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는 호주에서 중동으로 가는 화물선 내 모습이 담긴 ‘양들의 유령선’이란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애니멀즈 오스트레일리아 제공
영국 정부가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살아있는 동물의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 조지 유스티스 장관은 3일(현지시각) 도축 및 비육을 위해 가축을 국외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계획을 내놨다.
영국 환경식품농무부는 이번 계획이 세계적인 동물복지 국가로서 영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살아있는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수출 과정에서 지나치게 긴 여정을 견뎌야 하고, 이로 인해 부상을 입고 고통을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는 동물수출에 관한 규정을 통해 이러한 과정에 변경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브렉시트로 영국이 EU를 떠남으로써 개선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경식품농무부 따르면, 2018년 기준 영국 남동부 켄트의 람스게이트 항구에서 유럽으로 보내진 동물은 모두 6400마리였다.
영국은 8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여름 관련 법안을 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조지 유스티스 장관은 “잉글랜드, 웨일스와 8주 간의 공동협의가 시작되면 선언문을 이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불필요한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 동물들이 도축 전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유럽 수출은 물론 영국 국내에서도 가축이 일정시간 이상 트럭에 실려 이동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잉글랜드, 웨일스 지역에서 이같은 조치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스코틀랜드 또한 동참할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북아일랜드의 경우, EU 탈퇴협정에 따라 계속해서 EU규정에 따라야 하는 만큼 살아있는 동물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조치에서 닭과 같은 가금류도 제외된다. 영국은 매년 수천만 마리의 가금류를 수출하고 있으며, 2018년 한 해만 규모가 1억3900만 파운드(약 2020억)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양을 실고 가던 루마니아 선박이 전복되며 양 1만4000마리가 익사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동물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혔다. 오랫동안 가축수출 중단 운동을 해온 영국동물복지재단(CAWF)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살아있는 동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야기하는 수출과정을 2022년 혹은 이르면 내년부터 중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동물권단체 페타(PETA UK) 또한 환영성명을 통해 “이번 발표는 동물들이 더이상 포장물처럼 선적되지 않을 거란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 닭 또한 소나 양처럼 고통을 느끼는 존재다. 모든 동물이 법률에 포함되도록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관련기사: ‘양들의 유령선’ 영상 파문…영국도 “가축 수출 금지 검토”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farm_animal/8402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