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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농장동물

동물해방을 위한 ‘불복종 시위’가 열린다

등록 2019-09-23 14:51수정 2019-10-01 10:10

[애니멀피플]
동물권리장전 ‘로즈법’ 제정 운동…내달 2일 전 세계 동시 행동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서 한 양계장에서 구조된 암탉 ‘로즈’가 동물권단체 디엑스이 활동가 품에 안겨 농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 roseslaw.org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서 한 양계장에서 구조된 암탉 ‘로즈’가 동물권단체 디엑스이 활동가 품에 안겨 농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 roseslaw.org
2018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의 한 양계장에서 닭 9마리가 구조됐다. 이 농장은 유기농과 자연방목(free-range·프리레인지)을 내세운 동물복지 농장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모든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햇볕을 쬐고, 마음껏 땅을 쪼고, 분진 목욕을 하고 있다고 홍보한 홈페이지 설명과는 달리 닭들은 좁은 우리에 밀집 사육되고 있었다. 다쳤거나 병든 닭뿐 아니라 이미 죽은 채 방치된 닭들도 있었다.

당시 내부고발자들이 이런 동물 학대 증거를 당국에 전달했지만, 감독관청은 움직이지 않았다. 공개구조(Open Rescue·오픈레스큐)를 주요활동으로 벌이는 동물권단체 디엑스이(DxE·Direct Action Everywhere)는 닭들을 구조하기로 했다. 공개구조란 농장, 도살장 등 비인간 동물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는 현장에 침입해 상황을 공개하고 감금된 동물을 구조하는 활동이다. 그들은 이날 대낮에 농장으로 들어가 품에 닭을 한 마리씩 안고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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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리장전의 탄생

당시 상황을 보도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현장에 대기하던 경찰은 활동가 58명을 체포하고 병든 닭 9마리에 대해서는 격리조치를 내렸다. 감독관청은 활동가들에게 9마리의 닭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의학적 치료를 약속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날 8마리를 안락사해버렸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경찰은 암탉 한 마리만은 활동가가 데리고 나가는 것을 묵인했다. ‘로즈’는 이날 홀로 살아남은 닭이다.

10월2일 세계 농장동물의 날을 앞두고 로즈의 이름을 딴 ‘로즈법’(Rose’s law) 제정 운동이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로즈법은 구조된 닭 중 유일하게 떠나는 것이 허락되어 살아남은 새, 로즈처럼 동물도 법에 따라 보호되어야 하고 동물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즈법은 그 권리들을 담은 동물권리장전(animal bill of rights)이다.

로즈법 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로즈가 상징적 연민의 증거라고 말한다. 그들은 로즈법 제정 누리집(www.roseslaw.org)을 통해 “경찰은 농장주의 사유재산인 동물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 위법임을 알면서도 허락했다. 우리는 이 행위가 그날 경찰이 동물을 구조하는 것이 범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증거라고 본다. 로즈는 그날 유일한 생존자였고, 잔혹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는 증거로 지금까지 살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동물의 다섯 가지 기본권리는 다음과 같다. △고통과 착취의 상황에서 구조될 권리 △보호받는 집, 서식지, 또는 생태계를 가질 권리 △법정에서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법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 △인간들에게 이용당하거나 학대당하거나 살해당하지 않을 권리 △소유되지 않고 자유로워질 권리 또는 그들의 권익을 위해 행동하는 보호자가 있을 권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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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 동물해방을 위한 새 역사가 열린다

‘로즈법 제정 운동’은 단순히 법을 제정하자는 선언뿐 아니라 동물해방을 실천하는 직접 행동으로도 이어진다. 오는 10월2일에는 미국, 영국, 인도, 멕시코 등 전 세계 14개국 29개 도시에서 동물권리장전을 주장하는 합동 ‘시민 불복종 시위’가 예정돼 있다.

동물권리장전 선언은 한국서도 진행된다. 디엑스이 한국지부인 디엑스이서울(DxE Seoul) 이희지 활동가는 “10월2일 열리는 동물권리장전 행동은 사전 신청을 통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디엑스이쪽이 제공한 사전신청서에는 로즈법과 동물권리장전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되어 있지만, 이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7월 경기도 한 종돈장 분만사에서 새끼 돼지를 구조하고 있는 디엑스이서울 활동가. 사진 디엑스이서울 제공
지난 7월 경기도 한 종돈장 분만사에서 새끼 돼지를 구조하고 있는 디엑스이서울 활동가. 사진 디엑스이서울 제공
눈에 띄는 점이라면 ‘연주가 가능한 악기가 있으신가요?’라는 설문 항목 정도다. 19일 애피와의 통화에서 이 활동가는 “공개구조, 방해 시위 등 직접 행동을 목표로 하는 디엑스이 운동 특성상 이날 펼쳐질 행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미리 밝히기는 어렵다”며 “여러분이 직접 참여해 동물해방의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디엑스이서울은 동물권 활동가들의 풀뿌리 커뮤니티 조직으로 점거, 공개구조, 비질(Vigil·도축장, 농장, 수산시장 등을 방문해 동물이 겪는 일을 목격하고 증인이 되는 일) 등 동물권과 관련된 직접 행동을 주요활동으로 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 한 종돈장 분만사에서 새끼돼지 2마리와 죽은 새끼 돼지 1마리를 구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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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리장전의 의미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의 보호와 관리를 주관하는 법은 동물보호법이다. 동물보호법 1조는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건전하고 책임 있는 사육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동물의 권리라는 개념은 없다. 그래서 동물단체들은 2017년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약칭 개헌동동) 등을 꾸려 헌법에 동물권을 포함해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김영환 동물법비교연구회 연구원은 이들의 동물권리장전이 아직은 과도기적 선언에 불과하지만,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면 진정한 ‘동물권리’를 대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동물권에 대한 양적 질적 변화가 상당할 것이다. 첫째로, 보호대상 동물의 범위가 기존 반려동물 중심에서 가축까지 대폭 확대될 것이고, 둘째로 동물의 생명권을 고려해 육식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 주최측의 사정으로 10월2일 예정됐던 동물권리장전이 10월4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디엑스이서울' SNS 계정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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