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장의 산란계가 케이지에서 사육되고 있다. 산란계는 A4 용지 한 장도 안 되는 면적에서 1~2년을 살다가 도계된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풀무원이 2028년까지 알을 낳는 닭(산란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케이지 프리’를 선언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와 풀무원식품㈜는 22일 서울 수서동 풀무원 본사에서 양해각서를 맺고, 풀무원이 유통·판매하는 식용란 전체를 동물복지란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평생 A4 용지 한 장도 안 되는 면적의 케이지에 갇혀 사는 산란계가 밖으로 나와 실내의 사육공간(평사) 등에서 걸으면서 살 수 있게 된다. 맥도널드 등 미국 식품업계가 최근 잇달아 ‘케이지 프리’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식품업체가 케이지 프리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합의를 끌어낸 동물자유연대는 23일 “풀무원의 브랜드 계란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만큼 계획대로라면 2028년까지 국내 판매되는 브랜드란 대부분이 동물복지란으로 교체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공장식 축산이 문제로 떠올랐지만, 정부가 지난 7월 통과시킨 축산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올해 9월 시행)은 산란계의 적정 사육면적을 기존 0.05㎡에서 0.075㎡로 상향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이에 비해 풀무원의 선언은 식용란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배터리 케이지 및 엔리치드 케이지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케이지 퇴출을 목표로 삼고 있어 동물복지 측면에서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풀무원식품㈜은 22일 동물자유연대와 양해각서를 맺고 2028년까지 산란계의 ‘케이지 프리’를 하기로 선언했다.
풀무원은 가정에서 주로 소비하는 ‘브랜드 달걀’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음식점 및 가공식품에서 쓰이는 달걀에 견줘 생산량이 적지만, 대중적인 인식 제고 효과는 크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풀무원 그룹과 풀무원식품 사업 전체가 케이지 프리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식용란 유통 산업에서 풀무원의 위상이 상당한 만큼 이번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케이지에 감금되어 고밀도로 사육되고 있는 산란계를 위해 케이지 프리 선언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케이지 프리’ 캠페인을 레스토랑이나 유통업체, 호텔 등 다양한 기업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병진 선임활동가는 “현재 미국의 경우 300개가 넘는 기업이 케이지 프리 선언에 동참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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