많아 놀이를 즐긴다. 다른 돼지의 감정 상태를 느껴 공감하고 저마다 개성이 있기도 하다(▶속임수 쓰는 돼지 봤어?…우리가 몰랐던 돼지의 인지능력).

따라서 양돈산업에서도 돼지의 동물복지는 중요한 현안이어서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에 주목하고 있다. 브리퍼 교수는 “돼지가 내는 소리로 심리적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자동 시스템이 나올 수 있다”며 “누군가 우리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앱으로 만들어 농가에서 동물복지를 향상하는 데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유럽연합이 후원하는 ‘사운드웰(SoundWel)’ 프로젝트의 하나로 수행됐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2-07174-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내일부터 개인 농가 ‘곰 사육 금지’…‘도살’도 인도적 방식으로 1.

내일부터 개인 농가 ‘곰 사육 금지’…‘도살’도 인도적 방식으로

꼬리 달린 돼지, 항생제 안 맞는 닭…핀란드의 동물복지 2.

꼬리 달린 돼지, 항생제 안 맞는 닭…핀란드의 동물복지

국회 간 도담이와 바겐이…“반려견과 식용견, 따로 있나요” [포토] 3.

국회 간 도담이와 바겐이…“반려견과 식용견, 따로 있나요” [포토]

‘나 물 건너 왔수리…’ 구조된 독수리 발목에 덴버동물원 인식표 4.

‘나 물 건너 왔수리…’ 구조된 독수리 발목에 덴버동물원 인식표

국내 최초 동물권·동물복지 대학원 생긴다 5.

국내 최초 동물권·동물복지 대학원 생긴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