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성인 야생 물고기를 밀식해 사육하는 양식 방법은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수산연구소의 참다랑어 가두리 양식장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바다와 담수의 수산자원이 고갈되면서 양식은 미래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수산양식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지만 해당 동물의 복지에 대한 관심은 현저하게 부족해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카 프랭크스 미국 뉴욕대 박사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근호에 실린 리뷰논문에서 “세계의 수산양식 발전속도를 동물복지 연구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기르는 과정에서 고통과 괴로움을 주기 쉬운 연어 등 육식성 어종보다는 틸라피아 같은 초식성 어종이, 무척추동물 가운데는 인지능력이 뛰어난 문어 등 두족류보다는 조개와 굴, 해조류가 더 양식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전남 여수의 전복 양식장에서 전복을 채취하고 있다. 해조와 패류는 동물복지 우려가 거의 없는 양식 대상 종이다. 박미향 기자
세계의 수산양식 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에 이르며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를 보면 2018년 양식어업 생산량은 8212만t으로 68%가 어류이고 나머지는 조개, 새우, 게, 문어 등 무척추동물이다.
연구자들은 “양식하는 어류 41종에 대한 평가 결과 대부분 기형과 생리적 결함을 안고 태어나 비좁은 곳에서 공격성이 높은 상태로 거칠게 다뤄지다가 극단적인 고통을 겪으며 죽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복지 상태는 물고기의 생애 전체에 걸쳐 나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물고기 등 양식 대상 종의 상당수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지각 있는 생물체라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물고기는 고통을 느낄뿐더러 복잡한 인지능력을 보유하고 도구를 쓰는가 하면 개체마다 다른 성격이 있고 특정 환경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만 타이베이의 수산물 시장에서 농어가 더 오래 살아있도록 하기 위해 줄로 묶어 놓은 모습. 물고기의 고통을 무시한 이런 관행을 없애자는 시민사회의 캠페인이 벌어졌다. 대만 동물사회연구회(EAST) 제공
문어의 지적 능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게와 새우도 고통을 느끼며 특히 게는 뛰어난 미로학습 성적을 거두고, 바닷가재(롭스터)는 정교한 길 찾기 능력을 보였으며 가재도 불안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윤리적으로 어느 선부터 동물복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적어도 물고기, 게와 새우, 문어 등 두족류를 포함한 양식 대상 종의 상당수는 도덕적인 고려와 동물복지를 적용할 만한 행동, 인지, 정서 능력을 보유한다고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축이 수천 년 동안 가축화 과정을 거친 데 견줘 수산양식 대상 종은 야생이거나 최근에 가축화해 인위적인 양식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동물복지 문제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프랭크스 박사는 “우리는 대상 동물에 관해 거의 모르면서 대량생산에 나서고 있다”며 “양식 확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식성 물고기로서 양식 역사가 오랜 틸라피아는 밀식 환경에서도 큰 괴로움 없이 자란다. 나이얼 크로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양식 대상인 408종 가운데 84종에 대해서만 동물복지 연구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5건 이상의 연구결과가 있는 종으로 좁히면 25종에 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제대로 동물복지 측면이 연구된 상태에서 생산되는 수산양식 생산량은 전체의 7%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동물복지 연구가 이뤄졌다고 동물의 처지가 좋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수십 년 동안 닭의 동물복지에 관련한 연구가 수없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수십억 마리가 나쁜 여건에서 사육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장 모습.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동물 복지를 위해 어류 학대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또 세계에서 수산양식 되어 해마다 죽는 동물은 2500억∼4080억 마리이며 이 가운데 물고기 등 척추동물은 590억∼1290억 마리로 추산했다.
인용 논문: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bg0677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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