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가축 장거리 운송 금지의 날’ 캠페인
2015년 양 폐사 사건 기억 위해 14일 개최
국내에서는 동물자유연대 참가
2015년 양 폐사 사건 기억 위해 14일 개최
국내에서는 동물자유연대 참가
살아있는 동물의 장거리 운송을 금지하자는 캠페인이 14일 한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벌어졌다. 국내 단체에서는 동물자유연대가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번 캠페인은 2015년 루마니아를 출발한 수출용 양들이 운송 중에 끔찍하게 죽은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원래 루마니아의 선박 트러스트 1호에 실린 1만3000마리였는데, 이 중 5000마리가 운송 8일 만에 탈수와 굶주림으로 죽었다. 선장은 요르단에 정박하려 했으나 하역을 거부당했고, 요르단 항구에서 수일간 머무르다가 소말리아에서 하역할 수 있었다. 6월14일 소말리아에 도착한 선박 안에는 죽은 양으로 가득했다.
지난 4월에는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서 출발한 화물선에서 양들이 오물에 뒤덮여 대량으로 죽어가는 영상이 동물단체에 의해 공개되면서, 세계적인 파문을 던졌다. (관련 기사 ‘양들의 유령선 파문…영국도 “가축 수출 금지 검토”’)
동물이 장거리 운송되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굶주림, 탈수에 이른다. 동물자유연대는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동물학대와 달리 운송 중에는 언제라도 동물학대가 발생할 수 있어 물리적으로 단속이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동물단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양을 바다 밖으로 내던지는 장면도 목격됐다.
동물자유연대는 가축을 도축하지 않고 국가 간 수출입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째는 할랄 방식으로 도축한 육류만 소비하는 일부 문화권의 소비문화 때문이다. 둘째는 원산지의 변경을 위해서다. 살아있는 동물을 수입하여 도살하면, 법적으로는 ‘국산 축산물'이 되기 때문이다.
영국 동물단체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의 자료를 보면, 국가 간 무역을 통해 운송되는 돼지는 연간 3700만 마리에 이른다. 양의 경우 1570만 마리가 운송되며, 소는 1040만 마리가 연간 살아있는 채로 장거리 운송된다.
가축의 장거리 운송을 거부하는 운동은 1995년 영국 브라이틀링시에서 열달 동안 이어진 연좌시위를 통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 뒤 동물단체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의 장거리 운송을 반대하는 활동이 주요한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관련 기사 ‘20세기 최고 동물을 위한 전투의 기원’)
동물자유연대는 “국내 동물보호법은 아직 동물 운송에 관해 강력히 규제하지 않고 있다”며 “행정 당국은 동물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개선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14일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살아있는 동물의 운송을 금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영국 런던에서도 14일 살아있는 동물의 장거리 운송을 금지하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캠페인 참가자들이 운송 중 죽은 동물을 몸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CIWF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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