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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농장동물

개, 돼지에게 남은 밥 주는 게 왜 잘못이냐고요?

등록 2019-05-27 13:49수정 2019-05-27 16:29

[애니멀피플] 동물의 친구들
악취가 진동하는 가정용 음식폐기물 수거통이 개들의 주식으로 개농장으로 반입된다.
악취가 진동하는 가정용 음식폐기물 수거통이 개들의 주식으로 개농장으로 반입된다.
돼지의 질병으로 인간 세상이 난리다. 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인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무섭게 확산 중이다. 베트남만 해도 5월 현재 150만 마리가 살처분 되었고, 세계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권고받기까지 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 4월9일 10개 부처 합동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유입 예방과 관련’한 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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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축산 환경은 바이러스의 보고

이 병은 오직 돼지와 야생돼지에게만 감염된다.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으며 집돼지의 경우 걸리면 100% 죽는다. 감염된 동물의 분비물과 호흡, 조리되지 않은 오염된 돼지고기나 소시지 등 가공식품, 차량, 도구, 옷, 축사 등 모든 것에 의해 감염될 수 있다. 야생돼지가 감염되고 흡혈 진드기에 의해 집돼지 포함 다른 돼지에게 옮겨질 수도 있다. 한번 유입되면 그야말로 끝장이다.

개농장에서 음식폐기물을 수거·급여·무단 폐기하는 모든 과정에서 오염원이 기계적 오염으로 무차별 확산되며 돼지농장과 닭농장의 방역망은 와해된다.
개농장에서 음식폐기물을 수거·급여·무단 폐기하는 모든 과정에서 오염원이 기계적 오염으로 무차별 확산되며 돼지농장과 닭농장의 방역망은 와해된다.
이 좁은 땅에서 우리 국민 50명 당 무려 11마리의 돼지가 복닥복닥 살고 있다. 산에는 제 마음대로 다니는 약 30만 마리의 멧돼지들도 있다. 이렇게 동물들과 가까이 살거나 잔뜩 키우면서 질병에 대한 대책이 없다니. 하긴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100% 방역을 한다는 건 애초 인간의 오만한 꿈이다. 그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합리적 노력을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다.

바이러스의 목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무한 복제다. 수백 수천 마리의 유전적으로 똑같은 동물들을 숨 쉴 틈도 없이 빽빽이 가둔 축산 환경은 바이러스에게는 천혜의 보고다. 인간이 바이러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개농장주는 음식폐기물을 수거해 개에게 주식으로 먹인다. 우리나라 음식폐기물 재활용 정책 이면의 모습이다.
개농장주는 음식폐기물을 수거해 개에게 주식으로 먹인다. 우리나라 음식폐기물 재활용 정책 이면의 모습이다.
생각하면 참 가공할 위험이지만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죽어도 동물이 죽는 거고 정부가 보상은 해 줄 것이며 어떻게든 내 시장바구니에 육류를 사서 담는데 직접적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라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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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은 ‘찔끔’

그래서 이 와중에도 정부는 최소한의 대책만 세운다. 사람이 먹고 버린 음식폐기물이 동물 전염성 질병 감염과 확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정말 많이 먹고 많이 남겨 버린다. 구제역, 조류독감, 소해면뇌증, 아프리카돼지열병 모두 전염 과정에서 사람이 먹고 버리거나 부수적으로 배출되는 ‘폐기물’이 전염병을 매개 혹은 유발한다.

2001년 영국의 600만 마리 구제역 살처분 사태, 반추 초식동물 소에게 버려지는 양의 뇌를 먹여 소해면뇌증이 발생한 것이 그렇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오염된 돼지고기나 가공품이 포함된 음식폐기물을 다시 ‘돼지에게’ 먹임으로써 감염이 퍼진다. 중국에서 발생한 111건의 역학조사 결과 44%에 달하는 49건이 음식폐기물 급여로 인해 발생했다.

최소한에 그치는 정부 정책은 또 언제나 한발 늦다. 소해면뇌증으로 난리가 나자 소에게는 음식폐기물을 먹일 수 없게 했다. 9천만 마리 조류 살처분 이후 닭과 오리에게 건조 가공된 사료 형태 외 음식폐기물을 먹이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기로 했다. 이번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책이라며 돼지에게 음식폐기물 급여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질병 우려 시’, ‘농식품부 장관의 요청이 있을시’라고 줄줄이 단서가 붙었다. ‘직접 수거 생산’한 음식폐기물 급여만 달랑 금지하는데 달아놓은 조건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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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나는 폐기물이 개, 돼지의 먹이로

우리나라는 동종의 동물들의 살점, 뼈 국물, 내장 등 부산물 등이 포함된 음식폐기물을 동물들에게 먹여 왔다. 소와 가금류부터 순차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와 돼지에게는 무한정 허용된다. 참 모진 짓이지만 환경부는 만만한 동물들을 음식폐기물 처리기로 이용하기로 했는지 이 방식의 폐기물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개인적으로 모든 면에서 완전히 실패한 야만적 정책이라 본다. 동물들을 보호·관리해야 할 농식품부에서도 동물들이 쓰레기 분해 장치로 이용되어도 모르쇠 전법으로 버텨왔다. 식약처는 적정한 폐기에 만전을 기해야 할 축산폐기물이 불법 개농장으로 흘러가도 태평하기만 하다.

하루 발생하는 음식폐기물은 약 1만5천 톤에 달한다. 70%가 가정이나 소형 음식점에서 발생한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음식폐기물과 폐기물통을 떠올려 보자. 코를 틀어쥐고 내던지듯 버리는 것들이 개와 돼지에게 먹이로 공급된다. 소중한 음식물 자원과 동물의 생명을 우리는 대체 무엇으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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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개농장으로 몰리는 음식폐기물

현재 정부 방침대로라면 전국 최소 3000여 곳 불법 개농장으로 더 많은 음식폐기물이 몰리게 생겼다. 멧돼지가 노니는 깊은 산 속까지 없는 곳이 없는 게 불법 개농장이다. 개농장의 열악함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농식품부에는 새로 방역정책국이 생겼다. 그런데 어쩐지 전염병 확산 방역 대책을 세울 때마다 개농장에서 마구 수거한 음식폐기물의 존재와 행방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 문제가 크고 지저분해서 손대기가 싫은가보다. 하지만 지금도 개농장의 발걸음을 따라 전국 곳곳에 흩뿌려져 확산하는 음식폐기물로 인한 오염과 전염병 위험은 큰 수준으로 떠돌며 어디에나 ‘존재’한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이사,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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