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양의 고기라도 소고기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보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훨씬 많다. 이병학 기자
폭염과 기후변화
올여름 한반도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 기온인 40도를 넘는 폭염을 기록했다.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 북미 대륙과 북유럽까지 전 세계가 폭염에 시달렸다. 또한 다른 어느 해보다 강력한 태풍이 많이 발생하였고 중국과 일본 등지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폭염에 의한 열파 사망자의 증가, 태풍 발생의 빈도와 강도의 증가 모두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피해여서 올해는 유난히 기후변화의 충격이 우리 옆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해였다.
마침 올해 10월1일부터 8일까지 인천 송도에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열렸다. 이 기구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진단과 대책 마련을 위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은 중요한 국제기구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2015년 개최된 기후변화 파리총회에서 논의된 지구 기온 증가를 2도에서 멈추게 하자는 제의에 대해, 이는 지구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크니 1.5도에서 멈추도록 해야 한다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하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 특단의 대책과 노력을 전 세계에 요구하는 내용이다.
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IPCC 의장단이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피시시 총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였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한번도 줄여보지 못하였고, 배출 증가율이 감소하였다는 초라한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기후변화가 다음 세대가 아닌 우리 세대의 숙제란 각오로 적극적인 노력과 대책이 필요하다.
지구를 위협하는 3C
올해 100살인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존재로 보고 ‘가이아’라고 불렀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가이아 가설은 지구가 단순히 생물과 무생물이 섞여 사는 복합체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환경을 조절하여 생물이 살기 좋은 상태 즉, 현재와 같은 대기의 조성과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구성원 중의 하나인 인간이 너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가이아의 자기조절 능력을 위협해 가이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시켜 지구 온도를 높이는 위험성에 대해 매우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저서 ‘가이아의 복수’ 서문에서 “몹시 안 좋은 소식을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그래서 이 책을 정말로 쓰기 힘들었다. 나는 지구 가족의 일원인 여러분에게 문명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쓰고 있다. 제임스 러브록은 환경오염보다 기후변화의 긴박성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후퇴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자료1).
그는 지구를 위협하는 3C를 여러 번 얘기하였다. 3C란 Car(자동차-이후 저술에서는 combustion(연소)으로 표현함), Cattle(소), Chain saw(기계톱)이다. ‘지구를 위협하는 3C’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위기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연소는 화석연료의 무절제한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기 때문이고, 기계톱은 삼림파괴 특히 열대림의 파괴를 경계하는 것이다. 이는 열대림이 생태자원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증산작용으로 많은 구름을 생성하고 구름은 햇빛을 반사하여 지구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를 위협 요소로 설명하는 것은 다량의 목축을 위하여 숲을 파괴하여 경작지를 만들고,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사료로 사용하여 소수가 먹을 수 있는 육류로 바꾸어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제임스 러브록은 위기에 빠진 가이아를 위하여 연소를 줄이고, 숲을 파괴하지 말고, 육식을 위한 과도한 목축을 그만두라고 경고하고 있다.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생명을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보았다. 최근 그는 인간의 자각 없이는 지구시스템도 없다는 ‘가이아 2.0’ 가설을 내놓았다. 미항공우주국(나사) 제공.
식생활과 온실가스 배출
2011년 미국 환경 작업 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서 발표한 '기후변화와 건강을 위한 육식자 지침'(Meat eater's guide to climate change+health) 보고서(자료2)에서는 우리 식생활에서 단백질 섭취를 위한 식재료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 평가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육류의 경우 사료 생산과 분뇨처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먹을 수 있는 부위의 비율, 냉동저장과 운반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까지 상세하게 산출하여 비교 하였다(자료3). 주요 식품별 소비되는 식품 kg당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환산배출량(kg)은 표1과 같다.
이를 살펴보면 양고기와 소고기가 1, 2위로 다른 육류에 비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이 2~3배 많았다. 이는 양과 소는 반추동물로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메탄을 많이 배출하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1배 큰 온실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소고기 소비량과 그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생각하면 제임스 러브록의 3C에 소가 들어간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주요 식품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단위 : 이산화탄소 환산배출량 (CO2-kg/식품-kg)
양고기 39.2 소고기 27 치즈 13.5 돼지고기 12.1 연어 11.9 닭고기 6.9 참치통조림 6.1 계란 4.8 감자 2.9 쌀 2.7 두부, 콩 2 우유 1.9
이 지침이 얘기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당연히 육류보다는 콩, 두부, 감자를 소비하는 것이 좋고, 육류를 소비하더라도 소, 양고기보다는 닭고기와 계란을 소비하는 것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식생활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심하지 않으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임스 러브록과 아이피시시의 경고에 귀 기울인다면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논의와 고민을 할 때가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꾸고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장영기 /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