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동물해방물결 활동가와 회원 20여 명이 소 보금자리가 마련될 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월분교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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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에서 ‘고기’로 길러지던 소들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생크추어리)가 국내 최초로 강원도 인제에 마련된다. 첫 입주자들은 지난해 동물단체가 도축 직전 구조한 소 6마리다.
동물단체 동물해방물결은 4월2~3일 강원도 인제군 ‘한국 디엠제트(DMZ)평화생명동산 교육마을’에서 이틀간 진행한 워크숍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워크숍은 동물해방물결 활동가와
비건 배우 임세미,
비건 유튜버 초식마녀 등 회원 20여 명이 참가해 단체가 지난해 구조한 소 6마리의 임시보호처를 방문하고, 보금자리 후보지를 찾아 마을 주민들과 면담하는 일정으로 꾸려졌다.
소 보금자리는 분교의 교실로 쓰여지던 1층 건물 한 채와 교사 사택 2채, 학교 건물 뒤 500여 평의 동산이 활용될 예정이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동물해방물결은 지난해 4월 인천시 계양구 한 목장에서 도축 직전의 홀스타인종 수소 15마리의 구조를 결정했다. 이들은 소에게 각각 들꽃과 들풀의 이름을 붙이고 소들을 살리는
‘꽃풀소 살림 프로젝트’를 진행해 구조비용 등을 모금했다.
그러나 당시 소들이 지내고 있던 무허가 축사의 철거일이 앞당겨지며
15마리 중 6마리만 현재 임시보호처로 오게 됐다. 나머지 소들은 애초 일정대로(도축 시기 18~24개월) 도축됐다. 구조된 소 머위, 메밀, 미나리, 부들, 엉이, 창포 6마리는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임시보호처인 ‘인제 하늘내린목장’에서 지내고 있다.
소들이 여생을 보낼 소 보금자리는 인제군 남면 신월리에 꾸려질 예정이다. 단체는 소 구조 결정 이후 1년여 간 전국 각지를 후보지로 놓고 부지 선정을 위해 고심해왔다. 신월리가 보금자리로 선정된 것은 3년 전 폐교된 신월분교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면서부터다.
지난해 8월 구조돼 현재 인제 하늘내린목장에서 지내고 있는 소 6마리.
신월리 마을사업공동체 ‘달 뜨는 마을’ 김경림 사무장은 “현재 교육청 소유의 신월분교 운영권이 이달 중에 인제군으로 이전된다. 신월리 마을공동체는 이를 위탁받아 소 보금자리 프로젝트에 활용함으로써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마을에 새로운 인구를 유치하고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분교 운영권이 이전되는 즉시 인제군과 신월리 마을사업공동체, 인제로컬투어사업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구체적인 보금자리 건립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소 보금자리는 분교의 교실로 쓰여지던 1층 건물 한 채와 교사 사택 2채, 학교 건물 뒤 500여 평의 동산이 활용될 예정이다. 신월분교 교실은 생태 감수성 교육 공간으로, 동산 500여 평은 소들의 삶터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동물해방물결 홍성환 캠페이너는 “소 보금자리는 폐교된 분교의 부지를 적절히 활용해 안락하게 조성하되 운영 과정에서 동물과 상생하는 청년-지역 공동체 간 협력 사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민 분들과의 협치를 통해 청년 단체가 마을의 새로운 동력이자 일원이 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구조된 소 6마리가 보호받고 있는 인제 하늘내린목장을 방문한 배우 임세미씨가 소들을 둘러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이들은 “국내 최초 소 보금자리는 소들이 ‘고기’가 아닌 인간처럼 ‘지각있는 동물’임을 몸소 보여주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6명의 꽃풀소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뛰노는 보금자리가 무사히 완성될 때까지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단체는 현재 보금자리 완공 전까지 소들이 거처할
임시보호처 보호 비용 마련을 위한 긴급모금을 진행 중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