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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농장동물

코로나19 안 걸렸는데, 왜 돼지들이 살처분 됩니까?

등록 2020-05-20 13:25수정 2020-05-20 14:12

[애니멀피플] 미국 육류대란의 원인, 공장식 축산
코로나19 사태로 도축장 생산 재개 안 돼
출하시기 놓친 농장들, 멀쩡한 돼지 살처분
동물을 ‘상품’으로 보는 현대 축산의 역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정육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고기를 해체, 가공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정육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고기를 해체, 가공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미국의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크는 돼지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대규모 살처분 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록다운'(도시 봉쇄) 조처가 시행하면서, 대규모 정육공장(도축장)의 운영이 중단되거나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 13명은 농장주들이 인도적인 방법으로 돼지를 살처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농무부(USDA)에 요청했다고 19일 인터넷 언론 ‘더힐’이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일주일에 약 200만 마리의 돼지가 출하되어야 하는데, 정육공장이 이를 다 처리하지 못해 약 20%인 40만 마리가 살처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축 그라슬리 의원 등은 “사람과 동물 그리고 환경을 위하여 돼지들의 인도적인 안락사와 폐기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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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들

돼지들은 왜 골칫덩이가 되었을까? 돼지를 물건처럼 다루는 현대식 공장식 축산의 시스템적 문제 때문이다.

종돈과 모돈에서 태어난 돼지(비육돈)는 농장에서 일반적으로 3개월 성장하고 정육공장으로 팔려간다. 동물의 번식, 비육, 도살이 일종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흘러가야 하는데, 최종 관문인 정육공장이 막혀 버렸기 때문에 적체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돼지가 출하되지 않고 농장에서 머물면, 농장주에게는 사육 비용과 환경 비용이 든다. 사료를 줘야 하고, 분뇨를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농장주 입장에서는 지원을 받고 살처분하는 게 이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닭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가디언’은 20일 1천만 마리의 닭이 미국에서 살처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국돈육생산협회(NPPC)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4월25일부터 9월19일 사이 생산되는 최대 1천만 마리의 돼지가 안락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돼지, 닭과 달리 소는 밀집 사육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있어서, 당장에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일부 농장에서는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다. ‘가디언’은 시민단체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각각 약 200만 마리의 돼지와 닭이 농장에서 자체 살처분 됐을 거라고 추정했다. 도살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도적 도살을 위해서 안락사 주사나 가스 등을 이용해야 하지만, 농장을 폐쇄하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식의 저렴한 방식이 통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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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공장의 노동자들도 위험

스미스필드, 타이슨푸드 등 미국의 정육업체가 운영하는 도축장은 대규모 시설이다. 마취와 도살, 해체, 가공까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뤄지는 공정에 노동자들이 밀집해 일한다. 험한 노동 환경 때문에 비교적 저임금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미국의 육류대란은 공장식 축산의 사육과 유통의 흐름이 막히자, 적체된 동물들이 살처분 되는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돼지들이 차량으로 운송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미국의 육류대란은 공장식 축산의 사육과 유통의 흐름이 막히자, 적체된 동물들이 살처분 되는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돼지들이 차량으로 운송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육공장을 록다운 조처의 예외로 하고 생산을 지속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정육공장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노출을 감소시키는 매뉴얼을 보급했다. 소니 퍼듀 농무부 장관은 이달 초 정육 공장들이 7~10일 안에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생산 재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복귀를 꺼리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동물단체와 노동조합은 생산 재개에 반대하고 있다. 이미 많은 정육공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핫스팟’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탐사보도를 위한 미드웨스트 센터’는 18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중 1만4900명이 정육공장에서 일하거나 연관된 사람이라고 밝혔다. 최소 191곳의 정육공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습격을 받았고, 사망자는 확인된 수만 62명이다. 정육가공업계의 최대 노조인 식품산업노동총연합(UFCW)은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명령 이후 생산을 재개한 14곳을 비난하면서,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밝혔다.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PETA)은 8일 뉴욕과 시애틀 등의 봉쇄 완화 조처에 맞춰 광고를 실어 “정육공장을 다시 열면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죽고, 노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헸다. 이들은 미국의 정육공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wet markets)처럼 비위생적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채식을 주장하는 캠페인을 개시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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