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돼지 ‘릴리’와 ‘로즈’, ‘쟈스민’은 몇 달 전만 해도 ‘생지옥’에서 살았다. 그들은 개농장에서 그곳 개들처럼 새끼를 낳고 생이별을 하고 다시 새끼를 낳는 일을 반복했다. 잠자리엔 언제나 배설물이 뒤섞여 있었다.
셋은 지난 2월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네셔널’(HSI)이 충남 홍성의 개농장을 폐쇄하면서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동물권행동 ‘카라’도 힘을 합쳐 돼지들의 입양을 돕고 있다. 활동가들은 그들의 겉모습에서 고단했던 삶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젖과 배는 반복된 임신과 출산으로 축 늘어져 있었고 발톱이 너무 길게 자라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왼쪽부터 릴리, 쟈스민, 로즈. 김진희 교육연수생
‘돼지다운’ 삶을 새롭게 시작한 지 석달. 이제 셋은 돼지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잠자리와 화장실을 구분하고 아침, 저녁을 챙겨먹고, 진흙 목욕을 하며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다. 애피는 지난 5일 경기도 파주의 한 임시보호처에 살고 있는 릴리와 로즈, 쟈스민을 만났다.
가까이서 본 미니돼지들은 대형견과 느낌이 비슷했다. 사람을 보면 꼬리를 마구 흔들며 다가와 냄새를 맡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가만히 그 손길을 느꼈다.
‘릴리’와 ‘쟈스민’은 생김새가 너무 비슷해 모녀지간으로 추정된다. 릴리와 로즈는 4살 정도로 무게가 50kg에 달한다. ‘미니돼지’라 불리지만 몸무게는 최대 100kg까지 자랄 수 있다. 가장 몸집이 작은 쟈스민은 1살로 30kg 정도이다.
세 마리 미니돼지는 현재 모든 접종을 완료했다. 이후 장제사(말굽관리사)에게 발톱관리를 받고, 중성화를 한 뒤에 입양할 계획이다. 아직 입양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반려돼지에 대한 인식이 많이 퍼져있지 않아 입양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평생 미니돼지를 책임지고 가족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카라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
[입양] 번식에 이용되던 구조 미니피그들의 평생 안식처를 찾습니다
파주/김진희 교육연수생 bannygini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