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이가 체험 동물원에서 염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먹이 주기, 만지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른바 미니동물원이 슈퍼 박테리아의 잠재적 온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미생물 및 전염병 학회’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일부 체험 동물원의 동물들이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강력한 균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스라엘 아리엘대학 분자생물학과 시리 나본 베네치아 교수팀은 이스라엘 내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페팅주’(petting zoo, 먹이 주기·만지기 체험을 하는 동물원) 8곳을 대상으로 42종, 228마리 동물에게서 대변, 털, 피부 등 382개의 사료를 채취했다. 연구팀은 채취된 사료에서 35종의 박테리아가 발견됐으며, 조사한 동물 가운데 12%가 한 종류 이상의 항생제 내성균을 가진 것으로 밝혔다.
동물들이 보유한 균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었으며 발견된 균의 77%는 대변에서, 23%는 피부 표면에서 발견됐다. 동물을 만지는 행위만으로도 강력한 박테리아에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페팅주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동물을 관람만 하는 일반적인 동물원과 다르게 동물을 직접 안고, 만지는 행위가 동반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직접 접촉 행위를 통해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미니동물원, 체험동물원, 실내동물원, 동물카페 등의 이름으로 운영된다. 이들 변종 동물원에서는 토끼, 염소, 양, 돼지, 라쿤, 기니피그 등 크고 작은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연구진은 “동물이 외관상 건강해 보인다고 병원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라며 “동물과 방문객 사이의 전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엄격한 위생 관리와 합리적인 항생제 사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